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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의 길] 봉곡사 솔바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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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3일(수) 14:06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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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유만근 | ⓒ 온양신문 | 바람 부는 날 봉곡사 솔바람길에서는 웅장한 솔바람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당겼다 늘이고 휘몰아쳤다가 잔잔해진다. 비장함이 느껴지다가도 온갖 풍상을 이겨낸 환희의 송가가 되고, 씁쓸히 읊조리는 듯하다가 이내 청아한 휘파람소리로 바뀐다. 음률도 고르고 안정감이 있다. 춤사위는 또 얼마나 깊은 멋이 있는가?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 …
바람은 원래 소리가 없다. 무엇엔가 부딪치거나 일정 공간을 따라 요리조리 빠져나갈 뿐이다. 바람의 강도에 따라 솔잎 사이에 천양지차의 바람길이 만들어지고, 바람은 그 길을 지나가며 천변만화의 소리를 토해낸다.
지휘자가 없어도 그 많은 소리들은 조화를 이룬다. 장르 없는 음악이 악보도 없이 즉흥적으로 연주되는 것이다. 신기하고 오묘하다.
이곳 소나무들은 한결같이 V자 모양의 상처를 입었다. 일제가 전쟁용으로 송진을 채취했기 때문이라고 하나, 그들이 물러간 후에도 송진 채취는 간간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일제의 수탈과 우리의 가난이 소나무에게 아물지 못할 상처를 준 셈이다. 그럼에도 소나무들은 이토록 커다랗게 자라서 의연한 모습으로 나그네를 품어준다.
입구 오른편 언덕위에는 오래된 갈참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겨우살이가 기생하여 가지가 울퉁불퉁하여 기이한 느낌을 준다. 이 마을의 당산나무이다. 또 길 중간 지점쯤에는 속이 텅 빈 느티나무 고목도 있다. 한쪽 편 껍질만 살아있어 앙상하지만, 누구든 다가오면 꼭 안아주며 함께 사진 찍는 재미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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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봉곡사 <사진제공=유만근> | ⓒ 온양신문 | | 주차장에서 사찰까지 이르는 0.7km구간이 그 유명한 소나무 숲길이다. 그 길을 0.4km쯤 오르면 좌·우로 가로지르는 임도(林道)가 나오는데, 그 곳에서부터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오들개마을’까지 3.2km 구간이 솔바람길이다. 그러나 여기서 0.3km 더 올라가면 봉곡사이다. 천년고찰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은가.
단아하고 정갈하다. 고요하고 아늑하다. 숨소리·발자국 소리조차 조심스럽다. 대웅전을 둘러싼 대숲과 멀리 에워싼 산자락에 절은 둥지 속 새처럼 안겨있다. 세속의 번뇌야 이미 솔바람이 씻어주었지 않은가. 마음 편안해진다.
천년고찰에 다녀간 수많은 사람의 흔적은 풍경소리와 함께 사라졌지만, 근래의 흔적은 좀 남아있다. 정약용이 청양의 ‘금정찰방(金井察訪)’으로 있을 때, 인근의 여러 학자들과 10여일을 머물며 성호 이익의 문집을 정리한 ‘서암강학기’를 남겼다.
근대 불가(佛家)의 거목 만공스님이 머물며 득도한 사찰이기도 하다. 절 입구에 그를 기리는 만공탑이 있다.
절에서 내려와 본격적으로 솔바람길을 걷는다. 길은 봉곡사를 둘러싼 갈매봉의 산허리를 북쪽으로 띠 두르듯 이어진다. 솔숲 사이로 휘휘 돌아가며 굽이진 산허리를 끝없이 감고 돈다. 오붓하기 그지없다. 완만하고 조용하여 사색하거나 도란거리기 좋다. 깊은 산 중의 맛과 마을 인근의 뒷산 맛이 함께 난다. 길가 주변으로 초목들도 다양하여 볼거리가 많다.
30분쯤 가면 첫 번째 쉼터가 나온다. 정자도 있고 옆에는 거북등무늬를 새겨놓은 나무토막의자도 있다. 솔바람에 머리를 맑히며 거북이처럼 느긋하게 산책하다가 쉬어가는 곳이리라.
다시 약간 경사진 길을 5분쯤 오르면 ‘냉풍체험장’이란 팻말이 나타난다. 길 따라 가보니 이름 구실은 못하는 듯하다. 다시 5분쯤 오르면 마지막 쉼터가 나온다.
전망이 좋다. 저만치쯤 황산·긴골산 등의 산줄기가 흘러내리고, 멀리 설화산이 보인다. 산 아래로는 근래에 ‘오들개마을’이 형성되면서 널따란 뽕밭이 형성돼 있다. 뽕밭 주변의 산에는 수종개량을 위해 기존 나무를 베고 백합나무를 심었다. 백합나무는 속성수이니 머지않아 울창한 활엽수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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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봉곡사 솔바람길 <사진제공=유만근> | ⓒ 온양신문 | | 큰 나무를 베어내어 햇빛이 잘 들기 때문인지 자주색 ‘꽃향유’가 온 계곡에 빼곡해 장관을 이룬다. 키는 30~50cm가량이나, 꽃모양은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겼다. 잎에서도 꽃에서도 향기를 뿜는다. 햇빛만 잘 들면 산과 들 어디서나 무리지어 잘 번식하는 아름다운 꽃이다.
이제부터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길옆으로는 산국, 꽃향유, 이고들빼기 등의 가을꽃들이 한창이다. 굽이굽이 숨겨진 새로운 풍경을 음미하며 20분 정도 내려가면 사방댐이 나오고 곧 이어 ‘오들개마을’이 나타난다.
이 지점에서 ‘천년비손길’(18번 표지판)과 만나면서 솔바람길은 끝이 난다. 다시 돌아가도 두 시간 반이면 충분한 길이다. 오형제고개 방향으로 0.2km쯤 내려가면 큰 길이 나오고 식당도 서너 곳이나 있다.
솔바람길… 사색의 길, 한동안 잊고 살던 나를 만나는 길, 바람과 속삭이다가 작은 풀꽃 한 송이 가슴에 담아오는 길…….
□ 가을 솔바람길에서 만나본 초목
▲목본류
△소나무 △칡 △졸참나무 △비목 △굴피나무 △신나무 △복분자딸기 △산딸기 △산초나무 △초피나무 △싸리 △산벚나무 △개옻나무 △오동나무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생강나무 △족제비싸리 △누리장나무 △물박달나무 △물푸레나무 △까마귀밥여름나무 △아까시나무 △광대싸리 △일본잎갈나무 △감나무 △밤나무 △곰딸기 △백합나무 △박쥐나무 △때죽나무 △개암나무 △청미래덩굴 △가죽나무 △좀작살나무 △뽕나무 △편백 △덜꿩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붉나무 △버드나무 △층층나무 △물오리나무 등
▲초본류
△고마리 △미국가막살 △개모시풀 △산들깨 △사데풀 △선괴불주머니 △까실쑥부쟁이 △쑥부쟁이 △산박하 △그렁 △수크렁 △억새 △뚝갈 △마타리 △참취 △비수리 △이고들빼기 △민들레 △주름조개풀 △토끼풀 △괭이밥 △질경이 △왕고들빼기 △선씀바귀 △강아지풀 △산국 △별꽃 △물봉선 △금계국 △뱀딸기 △파리풀 △여뀌 △주홍서나물 △산물통이 △며느리밑씻개 △담배풀 △개망초 △장구채 △뚝마타리 △고비 △제비꽃 △묏미나리 △쥐꼬리망초 △짚신나물 △여우팥 △꽃향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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