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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대정신에 맞는 거버넌스 체제가 필요하다

2016년 07월 19일(화) 14:27 [(주)온양신문사]

 

↑↑ 강태혁(국립 한경대 교수)

ⓒ 온양신문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은 세상을 둘로 나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분이 그것이다. 세상을 이처럼 정부와 민간으로 구분하는 것은 그들만이 아닌 것 같다. 세상을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으로 구분하고 정부를 지배계층, 일반백성을 피지배계층으로 보는 정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government)라고 하는 어휘도 지배하다(govern)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정부는 지배하는 주체, 백성은 지배를 받는 객체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이 시대에도 크게 변하지 않은 듯싶다. 특히 지배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의 관리들은 그러한 생각을 바꾸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 국민을 등 따습고 배만 부르게 해주면 군소리하지 않는 개·돼지 급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고, 국가안보나 국민안위와 같은 거대 정책은 마치 자기들만이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전유물인 것처럼 교만을 부리는 것이리라.

그러나 생각해 보라! 국민을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해 줄 수 있는 무슨 재주가 정부관리에게 있단 말인가? 정부관리에게 그럴 만한 재주가 한 푼어치라도 있다면, 그 정부의 국민으로서 개·돼지의 굴욕도 참아 봄 직하다.

아뿔사! 국민의 등을 따습게 해주고 배를 불려준 정부는 우리 역사에 없었다. ‘국민의 삶은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란 진리는 경제학 원론의 가르침이다.

정부관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을 잘 쓰는 것이다. 그래야 본전이다. 그들에게 국민의 등을 따습게 하고 배를 불릴 수 있는 재주가 있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마치 본래 자기 것인데, 그 것을 국민에게 시혜나 베푸는 듯 생색 아닌가?

또 있다. 이 나라 독립도, 이 나라 국방도 그것을 가능케 했던 것은 계급장 없이 하얀 옷 입고 떨쳐나선 이 나라 백성들이었다. 사드가 왜 필요하고, 거기에 말 못할 고민이 있다는 걸 대한민국 국민 누가 모를까? 그런데 “너희가 게 맛을 알아?” 하듯 국민을 무시했다. 그런 일 없다고 열백번이고 얼버무려 놓고, 전광석화처럼 발표만 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여겼단 말인가.

국가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했다고? 무슨 극비사항을 고려해야 했단 말인가. 국민이 알면 벼락 맞을 일이라도 있었나? 무지렁이 백성 취급을 했다. ‘국민을 하늘처럼 모시겠다.’ 하던 투표장에서와는 딴판이다. 그러니까 국민이 벼락을 치는 것이다.

엊그제 멋지게 사임한 영국 총리 캐머런은 이렇게 말했다. “IT혁명으로 세세한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정보화시대에 진정 좋은 정부는 정책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투명하게 개방하고 의사결정 권한을 시민에게 되돌려 줄 때 실현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관리들은 별 것 아닌 정보까지 숨기는 데만 열심이다. 사람들이 모두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끝까지 아니라고 우긴다. 그것이 국익인 것처럼 허세를 부린다. 그리고 벼락 치듯 정책이라고 내놓는다.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던 사람만 바보가 된다. 터놓고 상의하면 정부의 권위에 금이 간다고 생각하나?

국가정책은 정부관리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오만과 무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들은 이미 너무 많은 지식과 정보를 알고 있다. 정부를 믿고 기다리는 것 뿐, 어느 것이 자기의 이익이고 어느 것이 국가의 이익인 줄도 잘 안다. 그런데도 정부관리들은 국가이익을 앞세워 힘으로 밀어붙이려고만 한다. 소통이 없다. 그러니까 국민들은 자기이익에 반하는 국가정책에 반발하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정부관리들은 지배와 피지배, 정부와 민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 시대의 시민정신에 맞는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의 정립이 시급하다. 추상적 학술담론이 아니다. 현실이다. 정부가 정책결정의 방법과 절차를 바꿔야 한다. 공공정책이 꼭 정부관리에게만 주어진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버려라. 구석구석 정부관리한테 과중하게 집중된 권력을 국민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이해관계를 가진 사회구성원이 두루 참여할 수 있게 하라. 그리고 서로 소통하고 이해를 조정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통합적인 정책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단지 정부기관만이 아니다. 정당한 근거도 없이 힘없는 백성 앞에 군림하는 권력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회 곳곳에서 공익의 탈을 쓰고 힘도 줄도 없는 백성을 핍박하는 권력이나 민간자율·시민단체라는 허울 속에 혹세무민하는 권력들도 마찬가지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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