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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디선가 본 듯한 한반도의 현실

2017년 08월 30일(수) 11:35 [(주)온양신문사]

 

↑↑ 이상욱(전 아산시 재향군인회장)

ⓒ 온양신문

우주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미국에 맞서 아득바득 맞장을 뜨자고 덤비는 북한의 배짱은 벼랑 끝 전술에서 나온다. 전쟁이 일어나 북한이 멸망하더라도 한국과 일본은 무사하겠느냐는 이판사판 마구잡이 샅바싸움이다.

금방이라도 치고받을 것처럼 으르렁거리면서도 미국과 북한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협상의 실마리를 찾는 중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건너뛴 ‘코리아 패싱’이란 말도 나온다.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다면 고려할 수도 있다는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의 발언은 충격적이다. 배넌은 곧바로 경질됐지만 미국 정치인들의 시각과 판단은 언제나 자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틈바구니에 낀 한반도의 운명은 참으로 가혹하다. 일본의 강점기도 그렇고, 2차 대전 종전 후 미국과 소련의 진주, 민주 진영과 공산 진영으로의 분단, 한국전쟁과 휴전, 그 모든 역사가 우리 민족 뜻대로 이뤄진 게 없다.

역사의 저 편 임진왜란의 전개과정을 보면 소름이 쫙 끼친다. 21세기 한반도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전국시대의 패권을 거머쥔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밖으로 눈을 돌려 대륙 원정을 꿈꾼다. 명나라를 치기 위해 조선의 길을 빌려야겠다면서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킨다.

건국한지 정확히 200년이 된 조선은 성리학에 매몰된 문사들의 나라였다. 대국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로 주체성도 휘발된 상태에서 일본군은 쓰나미처럼 순식간에 조선반도를 휩쓸었다. 임금은 수도를 버리고 압록강까지 뺑소니를 쳤고, 여차하면 명나라로 튈 궁리만 했다.

수많은 의병들이 봉기해 저항했고, 바다의 충무공이 영웅적인 구국의 리더쉽을 발휘한 까닭에 일본군의 기세가 꺾였고, 명나라 원군이 대거 진입해 전세가 뒤집혔다.

명군과 일본군이 한반도의 허리께에 대치하면서 숨고르기를 할 동안 비밀리에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명의 심유경과 일본의 고니시는 조선의 분할을 조건으로 종전 협상을 한 것이다.

그들은 서로 더 이상의 전쟁을 원치 않았다. 피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고니시는 전라, 경상, 충청 하삼도의 지배를 원했다. 심유경은 제 맘대로 그런 휴전선을 그리려고도 했다. 삐끗했으면 오늘날의 휴전선은 까마득한 400여 년 전 임진왜란 때 그어질 뻔했던 것이다. 물론 이때도 코리아 패싱이었다. 오늘날의 정세와 너무나 흡사하다는 사실에 전율을 금치 못한다.

임진왜란 이후 명나라와 후금(청나라)의 힘겨루기를 지켜보며 외교의 곡예를 하던 광해군은 오늘날 개혁적인 군주로 재평가 받는다. 그러나 그 당시 조선의 정치인들은 대국 명나라의 환상을 버리지 못했다. 만주의 여진족인 후금을 오랑캐로 여겨 명나라에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쪽이 대세였다.

그리하여 인조반정이 일어나고 광해군과 집권 대북파는 축출된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명나라를 무너뜨리고 대륙의 지배자가 된 후금은 국호를 청나라로 바꾸고 조선을 응징한다. 1627년 정묘호란에 인조는 강화도로 피신했고, 1636년 병자호란을 당해서 인조는 삼전도의 굴욕을 당해야 했다.

지배층의 그릇된 역사관과 정세판단이 나라의 운명을 저 지경으로 훼손한 것이다. 훈구파와 사림파,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으로 갈린 붕당정치는 조선 500년 내내 지속되어 국가의 발전을 저해했다.

이념은 다를지라도 어지러운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 민족과 국가의 자존심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한 방향을 선택하는 정치인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5천만 국민이 똘똘 뭉쳐도 현재 한반도의 정세를 헤쳐가기 쉽지 않은 판국 아닌가? 이제 더 이상 서럽고 분한 역사의 상처를 다시 입어서는 안 될 일이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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