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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석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아산의 동학 이야기

2019년 10월 25일(금) 15:12 [온양신문]

 

↑↑ ▲천경석(아산향토연구회)

ⓒ 온양신문

최근의 불과 며칠 사이에 아산의 동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거나 떠올릴 일이 몇 차례 있었다. 3·1운동과 관련된 현장으로 찾아갔던 선장면에서, 온양문화원에서 홍성의 홍주성에 답사 갔을 때, 다른 일로 도고 향산리 앞을 지나며 마을회관 옆의 이승우 비를 봤을 때 등이다.

11월 5일 예정인 기념식 안내문도 봤다. 틈틈이 아산의 역사 문화 관련 활동을 하고 있으니 그럴 수도 있지만, 어쨌든 요 며칠간 느낌이 특별하고 새로웠다. 아산이 옛날에 동학·천도교와 상당히 밀접했구나 하는 생각. 지금도 그런 것 같다는 생각.

아산에는 1860년 동학 창시 20여 년 뒤인 1880년대 초에 동학이 전파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1892~93년간의 교조신원운동에 아산의 일부 교도들이 참여한 것으로 보이며 그 시기에 동학교도들이 많이 늘어났다.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에도 아산 지역 동학교도들이 대거 참여했다. 전라도 지역의 남접이 중심이었던 상반기의 이른바 1차 봉기 때, 2대 교주 최시형이 직접 이끄는 북접에 속했던 아산에서 직접적 봉기는 없었다. 다만 가을의 2차 봉기 이전에도 소규모 활동은 확인된다.

이후 교주의 기포령, 즉 봉기하라는 명이 내려진 뒤 내포 지역에서도 말 그대로 벌떼처럼 대대적으로 들고일어났다. 2차 봉기다.

교주의 기포령에 따라 덕포(덕산포) 덕의대접주 박인호의 기포령이 내려졌고, 아산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인근 지역 동학농민군 천여 명이 정태영, 이신교, 곽완, 김경삼 등의 주도 아래 선장 장터에 집결하여 마침내 봉기했다.

음력 10월 3일로 추정되며, 이틀 후인 10월 5일 새벽 2시경에 덕포 동학농민군 수천 명이 아산현 관아를 습격하여 무기를 탈취한 뒤 신례원을 거쳐 예산 방향으로 이동했다. 역시 10월 5일 전후(추정)에 온양군 관아도 습격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는 못했다.

아산 지역 동학농민군들은 내포지역 동학농민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승전목(현 당진시 면천면) 전투, 예산 관작리 전투 등 몇 차례 승전을 이어갔으나 홍주성을 점령하려 했던 10월 28일의 홍주성 전투에서 일본군에게 패퇴하였다.

이때 이신교는 부상으로 붙잡힌 뒤 북문 밖에서 참수되었고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그 뒤부터 아산을 포함한 내포 지역 동학농민군들은 보복 살육과 재산 몰수 등 약탈에 계속 시달렸고, 살아남기 위해 깊은 산속에 숨어들기도 했다.

이후 동학농민군 활동을 했던 분들이 항일의병에 참여하기도 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 사항은 확인되지 않는다.

동학이 다시 크게 불타오른 것은 3·1운동 때였다. 동학이 1905년 12월에 3대 교주 손병희에 의해 천도교(天道敎)로 이름을 바꾸고 재정비되었다. 교정일치(敎政一致)를 포기하고 종교로서만 활동한다는 방침이었다.

교육과 출판 등 문화운동을 전개하며 교세를 다시 크게 확장한 천도교가 1919년의 3·1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산에서도 동학 지도자 이신교의 처남 이규호, 정태영의 아들 정규희(일명 수길) 등이 천도교 지도자로 활동하였다.

아산 관내 모든 면에서 3·1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는데 특히 온양, 도고, 선장 등에서 천도교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 보고 있다.

정규희 등이 주도했던 선장의 4·4 만세운동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3·1운동 이후 1926년의 6·10만세운동과 1927년의 신간회 활동 등에도 아산 지역 천도교도가 참여했음이 확인된다.

특히 일제의 만주 침략(1931)과 중일전쟁(1937)으로 민족 말살 통치가 노골화되고 국내 민족운동이 위기에 처해가는 가운데 1934년경부터 시작된 구파 중심의 천도교 멸왜기도(滅倭祈禱)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이 일이 드러난 1938년(무인년)에 여러 명이 온양경찰서에 끌려가 10여 일간 혹독한 고문을 당하기도 하였다.

↑↑ <사진제공=천경석>

ⓒ 온양신문

이렇듯 근대 민족운동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동학·천도교가 해방 이후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후손을 중심으로 한 몇몇 지도자들의 조직 재정비 노력과 1975년 천도교 대표 49인 ‘을묘통일선언’ 참여 등이 있었으나 아산 지역사회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극히 일부 시민들을 제외하면 아산 지역에 천도교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사실 자체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형편이다. 좀 죄송스러운 표현이지만, 조금 아는 분들에게도 어쩌면 천도교는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구닥다리 사상이라 인식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요즘 매우 흥미로운 현상(?)을 보고 있다. 아산에서 개혁적인 관점에서 활동해왔고 지금도 적극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몇몇 분들이 요즘 천도교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그분들이 공식적인 천도교 교도(신자)인지 등의 여부는 필자가 알지 못한다. 신자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는 않다. 흔히 말하는 식자층에 속하는 분들이기는 하다. 과문한 탓이겠지만, 아산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최근 그런 현상(?)이 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왜 지금 천도교일까? 그 이유 또는 배경에 대해 이럴 것이라 하는 필자 나름의 추측은 있다. 그동안 사회 현상이나 각종 제도와 체제, 개혁 등은 주로 서양의 학문이나 잣대를 통해 분석되고 설명되었다. 당연히 그 배경에는 서양의 철학과 사상이 깔린 것이고. 그분들도 그런 것에 익숙했던 분들이다.

그런데 바뀌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그런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필자가 단언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오는 11월 5일 오후에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2019 아산지역 동학농민혁명 기포 기념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행사에서 볼 수 있는 구호나 외형은 옛날과 비슷한 ‘구식’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이면을 함께 생각해보는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다. 하여튼, 좀 과장하면, 동학·천도교가 부활(?)하고 있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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