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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깜빡이 켜는 걸 깜빡하지 말자

2016년 05월 11일(수) 16:34 [(주)온양신문사]

 

↑↑ 임준묵(아산경찰서 도고선장 파출소·경위)

ⓒ 온양신문

탈무드 이야기다. 깜깜한 밤에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한 손에 물동이를, 다른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오는 걸 보고 마주 오던 행인이 물었다.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왜 등불은 들고 다닙니까?” 시각장애인이 대답했다. “다른 사람이 저와 부딪치는 걸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등불은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자동차 운전 중 방향지시등(일명 깜빡이, 이후 깜빡이)의 역할이 바로 이 시각장애인의 등불과 같지 않을까?

얼마 전, ‘ㅜ’자 교차로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을 때였다. 나와 같이 좌회전을 하려고 대기 중인 2개 차로의 자동차 13대 중에서 단 2대만이 좌측 깜빡이를 켜고 있었다. 도로교통공단에서 2012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깜빡이를 켜고 운전하는 사람은 58.7%로 운전자 중 거의 절반 정도가 깜빡이를 켜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경험들 있지 않은가? 신호가 없는 교차로에 좌측 깜빡이를 켜고 먼저 진입하여 좌회전을 하려고 하는데 맞은편에서 깜빡이를 켜지 않은 직진 차량이 다가와서 기다렸다. 하지만 나중에 진입한 차량이 깜빡이도 켜지 않고 우회전을 먼저 해버린다. 내가 먼저 교차로에 진입했는데 마주 오던 차량이 직진차량인 줄 알고 대기하다가 우선권(?)을 뺐긴 기분이다. 쫓아가서 따지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보복운전으로 처벌받기가 겁난다.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보복운전 유발 원인 2위가 깜빡이를 켜지 않는 행위라고 한다. 이기형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난폭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작은 실수에도 화를 내 보복운전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차로 변경을 할 때 깜빡이를 켜는 풍토만 정착돼도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 중에 귀찮아서 혹은 깜빡하고 깜빡이를 켜지 않는 분들이 많겠지만 깜빡이를 켜지 않는 행위도 엄연히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도로교통법 제38조제1항 신호·조작 불이행으로 “모든 차의 운전자는 좌회전·우회전·횡단·유턴·서행·정지 또는 후진을 하거나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진로를 바꾸려고 하는 경우 손이나 방향지시기 또는 등화로써 그 행위가 끝날 때까지 신호를 해야 하며 일반도로에서 진로 변경 시 그 행위를 하려는 지점(좌회전, 우회전시 그 교차로의 가장자리)에 이르기 전 30m 이상의 지점부터 방향지시등을 조작해야 한다.“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으며 위반 시 3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보복운전을 하는 사람도 잘못이지만 유발한 사람도 난폭, 보복운전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나 스스로를 보복운전에서 지키는 방법인 깜빡이 켜는 걸 깜빡하지 말자.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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