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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화무십일홍과 동방예의지국

2019년 05월 22일(수) 11:02 [(주)온양신문사]

 

↑↑ 김병연(시인·수필가)

ⓒ 온양신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으로, 힘이나 세력 따위가 한번 성하면 얼마 못 가서 반드시 쇠하여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봄꽃은 추운 겨울을 이기고 세상에 봄이 왔다는 것을 알리고 아름다움을 뽐내려고 피어난다. 때문에 꽃이 피다가 춘삼월 눈비에 얼어붙기도 하고 꽃샘추위에 더딘 발자국을 옮기기도 한다.

봄꽃은 많은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선물 하지만, 추운 겨울이 지나갔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꽃이 피어서 지지 않으면 꽃이 아니다. 꽃이 피어서 져야만 열매가 맺기 때문이다. 식물에게 꽃은 단지 씨앗을 남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러한 식물의 꽃을 보며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지만, 꽃은 식물에게 절실한 자기표현인 셈이다. 이 절실한 표현을 통해서 꽃에 나비와 벌을 불러들여 씨앗을 맺을 수 있게 도움을 받는다. 또한 벌과 나비는 꽃에서 꿀과 꽃가루를 받으며 서로가 상생하는 관계로 살아간다.

옛날 선각자들은 이러한 자연의 조화를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교훈을 남겼다. 그 말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또한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처럼 권세는 10년을 넘지 못한다는 것과 뜻을 함께 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 말도 아마 이러한 말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꽃은 피어서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떨어진다. 그 짧은 기간의 아름다움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권력을 잡고 명예를 얻은 자리에 머무르는 기간을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러한 자리를 열망하는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를 채찍질하도록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나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을 반드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권세가(權勢家)의 길을 걷겠다는 사람들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또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을 더욱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이 선거 후 부정한 방법이 탄로나 추풍낙엽처럼 추락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옛날 우리의 농촌 풍속도는 기제사(忌祭祀)가 들고 생신만 있어도 동네 어르신들을 초청하여 많지 않은 음식이나마 나누어 먹고 이웃을 아끼는 마음이 한결 같았던 때가 있었다.

이웃집의 별난 음식에 초대된 어르신들은 깨끗하고 정갈한 의복으로 갈아입고 마을길에 나서면, 젊은이들은 어르신들을 대하면서 허리 굽혀 정중히 인사했다. 그러니 공자가 뗏목이라도 타고 조선에 가서 예(禮)를 배우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물밀듯 편리한 서양의 문화가 들어오면서 오래도록 간직해야 할 어른 존경심은 이와 반비례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정작 내 자식에 대한 예절교육은 자기 스스로가 소홀히 하여 안타깝기 그지없고 개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학구열은 점점 높아져 자식에 대한 학업에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면서도 간직해야 하고 세계인에게 자랑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인사 교육은 오히려 등한히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지금의 아이들은 어른을 만나면 장난기 어린 자세로 허리도 굽히지 않고 단 한번 ‘안녕하세요’하는 너무나 일반화되고 정성이 담기지 않은 행태로 아무런 존경심과 거리낌 없는 인사를 하고 지나치는 모습으로 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누구의 책임이라고 전가할 때가 아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 모두의 책임이라는 데는 재론(再論)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내 자식에 대한 학업도 중요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인성(人性)을 중요시해온 과거를 다시 한 번 되새겨 자랑스러운 인사 교육이 하루 빨리 우리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해야만, 자랑스러운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는 고귀한 명예가 공고히 뿌리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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