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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추경이 아니라 경제하려는 의지다

2016년 12월 15일(목) 15:53 [(주)온양신문사]

 

↑↑ 강태혁(국립 한경대 교수)

ⓒ 온양신문

추가경정예산편성 얘기가 솔솔 나온다. 엊그제 한국개발연구원은 내년도 경제전망을 말하면서, “2017년 중 경기개선이 지연되거나 추가적인 둔화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재정확장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또한, “필요하다면, 내년 상반기라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밝혔다는 보도다. 2017년도 예산을 국회가 통과시킨 것이 엊그제다. 편성된 예산은 아직 한 푼 써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쓸 돈이 모자란다는 얘기인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반복해 왔다. 사회의 모든 문제를 재정으로만 해결하려는 행태 말이다. 기업가와 근로자 등 경제주체들 간의 첨예한 이해대립도 그랬고, 미숙한 정치력 때문에 빚어지는 여러 사회갈등도 정부예산으로 막았다. 난마처럼 얽힌 정치적 이해관계도 해결방안은 국가재정에 손을 벌려왔다.

금방 서로 멱살잡이까지 갔던 여야의원도 세비를 올리자는데 대해서는 배짱이 맞았고, 총재정규모를 줄이느니 늘리느니 싸움하던 의원들도 자기 지역구 사업의 예산에 대해서는 서로 눈감아주는 것이 동업자 정신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립하거나 갈등을 빚거나 이해가 갈리는 문제에 대해 당사자 간의 합의나 타협의 방법으로는 해결해 낼 수 있는 정치력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력 부족이 문제다. 그 비용은 모두 꼬박꼬박 세금 잘 내는 말 없는 대다수 국민의 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가 앓고 있는 질환을 대증요법으로 치유할 수는 없다. 그러니 소비가 안 되고 투자가 안 된다고 총수요 늘린다는 명분으로 정부지출을 확대하자는 얘기는 공허하다.

문제는 경제주체가 너 나할 것 없이 경제하려는 의지가 부족한데 있다. 수요측면이 아니고 공급측면에 암덩어리가 있다는 말이다. 소득이 늘어날 것 같지 않으니 소비하려는 심리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니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다.

임시방편적으로 정부지출을 늘린다고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투자심리가 회생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 총수요로서 다스리려 할 것이 아니라 공급측면에 막혀 있는 혈을 뚫어야 한다. 경제활동의 기본이 되는 게임의 룰을 바꿔줘야 한다. 구조조정이 답이다.

5.16 군사혁명 직후 박정희정권은 경제개발에 온 힘을 기울였다. 군사혁명의 정당성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이 최고의 국정목표가 됐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의 박정희 의장은 몸이 달아 경제기획원 간부에게 물었다.

“왜,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거요? 경제기획원에 책임이 있는 것 아니오?”
그러자 질문을 받은 경제기획원 과장이 이렇게 대답했다.

“경제에서 가장 나쁜 것은 불확실성입니다. 지금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요? 분명히 말씀드려서 그것은 혁명군이 다시 군대로 복귀할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해서 초래되는 사회적 동요 때문입니다.”

이 대답에 잔뜩 화가 난 국가재건최고회의 위원 한 명이 주머니 속에서 권총을 꺼내들고 소리쳤다.
“너, 이 자식 어디다 대고 함부로 지껄이는 거야?”

그러나 경제기획원 과장은 이에 겁을 먹거나 굴하지 않고 응답했다.
“제 답변에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저는 단지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산업화 초기 옛 경제부처의 관료들은 경제를 살린다고 단지 돈줄 푸는 방법으로만 접근하지는 않았다.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근원적인 요인을 지적하고 뜯어 고치는데 소신을 다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경제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이해당사자간 발생할 갈등을 극복해낼 각오 없이 관습적으로 경기가 어려우면 재정이 돈을 푸는 방법으로 대응하는 경제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정책에 특별히 쉬운 방법은 없다. 그 만한 대가가 뒤따르게 되기 때문이다. 재정지출로 토건사업을 더 벌이는 것은 안 그래도 목에 찬 국가부채가 더 늘어날 뿐만 아니라 부동산·건설의 거품만 더 커진다. 지속가능한 성장의 불씨가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추경을 말할 때가 아니다. 경제하려는 의지를 되찾게 해야 한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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