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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산만들기] 유은정

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온양신문 공동기획

2014년 11월 26일(수) 14:55 [(주)온양신문사]

 

아산의 계모 이야기 하나

‘계모’하면 못된 엄마로 <콩쥐팥쥐>의 팥쥐엄마, <장화홍련전>의 새엄마가 떠오른다. 서양의 대표적 동화인 <신데렐라>,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계모 역시 의붓딸을 괴롭히는 일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못된 일을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야기 속 계모의 모습은 ‘악의 상징’처럼 유형화되었다. 드라마 속 계모의 모습 역시 주인공을 괴롭히는 역할을 주도해 왔다.

얼마 전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막을 내린 주말 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도 주인공 ‘보리’를 키운 계모는 자기가 낳은 딸을 위해 데려다 키운 딸에게는 온갖 구박을 일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 우리 지역 전설 속 계모의 모습은 어떠한가. 아산시 온천동에서 전해오는 ‘아기산’ 전설에도 계모가 등장한다. 이 이야기 속 계모의 모습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옛날 산 밑에 오두막집을 짓고 사는 가난하지만 금슬 좋은 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남의 집일을 해주며 나무도 팔았고, 부인도 남편 못지않게 남의 집일을 열심히 해 주어 머지않아 부자가 될 정도였다. 그런데 이들 부부의 한 가지 걱정은 자식이 없다는 것이었다. 부인은 그것이 못내 아쉬워 별 치성을 다 드렸다.

그날도 밤에 정화수를 떠 놓고 삼신할머니께 빌고 있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잠이 든 사이에 삼신할머니가 나타나서 “너희들의 팔자에는 자식을 둘 팔자가 아니지만 내 너희들의 치성을 지극하게 여겨 옥황상제의 아드님을 너희에게 줄 것이니 부디 행복하게 잘 키워 훌륭한 사람을 만들도록 하라.”라고 하시고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 뒤 부인이 태기가 있어 옥동자를 낳았다. 이 부부의 기쁨은 너무도 큰 것이었다. 아들의 이름은 진이라 하였고, 진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 주었다. 그런데 진이 네 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진의 어머니는 몸이 약했는데 너무나 힘든 일을 해서 쓰러진 것이다. 진의 슬픔도 큰 것이었지만 아버지의 슬픔은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린 진을 위해서라도 슬퍼할 수만은 없었다. 아버지는 진의 엄마가 살아 있었을 때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하여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새 진의 나이 열 살이 되었다. 진의 아버지는 가족들 권유에 못 이겨 재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계모로 들어온 박씨 부인은 진을 학대하기 시작하였다. 어린 진은 모진 학대를 말 한마디 없이 달게 받았다. 그날은 몹시 추운 동짓달이었다. 마침 아버지는 동네 환갑집이 있어서 그 집에 가셨다. 계모는 ‘기회는 지금이다’ 라며, 진을 불러 어두운 밤중에 산에 가서 나무를 해오라고 시켰다. 그 전에 계모는 미리 산에다 웅덩이를 만들어 놓았었다.

진은 그것도 모르고 계모가 시키는 대로 나무를 하러 산에 올라갔다. 날이 어두워서 진은 그만 웅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진은 소리치며 큰 소리로 울었다. 그러나 추운 겨울, 컴컴한 밤중에 누가 산에 올라 왔겠는가. 진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튿날 진의 시체는 마을 사람들 앞에 놓여졌다. 진의 아버지는 거의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동네 사람들의 위로에 힘입어 조금씩 정신을 차리더니 매일 부인의 묘소와 진의 묘소에서 살다시피 하였다. 동네 사람들은 진의 계모를 동네에서 내쫓아 다시는 얼씬도 못하게 했다. 세월이 흘러 진의 묘소와 어머니의 묘소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다만 그때의 흔적으로 보이는 조그마한 아기산이 있을 뿐이다.

죄를 지은 이는 벌을 받게 된다. 그래서 진을 죽게 만든 계모는 마을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계모는 진이 자기 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진을 죽게 했다.

이 전설 속에서도 계모는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로 등장한다. 역시나 계모는 악녀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야기 속 계모는 권선징악의 관념을 표현하기 위해 ‘악’의 대상으로 설정되었다. 옛 이야기의 경우 특히 선악의 대립이 극명하게 표현된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의 고난 극복이나 선행을 위해 대척점이 필요했다. 그 대상이 계모가 된 것 뿐이다.

혈연을 중시하는 유교사회에서 친부모나 형제가 악을 행하는 모습을 그린다면 효나 형제애를 가르치기가 어렵기 때문에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계모가 악을 행하게 하는 것이 개연성이 있는 표현이 된 것이다. ‘아기산’ 전설의 계모는 이야기 속 전형적인 인물로 표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해 칠곡, 울산 계모의 악행으로 온 국민이 가슴을 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두고 계모라서 못된 짓을 한 거라고 치부하였다. 하지만 현실에는 악한 계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식 못지않게 잘 키워낸 착한 계모들도 존재한다. 링컨을 키운 계모는 착한 계모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꾸며낸 이야기와 현실은 분명 다르다. 그리고 범죄를 저지는 계모가 계모 전체의 모습은 아니다. 이야기 속 계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재혼 가정의 모든 계모들에 대한 편견은 갖지 말아야 한다. 계모도 평범한 인간이며,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이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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