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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종대왕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서울 경복궁에서 아산 온양행궁까지 103㎞

2017년 08월 25일(금) 17:08 [(주)온양신문사]

 

↑↑ 심종우(아산시 공간정보팀장)

ⓒ 온양신문

마라톤에서 42.195Km의 정확한 거리는 어떻게 측정할까? 누구나 한번쯤은 궁금할 만한 질문이다. 자전거 앞바퀴에 ‘존스카운터’라는 계측기를 달고 선수가 달리는 최단 가능주로를 따라 거리를 재는 ‘구경자전거 측정법’을 3~4회 반복해 정확한 거리를 측정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일찍이 조선시대에 이러한 과학적인 계측방식으로 거리를 측정한 사실이 있고, 거리측정의 정확도가 높아짐으로 1463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실측지도인 ‘동국지도’를 만들었다.

이런 사실은 ‘동국지도’가 나오기 이전에 세종이 온양행궁으로 행차하는 과정에서도 알 수 있다.

세종실록 내용을 요약하면, 평소 종기와 눈병치료를 위하여 온수현(지금의 아산)을 자주 찾으셨던 세종이 1441년(세종23년) 3월 17일 온수현 행차에 처음으로 ‘기리고(記里鼓)’를 사용했는데 작은 수레가 1리를 가면 수레 위 나무인형(木人)이 스스로 북을 쳤다고 기록돼 있다. 이 ‘기리고’가 실린 작은 수레를 ‘기리고차(記里鼓車)’ 또는 ‘기리고거’라고 한다.

확실한 년도는 알 수 없으나 세종의 명을 받은 장영실이 중국에 있었던 거리측정장치를 들여와 개량된 ‘기리고차’를 만들었고, 이날 처음으로 경복궁에서 온수현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다.

‘기리고차’는 수레의 바퀴에 맞물린 3개의 크기가 다른 톱니바퀴의 회전수에 따라 거리가 측정되는 반자동 거리측정기로 ▲둘레가 10자인 수레바퀴가 12번 회전하면 아래 톱니바퀴(하륜)가 1번 회전해 총 120자를 이동한 것이 되고 ▲아래 톱니바퀴가 15번 회전하면 중간 톱니바퀴(중륜)가 1번 회전하여 총 1천800자를 이동한 것이 되며 ▲중간 톱니바퀴가 10번 돌면 맨 윗바퀴(상륜)가 1번 회전해 총 1만 8천자를 이동한 것이 되는 원리이다.

이때 지나온 거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수레가 0.5리(150보)를 가면 종이 1번 울리고, 수레가 1리(300보)를 가면 종이 여러번 울리게 하였으며, 수레가 5리(1천500보)를 가면 북이 1번 울리고, 10리(3천보)를 가면 북이 여러번 울리게 돼 이 횟수를 기록하여 거리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1430년 세종이 표준척을 제정하여 6자(尺)를 1보(步)라 했고, 300보를 1리(里)라 했는데, 여기서 1자의 길이가 지금의 20.795㎝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서울 경복궁에서 아산시 소재 온양행궁까지의 거리가 약 103㎞인 것으로 보아 10리를 알리는 북소리가 27번 울리고 마지막으로 0.5리를 알리는 종소리가 1번 울렸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아산시 인주면에 장영실의 ‘시조묘(아산장씨)’가 있고, 배미동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장영실과학관’이 있으며, 인주면과 영인면, 둔포면을 관통하는 ‘장영실路’ 등이 있어 아산시는 조선의 과학자 장영실을 대표하는 지역임에 틀림이 없다.

또한 세종께서는 이곳 아산이 21세기에 장영실의 능력과 업적을 재조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첨단과학도시가 될 것을 예상하셨는지 그가 만든 기구를 가지고 온수현까지의 거리를 측정하셨다고 하니, 당시 두 분의 행적과 아무런 상관관계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세종대왕과 장영실 사이에 아산이라는 가교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산시의 지적업무를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 사료가 존재한다면 1441년 3월17일 경복궁에서 온수현으로 이동한 ‘기리고차’의 궤적과 그 이후 활용사례를 찾아 우리나라 지적사(地籍史)와 과학사(科學史의) 한 페이지를 찾아주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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