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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詩] 세모(歲暮)

2017년 12월 06일(수) 10:37 [(주)온양신문사]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올 나이트’ 한다면서
혀를 꼬부리던 말이
왠지 머쓱하게 느껴진다.
일 년에 어느 날만은
자정을 넘겨 거리를 쏘다녀도
잡아가지 않던 축복의 밤이었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리고
섣달 그믐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던
할머니의 말씀이
동화의 한 대목처럼 들리기도 했다.

외투 깃을 세우고
표연히 거리로 나서면
전파상에서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마음을 뜨겁게 달구고
문방구 앞 유리창에 걸린
붉은 색 카드와 연하장은
허허로운 가슴을 살갑게 채웠다.

이제는 손글씨가 사라지는 세상
사람들의 손에는 붓 대신
네모 난 요술 상자가 들려 있지만
오가는 인정은 예전만 못하다.
아무리 사람의 머리를 대신한다 해도
기계는 역시 기계일 뿐......
사랑의 혈류는 흐르지 않는다.

싸늘한 바람이 목덜미를 적시고
메마른 공기가 목구멍을 따갑게 해도
웨딩 마치 이끄는 아버지의 손결처럼
따스한 체온이 스며드는
그런 세상을 일구고 싶다.


↑↑ 전홍섭(시인· 교육칼럼니스트)

ⓒ 온양신문

※시작 노트: 시대가 사람을 가르친다는 말이 있다. 통금이 있던 시절, ‘올 나이트(All-night)’ 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공식적으로 통금을 해제한 날이니 마음껏 거리를 활보해도 누가 잡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나 제야의 밤이 되면 수많은 인파로 거리가 넘쳐흐른다. 지금이야 매일 밤거리를 헤매도 시비할 사람이 없지만 그 시절에는 한해의 특별한 날에만 맞을 수 있는 초콜렛 같은 밤이었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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