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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식량주권보다 농민주권이 먼저다

2016년 10월 24일(월) 13:44 [(주)온양신문사]

 

↑↑ 강태혁(국립 한경대 교수)

ⓒ 온양신문

올해 벼 수매가 시작되었다는 보도다. 누렇게 물든 들판을 보면 농부가 아니래도 마음이 행복했다. 그런 벌판의 논배미가 어느새 하나 둘씩 비워져 갔다. 가을걷이가 한창인가 했더니 기계화 덕분인가 이제 벼이삭이 서 있는 논이 몇 안 된다. 가득 차 있던 가을 논이 털갈이를 하면서 마음 한 구석 스산한 기분도 없진 않았지만, 그 만큼 농부들의 곳간을 채워주었으리라는 생각에 행복했다.

올 여름은 유독 볶아 댔다. 그늘을 찾아 무더위를 피한다고 무진 애를 썼지만 내리 쬐는 불볕 더위는 추석이 되어서야 기세를 잃었다. 그만큼 햇빛이 좋았으니 알곡 여무는 데는 그만이었을 터. 올해도 또 몇 년만에 오는 풍년이란다.

모내기 때부터 시오리나 되는 다랑이 논을 얼마나 오갔나. 볏모는 농부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는 조상님의 가르침 따라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논두렁 밟으며 풍년을 기원했다.

한 여름 논둑을 내디딜 때는 사우나 열기처럼 온 몸이 후끈거렸다. 비료 주고 농약 칠 때는 진흙 깊이 빠진 발을 악귀처럼 잡아당겼다. ‘이놈의 농사일 그만 둬야지’ 노래를 부르면서도 봄 되면 볍씨 뿌려 모판을 쳤고, 일어나면 논으로 곧장 달려갔다. 그렇게 청춘을 다 보내고 환갑을 지난 나이에 내려 받은 감투는 청년 이장이다.

온 정성을 쏟아 가꾸고 기원해서 일군 풍년이다. 그런 풍년인데 풍년이 반갑지 않다. 벼 40키로 한 가마에 35,000원을 쳐준다고 한다. 윗 배미 아랫 배미 추수해서 거둔 알곡을 수매한다고 해 봐야 비료 값, 농약 값에 모내기·벼베기로 얻어 쓴 기계 값 빼면 남는 게 없다.

추석 무렵 며칠간 예초기 들고 서울로 이사 간 박 씨네, 김 서방네 산소 벌초해서 번 품 값만도 못하다. 논농사 직불금이라고 몇 푼 받아먹긴 했지만 그건 그것이고 작년보다 못한 금을 쳐주는 벼 수매대금을 받아 쥔 손에 맥이 빠진다. 그나마 수매가격이 해마다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농사꾼의 가슴도 덩달아 내리막길을 타는 것이다.

쌀 시장은 참으로 오묘하다. 수요량을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쉽지 않지만, 정확한 생산량을 전망하기란 더욱 어렵다. 소비자들은 식량이 부족하다고 한 끼를 건너뛰질 못하고, 쌀이 남아돈다고 하루 한 끼 더 먹자는 사람도 없다.

그러니 쌀이 조금만 부족해도 난리고, 남아도 문제다. 쌀 생산량이란 것이 사람의 힘만으로는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는다. 일조량이 변덕을 부리고, 태풍과 장마가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그러니 파종면적을 정확하게 통제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파종된 면적에서 예상되는 생산량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남는 쌀을 저장해 두는 것도 문제다. 보관비, 운송비, 금융비 등 막대한 비용이 든다. 저장해서 해 넘긴 쌀은 품질이 떨어져 제 값도 못 받는다. 그러다 보니 쌀 가격은 널뛰기를 한다. 생산량이 조금만 부족해도 가격이 치솟고, 생산량이 조금만 늘어나도 가격이 곤두박질한다.

2015년 기준 벼 재배면적은 799천ha이다. 2000년도에 비해 25.5%가 줄었다. 그런데 단수가 증가되어 쌀 생산량은 2015년도 4,327천톤으로 2000년도에 비해 18.2% 줄어드는데 그쳤다.

이처럼 생산량이 줄었는데도 매년도 쌀값 하락을 걱정한다. 인구는 늘어나지 않고 1인당 쌀 소비량은 대폭 감소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이 2015년도 62.9Kg으로 2000년도 93.6Kg에 비해 32.8%가 줄었다. 그 당연한 결과는 넘치는 재고미와 쌀값 하락이다.

정부가 엄청난 예산을 써가며 비축제도를 운영한다. 그러나 비축제도로 농가소득이 증대되었다고 말하는 농민도 없다. 풍년 들어 시장가격 떨어지면 매입가격도 떨어졌고, 흉년이 들어 시장가격 오를라 치면 매입가격을 떨어뜨려 가격 오름세를 가로막았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말한다. 걱정이 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추세이다. 국민들의 식생활 패턴도 서구화되어 가고 있다. 그것이 바람직하냐는 가치판단에 대한 논란은 다음이고 그런 추세는 지금 진행되어 가고 있다. 쌀 소비량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쌀 가격안정을 위한 재정지출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식량주권보다 농민주권을 회복시켜줘야 한다. 국민의 먹거리를 우리 스스로 결정하는 식량주권은 중요하다. 그러나 식량주권에 집착하여 필요 이상의 토지를 농지로 매어놓는 것은 농민의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된다. 농지를 진흥지구니 보호지구니 지정하여 엄격히 규제하는 것은 농민주권을 침해하는 꼴이다.

더 나은 소득기회가 있는 농지라면 지구지정을 원활하게 풀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것이 농민의 소득과 자산을 증대시키고 재산권을 보호하는 길이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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