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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호 (02. 10. 1. 화)둔하고 부지런한 자는 총살감

2007년 06월 20일(수) 22:11 [(주)온양신문사]

 

 

둔하고 부지런한 자는 총살감

 

윤 세 환(아산시정개발단장)


독일 군사 속담에 똑똑하고 게으른 자는 사령관 감이고 똑똑하고 부지런한 자는 참모 감이며 둔하고 게으른 자는 졸병 감이지만 둔하고 부지런한 자는 총살 감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괜찮은 사회적 가치를 부여해 주고 있는 ‘부지런하다’는 말이 상기 속담에서 볼 때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어리석음과 부지런함이 합쳐져 잘못되면 오히려 문제만 만들어 놓아 많은 사람들을 죽음의 위기로 몰아 넣을 수도 있기 때문에 총살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통하여 사전에 예방함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정말 합리주의적 성향을 지닌 독일인들의 면모를 잘 대변해주는 속담이라 하겠다.


그런데 요즈음 이 말이 자주 나의 뇌리를 헤집고 다니면서 종종 세상에 대한 개탄의 소리로 변신하곤 한다. 특히 일하지 않으면서 일하는 척하는 정치 패거리들의 작태를 보면 그 ‘개탄의 소리’가 나도 모르게 ‘욕설’로 튀어나온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인가 욕설도 이젠 제법  리듬을 타고 있다. 어떤 친구 이야기로는 그게 한국 사회에서 사는 재미라나? 하기사 그런 재미도 없으면 정말 사는 의미를 찾아보기 힘든 세상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가슴이 미어지는 것은 ‘내가 태어나고 내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이 땅인데’하는 생각에 속없이 저려오는  안타까움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평소 내가 존경해오던 모 지방자치단체장의 사견(私見)을 빙자한 언론 장난은 욕설에 대한 더 이상의 어떠한 자제력도 남겨 두지 못하게 했다.


10년 전부터 도청을 이전한다고 본인 스스로 조례도 만들고 도청 이전 기획단도 설치하는 등 온갖 일을 다 벌려와 놓고, 지금 와서 뚱단지 같이 도청을 이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니 도대체 정신이 제대로 된 사람인지 어안이 없을 뿐이다.


그 사람이 저질러 놓은 일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공무원들이 고생했으며,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수고하였는가.


만일 정말로 도청을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왜 10여 년 동안 그 일을 추진해왔으며 도청 이전을 위한 연구용역은 수억원을 들여 왜 또 2차례씩이나 발주하였는가? 도청 이전을 위해 발주한 연구 용역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도청 이전이 바람직하지 않다니 자기 혼자서 200만 도민의 도청을 옮기고 말고 하는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반 시민이라도 그런 짓을 했다면 몰매를 맞을 법 한데 하물며 수백만 시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사람이 야비하게도 사견이라는 너울 속에 그런 이야기를 아무 스스럼없이 하는지 기가 막힌다. 한 사람의 어리석음과 욕망 때문에 얼마나 많은 선량한  시민들이 혼란에 빠지는 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단체장으로서의 리더쉽이 갈대처럼  흔들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혹시 그 사람은 자기가 지체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번복하는 말을 함부로 해도 된다고 착각하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만일 그렇다면 그는 마땅히 단체장 직을  사임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좋은 의사를 찾아보는 것이 그 사람이 해야 할 일 일 것이다. 


왜냐하면 민선시대에는 민의(民意)를 대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람을 단체장으로 구하지, 자기도취에 빠져 이랬다 저랬다 일 만 벌려 놓는 사람은 원하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모두 하나의 시민일 뿐, ‘나는 무엇이다’라는 것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는 자신도 모르게 나는 무엇인데 하고 생각하며 처신하게 되는데 이럴 때에는 본인 스스로는 자신의 모습을 잘 보지 못하기 때문에 참모들이나 주위 사람들 내지는 언론에서 그 실상을 바로 말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자세일 것이다.


내가 평소 존경하던 한 사람의 흩트러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심히 괴롭지만 나도 모르게  왠지 모두(冒頭)에서 말한 독일 사람들의 지혜에 다시 한 번 손바닥을 치게 된다.


온양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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