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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의 길] ‘긴골재길’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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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08일(화) 16:33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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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유만근 | ⓒ 온양신문 | 사람이 태어나 제일 먼저 환호 받을 때는 언제일까? 겨우 일어나 첫 발자국을 뗄 때가 아닐까. 이후부터의 삶은 걷기의 연속이다. 열심히 걸을 때가 전성기다. 삶은 걷기가 불편해지면서 위축되고, 멈추면서 마무리된다. 사람에게 걷기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다.
‘천년의 숲길’은 걷고 싶어서 조성한 둘레길이다. 천년고찰 봉곡사 주변의 솔숲과 궁평저수지의 아름다운 수변(水邊)길 등을 연결하여 4개 코스의 길을 조성하였다. 산·들·호수·시골길 등이 어우러지는 청정 숲길이다.
‘긴골재길’은 그 중 하나다. 고즈넉한 호수와 때 묻지 않은 숲과 아늑한 산골마을이 어우러진다. 시작은 송남휴게소에서 보아 저수지 왼쪽 수변길 0.6km 지점에서 할 수도 있고, 구불거리는 아름다운 호수 길을 1.3km쯤 더 가다가 만나게 되는 쉼터(정자) 앞에서 할 수도 있다. 오늘은 쉼터 앞에서 시작한다.
코스는 ‘긴골산(206m)~황산(262m)~강정고개~옥녀봉(212m)’까지로 4.6km쯤 되며, 옥녀봉에서는 ‘오형제고개’ 방향에서 이어지는 ‘천년비손길’과 만난다. 되돌아오기보다는 비손길 구간을 따라 ‘배골마을~저수지수변길~쉼터’로 돌아오는 길이 더 낫다. 느긋하게 걸어도 총 3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길은 들어서자마자 가파르다. 그러나 곧 이어 구불구불한 능선길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완만하게 이어진다. 계단이 130여개나 되는 경사구간도 있지만, 30분 정도면 긴골산(206m)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푯말은 없고 평상 하나 놓여있다. 참나무숲 사이로 멀리 광덕산-봉수산 줄기가 울타리처럼 보인다.
길은 사람의 발길을 적게 탄 모습이다. 능선 초입에 울퉁불퉁한 근육질을 자랑하는 듯한 서어나무 한 그루가 이곳이 오래 된 숲임을 말해준다. 진달래가 많고, 때죽나무·생강나무·개옻나무·산초나무·비목·덜꿩나무 등이 눈에 많이 띈다. 그러나 나무들의 주류는 아무래도 참나무와 소나무이다. 키가 거서 다른 나무들을 압도한다. 저수지의 푸른 물이 길가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고, 바람소리·새소리·풀벌레소리가 그윽하다.
긴골산에서 황산까지는 0.8km쯤 된다. 완만한 경사 길을 따라 숲은 점점 우거져가고, 산은 점점 고요 속에 묻힌다. 어느 시인 말마따나 “왜 심산을 걷느냐고 묻는다면, 마음 한갓짐이 더없이 좋아 대답 대신 그저 빙긋이 웃고 말 것 같다.(問余何事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이윽고 나타난 나무의자 3개가 황산의 정상임을 알려준다. 잠시 숨을 고른다. 갑자기 ‘툭’하며 도토리가 떨어진다. 가슴이 철렁하다. 아, 계절이 바뀌고 있구나. 우주가 운행되고 있구나…….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갑자기 정갈한 소나무숲이 펼쳐진다. 왼쪽 숲 사이로 웅장한 봉수산 줄기가 커다란 날개를 편 듯 다가온다. 북쪽으로 편 그 날개의 끝이 방향을 바꿔 동쪽으로 흐른 산줄기가 지금 걷고 있는 긴골재길이다. 1.0km쯤 내려가니 산 아래로 배골마을이 보인다. 산울타리로 둘러싸인 아늑한 마을이다. 봉수산 줄기를 타고 흐르는 기(氣)가 움푹 들어간 이 마을로 끝없이 흘러들어온다고 전한다. 그래서 음택(陰宅)지로 명당이 많은데다, 백학도 살고 있었기에 동네 옛 이름을 백학동(白鶴洞)이라고 했다.
마을을 끼고 구불구불 길게 이어지던 솔숲길은 강정고개쯤 이르러 웅장한 소나무 한 그루를 보여준다. 이 마을의 서낭나무다. 표지판을 보니 수고 25m, 나무둘레 3.1m, 수령 500년, 심하게 용틀임한 소나무의 모습은 신묘하기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수백 년 간 마을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애환을 함께 했기 때문일까. 바로 옆에는 수백 살 되었을법한 상수리나무가 남·북으로 사이좋게 방향을 정하여 살고 있다. 민초들과 함께 하는 소나무의 삶에 감동하여 부목(婦木)을 자처한 것은 아닐는지.
길은 긴골재길 마지막 지점인 옥녀봉을 향해 오른다. 옥녀가 비단을 짜는 형상의 명당이 있다는 전설 어린 산이다. 옥녀봉을 내려와 전형적인 산골마을을 관통하여 빠져나오니 그림 같은 궁평저수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반짝이는 잔물결, 그 물결 가르는 물떼새, 물속 깊이 드리운 산그림자, 끝없이 구불거리는 호숫가 숲 길……. 꽃 지는 봄날 노을이 질 때, 옛 시인의 시 한 수 읊조리며 걷고 싶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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