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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완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도시의 서사적 공간, 장터

2019년 08월 15일(목) 12:04 [온양신문]

 

ⓒ 온양신문


↑↑ 맹주완

ⓒ 온양신문

과거, “장 보러 가”에서 ‘장보기’는 구매뿐만 아니라 구경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소식을 전하며 소문을 확인하는 생생한 아날로그 'SNS' 방식이었다.

좌판엔 장꾼들의 군침을 돌게 하는 사탕과 과자가 수북이 쌓였고, 입씨름으로 흥정이 이루어지다 결국 ‘덤’으로 거래는 성사되었다. 국밥에 곁들인 낮술에 혀가 꼬인 주정꾼의 시비 소리는 장꾼들의 흥을 돋우는 풍장에 묻혔다. 장터에 대한 기억은 아름다운 난장이다. 이제는 황소를 판 사람을 꾀어서 돈을 몽땅 날리게 한 투전판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나 등장하고, 원숭이의 재주로 회충약을 팔던 약장수의 좌판도 사라진지 오래다. 허나 현재의 장터에도 후한 인심과 정감은 살아있다.

달력에서 ‘4’자와 ‘9’가 들어있는 날은 온양 장날이다. 물론 매일 열리는 상설시장도 있고 다양한 형태의 노점들이 매일 영업을 하지만, 온양 장날을 기다리는 장꾼들의 마음은 설렌다. 드디어 장날이다. 새벽부터 몰려드는 장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제철과일과 채소, 생선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설이나 추석을 앞두고 열리는 대목장에 비길 바가 아니다.

온양 5일장이 서는 곳은 수도권 전철 1호선 온양온천역의 하부공간이어서 찾기 쉽고, 아산 전역으로 가는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정류소들을 지척에 두고 있어 보따리를 든 장꾼들의 접근을 쉽게 한다. 장터는 넓은 역 광장과 접해 있어 연중 다양한 행사와 여러 장르의 공연이 이루어지고, 하여 공연자나 장꾼들에겐 소중한 문화 경험의 장이 된다.

온양 5일장의 역사는 명칭과 장소만 바뀌어 왔을 뿐 아산의 살아있는 역사에 다름 아니다. 농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과거의 경제구조에서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장터란 그야말로 비빌 언덕이었다. 농산물은 돈으로 교환되어 자식들의 학비와 생활비가 되었고, 아이들의 주전부리인 번데기와 호떡도 사고, 목간도 하고, 조상님 제사상에 올릴 제수용품도 마련하고, 열차여행도 떠났다. 그렇게 키워낸 자식들이 지역을 지키거나 외지로 나가 직장을 얻고 가정을 꾸렸다. 산업화되면서 직업의 형태도 다양화되었고, 생활패턴도 바뀌어 이제는 5일 장터를 이용하는 젊은 층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장꾼들의 나이를 가늠해보아도 필자는 어린 축에 낀다. 장터에서 전통적 거래방식인 물물교환이 도시를 성장시켰지만, 도시의 승리가 현재는 장터의 쇠락을 부르는 딜레마 상태로 빠트렸다. 장터의 쇠락은 시민들 간에 소통의 단절뿐만 아니라 원도심의 성장 동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모든 도시들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체성 확립과 경제발전을 미래 전략과제로 삼고 있다. 필자는 과제 해결의 단초를 문화전통에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도시 정체성은 우리의 시간·공간적으로 축적된 문화적 경험의 DNA이고, 경제발전 또한 지역의 문화적 환경과 깊은 관련을 맺기 때문이다. 문화경험의 축적과 문화적 환경 조성은 인적 네트워크와 물적 네트워크가 원활히 연결되는 현장중심의 화합과 이해의 소통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소통과 교환의 공간은 역사적으로도 장터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고 싶다. 유관순 열사가 일제로부터 독립을 부르짖던 곳도 장터였고, 장날이었다. 물론 SNS 등 다양한 소통방식이 가능한 IT시대에 장터의 기능이나 성격의 변화도 불가피하지만 장터의 의미를 다시 한 번 톱아 볼 일이다.

지자체마다 전통시장의 기능을 살리는 대안으로 지역화폐를 등장시키고 있다. 물론 운영상의 문제점에 대해서 우려하지만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 기대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시 정책 관계자들은 시루 속에 콩나물이 쑥쑥 자라듯이 전통시장을 키워낼 성공적인 사례들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장터에서 돈을 주고받는 방식도 변하고 있다. 대부분 현금 거래지만, 무선 카드결제기를 꺼내드는 장돌림도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보이는 청년 창업자들이 장터 주변에 프리마켓을 열어 커뮤니티 공간으로 삼고자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들에게 장터는 미래를 열어줄 핫 플레이스가 될 수도 있다.

장터의 존재는 세계사를 통해서도 우리 삶의 총체였다.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시기에 칼레시를 위한 목숨을 건 여섯 시민의 고결한 행동의 귀착점이 장터였고, 그곳은 세계 시민들에게 ‘도덕적 의무’의 상징이 되었다.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며 의롭게 죽어간 곳도 장터였다. 앞으로 온양 장터도 우리에게 서사적 공간이 되고 오래된 미래이길 소망한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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