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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자가 존경 받는 사회

2017년 07월 26일(수) 14:40 [(주)온양신문사]

 

↑↑ 이상욱(전 서산시 부시장)

ⓒ 온양신문

요즘 갑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프랜차이즈 운영에 있어 본사의 갑질이 정도를 넘어서고 대기업 회장들의 운전기사에 대한 갑질이 고약해보인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있는 자와 가진 자들이 주도권을 쥐는 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에 대한 예의까지 접을 일은 아니잖은가? 청빈(淸貧)도 좋지만 청부(淸富)는 사회에 막대한 자양분을 뿌린다. 우당 이회영 선생의 삶을 돌이켜보면 부의 사회 환원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깨닫게 된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뜻있는 애국지사들은 대성통곡했다. 당시 시국을 궤뚫어 본 이회영 선생은 독립투쟁을 결심했다. 그의 집안은 조선시대 대대로 삼한갑족으로 통하는 거부가문이었다. 명동성당 아래 거의 모든 땅을 소유하고 있었다.

1910년 한일합방이 이뤄지자 우당 선생은 전 재산을 정리해 6형제와 함께 만주로 출발했다. 전답과 토지 심지어 조상을 위한 위토(爲土)까지 정리해 현금화했다. 나라가 망했는데 조상의 제사는 의미가 없다는 결정이었다. 그를 따른 식솔 중에는 과거 가문의 노비들이 많았다. 이미 노비문서는 불태운 지 오래였으나 선생을 존경한 노비들은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운다. 학교지만 수업료는 무료였다. 우당 선생이 마련한 군자금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다. 신흥무관학교 출신들은 북로군정서와 서로군정서, 각종 의열단으로 퍼져나가 일제에 대한 무장 항쟁의 기수로 활약했다.

우당 선생의 기개는 대단했지만 일제와 만주 군벌들의 압력에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선생은 대련형무소에서 숨졌고 둘째 형 이석영은 상해에서 굶어 죽었으며 철영, 건영, 호영 등 형제들도 모두 독립운동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가문의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쾌척하고 모든 형제가 몸을 불살랐지만 지금 우당 선생 기념관은 개인의 사비로 건립되었고 국고의 지원도 형편이 없다고 한다. 물론 우당 선생은 훗날의 호사를 바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육군사관학교를 다니면서 우당 선생이 세운 신흥무관학교의 내력을 듣고 큰 감명을 받았다. 전방에서 지휘관으로 근무 할 때도 선생의 선공후사(先公後私)와 애국정신을 늘 가슴에 새기면서 생활했다. 필자 뿐만 아니라 수많은 군인들이 선생의 존재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을 것이며 앞으로도 길이 받게 될 것이다.

우리의 아픈 근세 역사 속에 을사오적을 비롯한 매국노들도 있지만 우당 이회영 선생을 비롯한 의로운 이들도 많다. 매국노의 후손들이 그 당시 선조들이 소유했던 토지를 되찾기 위해 국가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분노가 솟구친다.

당대 최고의 부자였지만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처분하고 만주로 떠난 우당 선생 가문의 현실은 과연 어떠할까? 남은 가족도 껍질뿐인 명예만 쥐고 산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러나 역사는 옳고 그름을 분명히 기억한다. 비록 당대의 고통이 극심했을지라도 우당 선생의 고결한 정신은 천년이 지나도 우리 민족정기 안에 녹아 흐르고 있다. 그에 반해 일제에 굴종하고 그 대가로 후손들까지 풍요의 젖줄을 놓지 않는 매국노들의 이름 또한 오래오래 오명으로 기억되리라.

부자들이 존경 받는 사회야말로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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