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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석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생태통로 이야기

2019년 12월 05일(목) 16:54 [온양신문]

 

↑↑ ▲천경석(아산향토연구회)

ⓒ 온양신문

최근에 아산의 고개 두 곳에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시설이 설치됐다. 시내 중심권에서 가까운 곳인 청댕이고개에 먼저 만들어졌고, 아산시 남쪽 끝의 각흘고개에도 얼마 전에 조성됐다.

고갯마루에 만들어진 이른바 생태통로다. 청댕이고개를 지나는 국도 39호선을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 때 육교 비슷한 콘크리크 구조물을 만드는 것을 봤다. 그 당시 공사 관계자에게 혹시 생태통로냐고 물었더니 “아니다. 에코 브릿지다.”라고 대답해서 속으로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어쨌든 완공된 뒤 보니 기대보다 좁기는 했다.

↑↑ ▲구온양 쪽에서 바라본 청댕이 고개 고갯마루의 생태통로 <사진제공=천경석>

ⓒ 온양신문

그래도 그런 시설물을 처음 만들었다는 점에서 참 반가운 일이었다. 게다가, 한자식이고 맞지도 않는 이름인 ‘청동고개’ 대신 실제 주민들이 부르는 대로 ‘청댕이고개’라고 이름을 써놓은 것 덕분에 덤으로 기분이 좋았다.

조선 후기 지도에는 ‘막은현’, 지금도 일부 고령의 주민은 ‘마금댕이고개’로 부르기도 하는 고개다. 이 청댕이 고개가 있는 산줄기는 그리 높지는 않지만, 서쪽 매봉재에서 동쪽에 있는 옛 온양군의 진산인 연산(燕山. 현재 구온양 뒷산)으로 이어진 산줄기여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산줄기다.

아산의 남쪽 끝, 송악면의 남쪽 끝에서 공주시 유구읍으로 넘어가는 각흘고개에도 생태통로가 만들어졌다. 각흘고개가 이른바 금북정맥(금북정맥)에 해당한다는 것은 산줄기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금북정맥은 한반도 13정맥 중 하나로, 경기도 안성 칠장산에서 충남의 태안반도 안흥진에 이르는 연장거리 295㎞의 산줄기다. 이름 그대로 금강 북쪽의 주요 산줄기다. 곡교천 유역의 동쪽과 남쪽 분수령이 되기도 하고, 한반도의 중부와 남부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각흘고개는 매우 오래전부터 주요 교통로로 이용됐던 곳이라 생각된다. 조선 전기의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가문현(佳文峴), 조선 후기 지도에는 각흘치, 각흘령 등으로 기록돼 있다.

굳이 정확히 따지자면 광덕산이나 봉수산 정상은 금북정맥에 포함되지 않는다. 동쪽 갈재에서 각흘고개를 거쳐 봉수산 정상 남쪽 약 200m 지점까지가 금북정맥이니 각흘고개가 대략 가운데쯤 되는 셈이다.

그런 곳이니만큼 단순한 생태통로라기보다는 산줄기를 잇는 의미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그 생태통로를 만든 주체, 즉 관련 기관이 어느 곳인지는 모르지만 참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 ▲공주 유구 쪽에서 아산 방향으로 본 각흘고개 생태통로 <사진제공=천경석>

ⓒ 온양신문

그런데 여전히 아쉬움과 속상함이 남는 곳은 송악면의 북쪽 끝쯤의 평촌리 서낭댕이고개, 일명 세발고개 자리다. 온양 초사동의 경찰인재개발원 동쪽이다.

흉물스러울 만큼 깊고 넓게 파서 산줄기를 끊고 자동차전용도로가 지난다. 온양순환로라고도 하고 국도 21호선이기도 하다. 그곳을 볼 때마다 늘 가슴이 서늘해지고 산줄기에 죄지은 심정이 된다.

일제가 우리나라 산의 중요 지점에 맥을 끊기 위해 박았다고 하는 쇠말뚝을 찾아 뽑아내는 활동이 떠들썩하게 전개됐던 적이 있었다. 쇠말뚝은 일제의 토지조사 당시 삼각점이었다는 설도 있다. 일제가 인재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줄기의 혈을 끊었다는 이야기도 곳곳에 남아 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무자비하게 산줄기가 끊어져 있다.

필자는 풍수지리에 관해 알지 못하고 관심도 별로 없다. 그냥 자연 그 자체, 산과 생태계에 대한 생각인 것이다. 어쨌든 주요 산줄기를 끊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은 아니라고 본다.

평촌리 세발고개는 어떤 곳인가. 거창하게 말하자면, 저 멀리 백두산에서 뻗어온 산줄기가 이리저리 이어져 봉수산을 거친 뒤 황산과 월라산을 지나 세발고개에 이른다.

세발고개는 그 산줄기가 북쪽으로 온양의 남산, 매봉재, 연산 등으로 연결되는 지점인 것이다. 분명 의미 있는 곳이니만큼 각흘고개에 해 놓은 것처럼, 비록 콘크리트 구조물로나마 산줄기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욕심을 내면 중간의 갱티고개도 좀 연결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 피치 못하게 도로를 내더라도 처음부터 터널을 파거나, 아니면 남산 서낭댕이 고개처럼 절개해서 길을 낸 뒤 다시 터널 형태로 만들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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