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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호 (04. 2. 16.월) ‘깎을 때마다 늘어나는 행복’

2007년 06월 24일(일) 19:32 [(주)온양신문사]

 

 

‘깎을 때마다 늘어나는 행복’

돈벌이 보다 봉사가 더 좋은 가난한 이웃의 이발사

용화동 훼밀리이발관 김소진씨

 

  “선생님, 김장 안하셨지유? 우리 배추를 가져다가 김장 하셔유. 우리 배추가 맛도 좋구유 소독도 하지 않아서 그냥 먹어도 좋아유."

“선생님, 무는 우리 것을 가져 가셔유. 우리 동네에서 우리집 무가 제일 맛있어유."

  죽산리 1구 주민들이 서로가 배추와 무를 주겠다고 합니다. 김소진 씨는 연신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그러나 머리를 다듬는 손은 조금도 쉴 새가 없습니다. 어떤 이는 고구마 한 자루를 이고 와서 김소진 씨 앞에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한마디합니다.

“우리 고구마는 그냥 까먹어도 맛있어유."

  유난히 고구마를 좋아하는 아내의 얼굴을 한 번 바라봅니다. 미용사인 아내 역시 옆을 돌아 볼 여유 없이 부지런히 할머니들의 머리를 다듬고 있습니다. 죽산리 1구 어르신들의 이발이 끝나자 김소진 씨는 아내와 함께 서둘러 ‘행복한 집'으로 달려갑니다. ‘행복한 집'에는 거동을 할 수 없는 노인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김소진 씨와 아내는 일어나 앉을 수 없는 노인들의 머리를 깎기 시작합니다. 노인을 부축하고 있는 최호준 목사님의 얼굴에 자꾸 웃음이 피어납니다. 오 갈데 없는 노인들을 돌보기 시작한 후 가장 어려웠던 것이 노인들의 이발이었습니다. 똥을 싸면 치우고 닦아드리면 되는데 이발은 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발소에 모시고 갈 수도 없는 형편이어서 미용사를 불러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런 딱한 소식을 들은 김소진 씨는 두 번 째 일요일이 되면 이발소 문을 닫고 ‘행복한 집'으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행복한 집'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집이 되었습니다.

  김소진 씨가 달려가는 곳은 죽산리와 “행복한집”뿐이 아닙니다. 용화동 동사무소에서 거동을 못하는 세 가정을 선정해 부탁을 하자 김소진 씨는 또 달려갔습니다. 초사리 꼭대기집에 사시는 80세가 넘은 부부를 찾아갈 때면 초코파이 한 상자라도 들고 갑니다. 주공2단지 아파트에는 앞을 보지 못하는 1급장애인이 있습니다. 그 장애인은 김소진 씨가 찾아 갈 때마다 유난히 주문이 많습니다.

“머리를 예쁘게 깎아 주세요. 잘 어울리게 아주 멋지게 깎아주세요." 그리고는 자꾸 머리를 만져 봅니다. 그러면 김소진 씨는 이발하다 말고 그 장애인을 잠시 바라봅니다. 그 장애인이 또 묻습니다. “잘 어울려요?" 김소진 씨는 대답대신 눈물을 떨어뜨리고 맙니다. 앞을 보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머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볼 수 없으면서도 예쁘게, 멋있게 깎아달라는 그 장애인의 주문이 가슴 시린 것입니다.

  이발하는 것이 너무나 즐거운 김소진 씨, 그는 열아홉 살에 이발사가 되었습니다.

  그에게는 단골이 아주 많습니다. 가난하고 거동을 못하는 장애인들뿐만이 아니라 유명인사들 중에도 그의 단골이 많습니다. 젊은 시절 충무로 이용계에서 스타였던 명성을 나이가 들었다고 잃을 수는 없습니다. 아니 나이가 들수록 더 빛나는 것이 이용기술입니다.

  김소진 씨는 30년 동안 사람들의 머리를 만지며 살았습니다. 요즈음 들어 손님들의 머리를 깎을 때마다 삶이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며칠 전 생명이 며칠 남지 않은 암 환자의 머리를 깎아 주던 날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 환자는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밥을 먹을 수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김소진 씨 생각으로는 아예 머리를 박박 밀어버리는 것이 환자 자신에게 더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환자는 머리를 너무 짧게 자르지 말아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래서 김소진 씨는 또 생각을 합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이발사가 될 거야.'

  이발사 김소진 씨는 참 행복합니다. 하루하루가 너무나 즐겁습니다. 그러나 김소진 씨에게도 시련은 있었습니다. 삶의 굴곡이 남들보다 더 깊었습니다.

  김소진 씨의 동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형님, 형님의 인생은 참 파란만장합니다. 그런데 좌절하지 않고 잘 헤쳐나가셨습니다. 저는 형님을 존경합니다."

  가족들에게 존경을 받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족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은 커다란 성공을 이룬 사람입니다.

  형님을 존경한다는 동생의 말에 김소진 씨는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김소진 씨는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입니다. 이용기술을 남보다 일찍 배웠습니다.

  이발관에 취직을 하자 대학에 다니는 형의 뒷바라지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동생들까지 대학공부를 시켰습니다. 김소진 씨는 형제들에게 기꺼이 밀알이 되었습니다. 형님과 동생이 박사학위를 받는 동안 김소진 씨는 열심히 돈을 벌었고 이발박사가 되었습니다. 김소진 씨의 마음은 언제나 기쁨과 보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너무나 즐겁게 일했기에 김소진 씨에게는 특별한 운동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삶이기에 후회도 없습니다. 김소진 씨의 선한 일들이 알려지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김소진 씨는 어떤 요청에도 거절하지 않습니다. 불쌍한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언제든지 달려갑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이 초라해 보이지 않도록 더 정성껏 더 멋지게 이발을 해줍니다. 머리를 깎아줄 때마다 김소진 씨는 더 행복해집니다.

  요즈음 김소진 씨는 바빠졌습니다. 용화동 훼밀리이발관을 확장할 계획에 마음이 먼저 분주합니다. 12월 한 달은 훼밀리 이발관을 직원에게 맡기고 잠시 온양관광호텔 사우나 이용원에서 가위를 잡았습니다.

  수입은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봉사가 중단이 되었고 안타까운 마음을 어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김소진 씨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돈보다는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12월이었습니다.

  김소진 씨의 그런 마음은 아름다운 향기가 되어 퍼져 나갑니다. 이제 훼밀리이발관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도 김소진 씨가 하는 선한 이들을 거들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려운 이웃이 부르면 언제든지, 어디든지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는 김소진 씨, 그런 멋진 사람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동화작가 박은자가 만난사람

온양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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