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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상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2019년 07월 17일(수) 13:55 [(주)온양신문사]

 

ⓒ 온양신문


네 이름은 채송화

난 기억하지
네 이름을

네 이름은
채송화

너를 보려면
아이들은 가만히 몸을 낮추었지
샛바람쯤은 너는 두려워하지 않았지

학선분교
1학년 1반
그 환한 창 아래서 공부하던

난 기억하지
네 이름을

네 이름은
채송화

- <채송화> 전문-

↑↑ 맹주상 시인

ⓒ 온양신문

사실은 위의 시 속에 있는 채송화는 그 시절 동무의 이름은 아니다. 교실 세 개만 우선 짓고 초여름에 개교한 분교 창가 화단에 핀 아주 작은 꽃의 이름이다.

많은 세월이 지났어도 초등친구들의 이름은 물론 그 모습과 정경들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교실이 부족해 오전반 오후반에 얽힌 사연들 때문일까! 배고픈 시절 마침 미군이 주던 빵을 공평하게 나누던 기억 때문일까! 학교에 손님이 온다하면 교실마루를 같이 온몸으로 피마자기름칠을 하던 일 때문일까! 아니면 소나기 지나간 뒤에 함께 어린 코스모스를 신작로 가에 옮겨 심던 추억 때문일까!

학선분교는 죽산저수지 아래 연동 그 알맞은 언덕 위에 있었다. 측백나무로 울타리를 한 학교 안 화단엔 해마다 같은 고운 꽃들이 심어졌다. 화단 뒤쪽엔 해바라기랑 칸나 그리고 앞쪽엔 백일홍과 맨드라미, 분꽃, 봉선화, 채송화가 시절을 따라 다투어 피었다.

손톱에 얼른 물을 들일 욕심으로 그랬던지 여자아이들은 고무줄을 하다가도 봉선화에 물을 주곤 했다. 채송화는 봉선화를 곁에 둔 덕에 가뭄이 든 해에도 목이 마르지 않았다.

세상의 꽃들은 분명하게 두 가지 방법으로 스스로를 알린다. 하나는 향기로 다른 하나는 온전히 색으로만 말이다. 소위 군자라고 불러주기를 바라는 자들은 그 향기로만 꽃을 말하고, 그저 색에 미쳐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자들은 그 색만을 놓고 이런저런 말들을 만들어 내지만 말이다.

채송화는 매우 낮은 키로 자라고 꽃은 전혀 향기가 없기에 그렇게 선뜻 눈에 띄는 꽃은 아니다. 하지만 먼 은하의 아기별 같은 모양새와 신비롭고 오묘한 빛깔을 자아내는 꽃으로 가까이 가 보면 아주 깜찍한 데가 있다.

그리고 제대로 보려면 몸을 가만히 낮추어야지 그 앙증맞은 생김새랑 색깔을 잘 볼 수가 있기에 사람들은 몸을 낮추고 저마다 고개를 숙이고 만다.

황정견이 얘기 했듯이 때를 기다렸다가 맑은 바람이 일면 난초가 그 향기로운 향을 풀어놓아 한껏 자기를 알리든, 양귀비가 그 화려한 빛깔로 세상을 혼란하게 해 나라를 기울게 하든, 사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 모든 것들은 사람의 생각과 일이지 진실로 꽃의 생각과 잘잘못은 아닌 것이었다.

그렇게 아무런 걱정 없이 천진한 또래들과 교정에서 꽃을 심고 조용히 바라보던 착한시절이 있었다. 몸을 가만히 낮추고서 말이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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