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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웃 사랑의 작은 발걸음

2019년 05월 04일(토) 17:18 [온양신문]

 

ⓒ 온양신문


↑↑ 배방고등학교 3학년 김지영

ⓒ 온양신문

지금까지 학교생활에서 이루어진 봉사는 교육과정으로 실시한 청소나 단순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한 활동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우리에게는 대학 입시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었고, 봉사는 어느새 뒷전이 되었다.

우리들의 마음 한편에는 항상 진정한 봉사에 대한 갈증이 남아있었다. 그냥 시켜서 하거나 봉사 시간을 바라고 하는 봉사가 아니라 ‘사회 또는 타인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몸과 마음을 다하여 헌신하는 행위’, 즉 자원봉사라는 말의 뜻 그대로의 봉사 말이다.

하지만 혼자서는 그런 봉사를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공부에 이리 치이고, 수행평가에 저리 치이느라 바쁜 우리들에겐 너무 어려운 과제였다. ‘어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런 질문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라면은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젝트다.

2019년 4월 27일 토요일, 배방 고등학교 3학년 7반 학생 13명과 담임 교사가 함께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위치한 늘푸른마을노인요양원에 발걸음 했다. 7반 학생들이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 온 라면을 기부하기 위해서이다.

배방고 3학년 7반은 ‘라면은 사랑을 싣고’라는 이름의 기부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학기 초부터 라면을 주기적으로 모아왔다. 누구나 집에 하나쯤 있고, 학생들이 부담 없이 낼 수 있는 ‘라면’을 모아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한 후 자원봉사도 함께 하자는 계획이었다.

아직 학기 초라 데면데면했던 학급의 협동심을 기르고, 이웃을 돕는 일을 함으로써 학생들 개인의 자존감도 향상시킬 좋은 기회였다. 처음 시작은 담임 선생님의 아이디어에서부터 출발했지만, 아이들은 이 듣도 보도 못한 재밌는 기부 프로젝트에 점점 애정과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다.

모두가 한 봉지, 한 봉지씩 가져온 라면들이 교실의 캐비닛에 쌓여가는 것을 보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왠지 모를 뿌듯함 또한 함께 쌓여갔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라면들이 어느새 100봉지였다.

이 날 학생들은 ‘라면은 사랑을 싣고’라는 이름으로 라면을 기부한 후 계획해두었던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 참여하였다. 커다란 명화를 30조각으로 나누어 각각 색칠한 후 퍼즐처럼 맞추는 협동화 완성하기, 풍선 놀이, 환경 미화 등의 활동을 통해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몸을 낮추고 어르신과 눈을 맞추며 천천히 함박웃음으로 대화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반에만 있었다면 결코 보지 못했을, 참 따뜻한 모습이었다. 자원봉사는 남을 돕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나와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 날 우리가 서로의 새로운 얼굴을 마주친 것처럼 말이다.

늘푸른마을노인요양원은 학교에서 꽤 멀리, 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선뜻 학부모님 세 분께서 차량봉사를 해주셨다. 만약 요양원에 갈 수 있는 차편이 없었더라면 자원봉사는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반 친구들만 자원봉사를 한 것이 아니다. 이 날 차량 봉사를 해주신 학부모님들 또한 큰 힘을 보태주신 것이다. 작은 것 하나도 스스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두 누군가의 손길이 한 번씩 닿아있다. 감사함이 담긴 아이들의 눈빛에서 그것을 이미 깨달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학년 7반은 6월에 또다시 노인 요양원 봉사를 계획하고 있다. 따뜻한 마음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학급에서 서로서로 손 마사지를 연습하여 할머니·할아버지의 손을 야무지게 주물러드리겠다는 것이다. 학기 초 무기력하던 반의 분위기는 어느새 스스로 한 가지라도 더 해보고자 하는 활발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의 바탕에는 ‘라면은 사랑을 싣고’ 프로젝트가 자리 잡고 있음이 분명하다.

봉사를 마치고 집에 가는 차를 기다리는 동안, 내 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말했다. ‘혼자 하는 기부, 혼자 하는 봉사가 아니라 이렇게 반 전체가 함께 하니 너무 좋다’고 말이다.

잠시 학교 공부에서 벗어나서 가끔 이런 활동을 하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다며 고개를 주억거리자 대화를 듣고 계시던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런 활동들이 다 공부지, 뭐. 이런 값진 경험 하나하나가 모여서 인생의 좋은 토대가 되는 거야.”

요즘 현대 사회에서는 쉽게 잊히는 것이 많다.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이나 ‘우리 주변의 이웃을 돕는 것’의 가치 같은 아주 간단한 것조차 과소평가되곤 한다. 하지만 이런 가치들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더욱 빛을 발한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보석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밭의 좋은 거름이 되어 훗날 멋진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 날 우리가 한 활동들, 그리고 앞으로 할 활동들 또한 그러하다. ‘같이’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능동적인 기부·봉사 문화가 배방고 3학년 7반의 ‘사랑을 싣고’ 널리 퍼져나가길 바라본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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