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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충사는 현충사, 정치는 정치, 있는대로 놔둡시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현충사 관련 발언의 파문은 의외로 곧바로 진정된 모습이다. 유 청장 측의 발빠른 사태수습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작금 큼직큼직한 사건·사고들이 연일 매스컵을 뒤덮다보니 상대적으로 이슈에서 벗어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곱씹어 볼수록 유 청장 발언이 가져다준 쓰나미 같은 충격파는 아직도 이성의 변두리에서 감성을 삐죽삐죽 자극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광화문 현판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현충사를 예로 들었다는 것인데 현충사가 그렇게 가볍게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존재 밖에 안되나? 그가 일개 공무원도 아닌 이 나라 문화재에 얽힌 역사와 그 가치를 밝히고 보호해야 하는 정부기관의 수장이었다는 데 충격이 더 컸던 것이다. 과거 매년 다례행제 때마다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오네, 방탄차를 타고 오네 하면서 요소요소마다 경호인력을 배치하고, 각급 학교에서도 대통령의 불시 방문을 염두에 두고 4.28 하루만큼을 쓸고 닦고 광내고 해서 시민과 학생들이 모두 불편하고 피곤했던 것이 그때 그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그만한 관심을 가져주는 곳이라 해서 은연중 자부심까지 느꼈던 것이 그 당시였다. 그런데 소위 문민정권으로 바뀌면서부터는 총리로 바꿔 내려오더니 그마저도 점점 시큰둥 하는 듯 하다가 급기야 장관행차로 바뀌고 말았던 것이다. 장관행차라도 그게 어디냐고 반문하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이 어디 특정한 지역이나 특정한 당파를 위해서 살신성인 했었나? 안에서는 저들끼리 지지고 볶고, 밖에서는 호시탐탐 이 땅을 집어삼키려고 집적거리는 왜에 탁월한 선견지명과 전술과 전략 그리고 구국의 일념으로 거북선을 만들고, 학익진을 펼치고, 적탄에 맞아 숨지면서까지 이 나라를 지킨 분 아니신가? 아무튼 현충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정치권, 위정자들의 시선은 이런 역사적 사적마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 올렸다 내렸다 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떨쳐낼 수가 없다. 매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충무교를 건너오던 수학여행단의 긴 버스행렬 중 ‘박정희 기념관’을 보기 위해 온 버스는 몇 대나 되었을까? 지역 토박이를 자처하는 많은 시민들조차도 ‘현충사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이라는 말은 금시초문이었다. 뒤늦게 현충사가 어떻게 지금처럼 세워졌는가 상세히 밝히라는 일부 국민들의 요구를 받고 조선 숙종 대부터 지난 1970년대까지 ‘현충사 탄생의 비밀’을 다시 되새김질 하다보니 문득 회의가 엄습한다. 뭐 하나 덧입혔다고 ‘내 공덕’ ‘네 과오’ 하려면 차리리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더라도 그대로 놔두라고 하고 싶다. 그게 문화재를 오래 보존하는 방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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