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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추석명절을 코리안 페스티벌로 발전시키자

2016년 09월 19일(월) 14:16 [(주)온양신문사]

 

↑↑ 강태혁(국립 한경대 교수)

ⓒ 온양신문

지난 여름은 가마솥 콩 볶듯 볶아댔다. 그런데 ‘언제 그치나?’했던 열대야는 그친지 오래고, 아침저녁으로 귀뚜라미 소리를 타고 신선한 가을바람이 품에 안긴다. 여름 끝자락 한 낮의 한 가닥 햇살은 아직 따사롭지만 한 풀 꺾인 더위는 기세를 잃었다.

해마다 겪는 세월의 반복이지만 이즈음만 되면 가을바람의 상큼한 유혹을 반기기 보다는 지독하게 시달렸던 한 여름의 더위가 가버린 것을 더 아쉽게 느끼는 것은 처절한 세상살이에 대한 회한일까?

유난히 더위가 극성을 부린 올 해는 추석이 너무 성급하게 다가왔다.

추석이 오면 우리 매스컴은 아직도 두 가지 메뉴로 프로그램을 채운다. 그 하나가 추석 상차림이다. 예전 추석 차례상은 한 해 농사일의 총결산이었다.

마당 한 가운데 멍석을 깔아놓고 시어머니 며느리들이 둘러앉아 햅쌀로 송편을 빚었다. 뒷산 솔잎 따다 얹어놓고 찐 송편의 향기는 은근했고, 가마솥 뚜껑 뒤집어 놓고 오색전 부치는 기름냄새가 동네 구석구석을 진동했었다. 갓 거둬들인 곡식으로 만든 음식과 햇과일로 다리가 부러질 만큼 상을 차렸다. 그러니 차례상 차리는 시어머니 며느리들의 고된 노동이 매스컴의 관심거리가 되는 것은 당연했었다.

다른 하나는 귀성길 교통난이다. 산업화·도시화로 농촌인구가 도시로 대거 이동하여 추석은 일약 민족의 대이동기간이었다. 직장따라 큰 도시로 옮겨간 아들과 딸들이 추석만을 기다리며 귀향길에 나섰던 것이다.

평소 아껴두었던 최고의 멋쟁이 차림으로 나선 귀향길은 그야말로 고생길이었다. 서울부터 부산·광주까지 길이란 길은 그냥 주차장이었다. 그러니 추석이 다가오면 텔레비전과 라디오는 귀향길 교통방송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 민족은 차례상 차리는 여성들의 고충과 눈치 없는 남편들 흉보는 이야기, 그리고 귀성·귀경길의 교통난 걱정하는 일로 추석명절을 쇠며 몇 십년을 보냈다.

이 시대 추석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예전처럼 상다리 휘어지도록 차례상을 차리는 집은 없다. 평상시 먹는 음식이 풍성하니 추석이라고 특별히 장만할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송편이며 전이며 웬만한 음식은 마트에 가면 된다.

추석이라고 특별히 멍석 깔고 앉아 닦을 놋쇠 제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제주로 쓸려고 용수 받쳐 동동주 거르거나, 햇 콩 삶아 두부물 끓일 일도 없다. 하물며 차례상을 대신 차려주는 서비스업도 있다고 하지 않나?

고향 가는 귀향길이 특별히 복잡하지도 않다. 이제는 얼마간 교통이 막히는 일이야 일상사가 되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서울서 부산까지 하루 한나절 걸리는 일도 없고, SNS정보만 잘 활용하면 고생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니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 많은 사람들은 오랜만에 해외 나들이 계획을 세운다. 인천공항이 해외여행객 들로 열병을 앓게 된다. 조상께 성묘는 추석 명절 교통난을 피해서 미리미리 다녀오면 되는 것이다.

그 바람에 우리 시골은 추석이 와도 싱겁기가 그지없다. 서울 사는 큰 아들과 며누리는 더 이상 추석에 내려오지 않는다. 왔다가도 금세 달아나 버린다. 명절을 턱밑에 두고 열린 시골학교 총동창회 체육대회가 쓸쓸하다. 맨 날 만나는 동네 술친구들이 또 한 차례 술판을 벌리는 게 전부다.

보름달 밑에서 흥겨워라 열린 동네 노래자랑에는 새터민과 외국인 근로자가 선수이고 관객이다. 우리 고향이 더 이상 우리 고향이 아닌 것이다.

추석명절을 한민족의 큰 축제로 만들어 볼 수는 없을까? 한가위 축제를 진짜 한류로 재창조해 나가면 좋겠다.

한류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리라. 혈기 왕성한 젊은 연예인 몇몇이 만들어내는 흥행거리를 한류라고 할 것인가? 어찌 젊은 아이돌 몇몇에게만 한류를 맡길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 한류가 얼마나 지탱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의 전통적 문화를 확대 재생산하는 한류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

우리에겐 좋은 소재가 많다. 추석에 벌어지는 다양한 행사들을 버라이어티 이벤트로 재구조화해 보면 어떨까? 일년 내내 벌어지는 고만고만한 많은 행사, 매번 만나는 사람만 또 만나는 그런 행사, 매번 똑같이 방문하는 내빈소개로 축제시간을 채우는 그런 행사를 모두 접어두고, 그 비용을 모두 모아서 우리 아산만이라도 글로벌 수준의 한가위 축제를 만들어 보자. 그것이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숙제, 내수를 키우는 길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쓰는 돈을 지방으로 끌어오자는 말이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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