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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 잘되면 배 아픈 세상

2019년 10월 28일(월) 17:11 [(주)온양신문사]

 

↑↑ ▲김병연(시인·수필가)

ⓒ 온양신문

인류 최초의 살인은 형제 살인이다. 아담의 맏아들 가인이 동생 아벨에 대한 경쟁심과 시기심 때문에 저질러진 사건이었다. 인간은 부모형제를 통해 사랑, 협력, 경쟁, 갈등 등의 체험을 하고, 사회화 과정을 배우고 익히며 자아정체성이 확립된다.

인류의 역사에서 형제자매 간의 경쟁과 갈등은 무수히 반복되었고, 특히 아버지에게 돈과 권력이 많을수록 협력보다는 경쟁과 갈등이 심했다. 또 어머니가 다른 형제자매인 경우 갈등이 더욱 심했으며, 특정시대에 국한되지 않는 일반적 현상이었다.

형제자매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경쟁과 갈등의 심리가 이성으로 절제되고 협력의 관계로 승화한 역사적인 사례도 많이 있다. 지난날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의 좋은 형제 이야기’를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전래 민담인 줄만 알았는데 실화였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게 머지않은 장래에 형제자매가 없어지고 사촌이 사라지는 나라가 될 것이다. 최근 10여 년 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 여성의 합계 출산율이 1명 아래가 되는 세계 최초의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협력과 경쟁의 사회화 과정을 통한 자아정체성 확립은 형제자매 또는 사촌 형제자매를 통하여 이루어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는 심리, 즉 남이 잘되면 배 아파하는 세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현상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배고픈 것은 잘 참는데 배 아픈 것은 도무지 못 참는다.

우리는 민족의 한이었던 배고픈 것은 해결했지만, 배 아픈 것은 아직도 해결하지 못했다. 필자가 2011년에 신문에 글을 쓸 때 우리 민족에게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DNA가 있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고 매우 조심스럽게 썼는데 지금은 절대다수의 학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남이 잘되면 배 아파하는 심리 현상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자유경쟁시스템은 나선형으로 성장하며 더불어 더 잘살게 만들어가게 하지만, 반드시 불평등이라는 상처를 수반하게 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웃 또는 형제자매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을 싫어하고 함께 더 못 살게 되는 것을 좋아한다면 그는 이미 자유민주주의자가 아니라 사회주의자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은 남이 잘되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는 말이다.

인간의 시기심 자체가 잘못된 감정은 아니지만 뇌에서 조건반사적으로 일어나는 본능적 감정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는 심리, 즉 남이 잘되면 배 아파하는 심리와 잘 나가던 사람의 불행을 고소해하는 심리는 일종의 논리 균형 감각이거나 평등 감각이다.

그러나 인간이 사회적 존재인 이유는 다른 동물과는 달리 내면에서 떠오르는 원초적 감정인 시기심에 머물러 있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 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이 잘되면 배 아파하는 심리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내가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필자가 쓴 ‘민족의 수치’라는 시(詩)를 많은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함을 이르는 말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친구가 잘돼도
덕을 볼 수 있는데
사촌이 땅을 사면
춤을 출 일이지
어떻게
배가 아프단 말인가/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사람이
자기 잘될 순 없다

그래서
이 속담은 우리 민족
최대의 수치다

또 필자가 쓴 ‘행복하고 싶다면?’이라는 시(詩)를 수많은 분들에게 들려주고 또 들려주고 싶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고 합니다./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DNA가 있다고 합니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고 합니다.

자신과 남을 비교하면
필연적으로 시기심이 생기고
시기는 인간관계를 무너뜨립니다.

자신과 남을 비교하면 할수록
불행은 가속화됩니다.

성경은 시기를
뼈의 썩음이라고 합니다.

시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행복하고 싶다면.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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