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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의 길] ‘천년물결길’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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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 26일(목) 13:15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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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유만근 | ⓒ 온양신문 | 아산시 송악면 궁평저수지 물가엔 호젓한 오솔길이 나있다. 그곳에 가면 천년을 이어져오는 물결소리가 들린다. 솔바람소리, 물떼새소리도 들리고, 맑은 날이면 하늘 흰 구름도 내려와 물위에서 놀다간다. 문명의 소리를 멀찍이 따돌린 산길은, 다정한 연인조차 손잡고 걷기 어려울 정도로 좁고 오붓하다.
출발은 송남휴게소 주차장이다. 저수지를 향한 채 주차장 오른쪽 모서리를 바라보면,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안내에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저수지 남단 물가에 이른다. 갯버들·왕버들이 숲을 이루고, 그림 같은 궁평저수지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고마리·여뀌·갈대 등 온갖 풀들로 무성한 길이 150m쯤 이어진다. 저수지 오른쪽 수변(水邊)을 형성하고 있는 방미산이 물에 앉아 반신욕을 하는 듯 평온한 모습이다.
‘천년물결길’은 방미산(芳美山) 자락을 둘러싸며 조성한 산책길이다. 왕복 3.5km, 2시간 남짓 소요된다. 방미산은 광덕산의 작은 산줄기 하나가 저수지 물가에 멈추어 둥두렷이 형성된 높지 않은 산이다. ‘꽃처럼 아름답다’는 한자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산그리메가 물속에 잠길 때면 선경(仙境)을 이룬다.
길은 내내 좁고 들락날락하며 구불거린다. 당연히 시야가 길지 않다. 산모롱이를 돌 때마다 새롭고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산자락이 둥그스름한데다 크고 작은 골이 많기 때문이다. 만수(滿水)가 되면 길과 물은 불과 4~5m까지 접근한다. 지근거리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물결소리가 나의 태곳적 잠재의식을 일깨우는 듯하다.
물가 굽이굽이가 철새들의 은신처요 놀이터다. 조그마한 발자국 소리에도 환호하듯 퍼덕이며 날아올라 하늘을 수놓는다. 이따금 물고기도 뛰어올랐다가 ‘첨벙’하고 떨어진다. 고요 속 ‘첨벙’소리는 묘한 파문을 일으키며 긴 여운을 남긴다. 연비어약(鳶飛魚躍)의 세상이런가. 원시적 생명의 약동(躍動)함이 온 몸에 느껴진다. 철따라 피어나는 꽃잔치도 새뜻하겠다. 3월 생강나무, 4월 진달래·산벚나무, 5월 팥배나무…….
40여분쯤 왔을까. 길은 물결소리를 약간 멀리한 채 나지막한 언덕으로 이어진다. 그 위엔 제법 널찍이 닦은 터에 평상 하나 놓여있다. 마땅히 정자 하나 있을 법한 곳이 아닌가. 숲 사이로 너른 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발아래로는 시원한 물결이 넘실거린다. 멀리 보이던 건너편 산자락도 눈앞으로 바짝 다가와 있다. 아, 달빛 쏟아지는 밤이면 누구든 월산대군(月山大君)이 될 법하다.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
이제부터는 물가를 약간 벗어난 산길이 10여분쯤 이어진다. 이윽고 무넘기 댐이 나타나고 거기서 정상 방향으로 0.2km쯤 경사진 길을 오르면, 나무 우거진 능선 길을 만난다. 다시 10여분 남짓 걸으면 정상이다. 주변에는 소나무들로 빼곡하다. 산 아래 나무 사이로 저수지가 보인다. 멀리 동·남쪽으로는 광덕산·봉수산이, 서로는 긴골산·황산, 북으로는 설화산·월라산이 첩첩이 에워싸고 있어 이곳이 송악의 심장부임을 알겠다. 알 수 없는 아늑한 기운이 감돈다. 호연지기는 이런 곳에서 기르는 것일까? 두 팔 벌려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하산길은 평범한 숲길로 0.9km쯤 된다. 그러나 아까와는 다른 위치에서 느긋하게 저수지 풍광을 관조(觀照)하며 걷는 즐거움이 있다. 멀리 광덕산·봉수산이 둘러친 넓고 너른 산울타리를 가슴에 담아오는 덤도 얻는다.
언제든 찾아와 걸어 보고픈, 몰래 숨겨두고 나만 찾는 길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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