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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환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2020년 01월 03일(금) 17:22 [온양신문]

 

아산의 대몽항쟁 기념비를 건립하자

↑↑ ▲김일환(순천향대 아산학연구소 교수)

ⓒ 온양신문

1982년부터 국방부는 대양해군 건설을 목표로 국산 잠수함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1989년 11월, 국산 잠수함의 건조에 착수했다.

우리 기술진이 제작에 들어간 지 3년 만인 1992년 10월 12일, 최초의 국산 잠수함 ‘이천함(李阡艦)’을 진수시켰다. 이천함은 톤수 1천200t, 길이 56m 최대속력 22kts (40km/h) 어뢰, 기뢰, 잠대함 유도탄을 장착한 최신식 디젤 잠수함이다.

이천함의 ‘이천’은 고려말 대몽항쟁기에 온양(溫陽)을 점령하고 있던 몽골군을 격퇴하기 위해 전선 20여 척과 수군 200여 명을 이끌고 아산만을 통해 상륙작전을 감행하여 몽골군을 격퇴했던 ‘이천(李阡) 장군’의 업적을 기리며 명명한 것이다.

↑↑ ▲최초의 국산 잠수함인 이천함(李阡艦)의 진수식(1992) <사진제공=김일환 교수>

ⓒ 온양신문

아산은 예로부터 전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고장이었다. 아산은 아산만의 독특한 지형으로 고대부터 해양을 통해 내륙으로 접근하거나, 내륙에서 해양으로 나갈 때 관문의 역할을 했고, 이 때문에 수로교통의 요지가 돼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고려왕조가 건국되자 수도 개경으로 가는 세곡(稅穀)과 공부(貢賦)가 바닷길을 이용한 조운로를 따라 수송됐다. 아산만으로 연결된 안성천변에는 하양창(河陽倉)이란 조창(漕倉)이 설치되어 중부권 최고의 물류기지가 됨에 따라 아산만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13세기 세계 정복에 나선 몽골의 고려 침공으로 고려조정은 큰 위기에 빠졌다. 수십 년간 반복된 몽골의 침입에 대항해 고려는 긴 항쟁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대몽항쟁기에 국토는 유린되고 백성들은 죽음을 당하거나 포로로 끌려가는 큰 피해를 입었다.

몽골제국이 고려를 겨냥하고 침략해 올 때 아산지역도 재앙을 피할 수는 없었다. 아산은 두 차례나 몽골군의 공격을 받았다. 아산은 몽골군이 전라, 경상도로 남하할 때 그 길목이 되는 직산, 천안과 인접한 지역이었다.

더구나 대몽항쟁을 선언한 무인정권이 강화도로 천도한 이후에는 아산이 전략적인 요충지가 됨에 따라 직접적인 군사공격의 대상이 됐다. 아산은 충청지역에서 서해를 통해 개경과 강화도로 갈 수 있는 수로교통의 요지였기에 몽골군은 강도(江都) 정부의 출륙(出陸)과 항복을 받기 위해 중부권 최고의 배후지인 아산만 지역을 압박하며 두 차례에 걸친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첫 번째 아산 침략은 1236년 9월 몽골군이 온양의 옛 이름인 온수(溫水)현의 치소성을 공격한 것이다. 당시 군리(郡吏) 현려(玄呂)와 지역민들이 공성전을 펼치며 합심 노력함에 마침내 몽골군은 큰 피해를 입고 패퇴했다.

두 번째는 20년 후인 1256년 6월에 아산만의 피난처인 선장도를 봉쇄하려는 온수를 점령하고 주둔하고 있던 몽골군을 격퇴하기 위해 해상을 통해 상륙해 승첩을 거둔 이천(李阡)의 온수전투가 그것이다.

당시 항쟁을 선언한 무인정권이 강화도로 천도하고 백성들도 섬으로 피난시키는 해도입보(海島入保)를 대응전략으로 채택하면서 선장도를 비롯한 아산만일대의 섬은 충청지역 최고의 해상피난처로 인정됐다. 이러한 결과 몽골의 직접적인 군사공격의 목표가 됐고 침략을 당하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 ▲이천 장군의 온수전투와 관련된 주요 지점 <자료제공=김일환 교수>

ⓒ 온양신문

아산만일대에 있는 아주(牙州) 해도로 입보하려면 그 접근통로라 할 수 있는 곳이 온수와 직산이었다. 따라서 현 온주6동에 있는 읍내성이나 성안말 산성, 이곳과 마주보고 있는 배방산성은 그 통로를 지키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이곳을 장악하기 위해 1256년 몽골군은 온수현의 치소성을 점령하고 다수의 온수민들을 포로로 잡아 억류하고 있었다.

고려 정부는 선장도(仙掌島)를 비롯한 아산만의 해상 입보처를 방어하고 입보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몽골군의 봉쇄망을 분쇄해야 했다. 이때 이천 장군과 수군 200명이 전격적인 기습작전을 통해 몽골군을 격파하고 군사적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러한 온수대첩은 아주해도를 봉쇄하기 위하여 아주, 직산, 신창의 요충지를 차단한 몽골군의 군사전략을 깨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천의 뛰어난 전략과 용의주도한 작전운용으로 이 온수대첩을 성공해 몽골군을 격퇴하고 포로가 된 온수민들을 안전하게 구출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이천 장군이 주도한 승리의 결과로 몽골의 아산만 입보로(入保路) 차단전략은 무너지는 계기가 마련됐고, 후속 작전인 정인경(鄭仁卿)의 직산전투의 성공도 가능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마침내 몽골군이 물러가면서 이들의 봉쇄로 인해 차단된 입보통로가 다시 열려 천안, 청주 등의 백성들이 아주해도로 안전하게 피난했고 이들의 삶이 지켜질 수 있었다.

두 차례의 몽골침략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아산의 대몽항쟁은 모두 고려가 승리한 전투였다. 하나는 지역민이 중심이 돼 외적으로부터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성공적으로 지켜냈다는 점에 의의가 있고, 또 하나는 국가가 파병한 관군이 상륙작전을 통해 침략군을 성공적으로 제압하고 승리를 거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외세의 침략으로 국난에 처해 있는 국가를 민·관(民·官)을 불문하고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수호했다는 점에서는 공히 중요한 역사적 교훈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몽골침략을 받았던 여타 지역에는 대몽항쟁의 교훈을 기억하고 교육하기 위해 기념물이나 기념비가 다양하게 세워져 있다. 하지만 대몽항쟁에서 두 차례나 빛나는 승리를 거둔 아산에 이 역사적 사실을 기억할 기념물은 차지하고 기념비조차 없다는 사실은 뜻있는 사람들을 매우 안타깝게 하고 있다.

많은 아산주민들이나 새롭게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부당한 외세의 침략에 맞서 혼신의 힘을 다해 저항했던 이 지역의 올바른 역사를 제대로 이해시킬 근거가 없다는 점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늦었지만 작은 기념비라도 세우는 정성을 모아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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