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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산만들기] 천경석

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온양신문 공동기획

2014년 09월 26일(금) 14:20 [(주)온양신문사]

 

온양순환로 고갯길 유감

↑↑ 천경석(온양고 교사/ 아산향토연구회)

ⓒ 온양신문

고개는 소통과 교류의 통로다. 떨어지고 나뉘어서 서로 다른 두 지점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소중한 구간이고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오래 전부터 마을 조사를 하러 다니면서 고개가 있으면 대개는 직접 고갯마루까지 올라가보곤 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고 직성이 풀렸다. 그러다가 아산시 지역의 고개를 주제로 자료를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꽤 오래 전이었는데 자꾸 미뤄지고 있다.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조만간 추진하고 싶다.

아산시에도 산이나 언덕을 넘는 고개가 많다. 광덕산이나 봉수산, 영인산 등의 산줄기를 넘는 높은 고개부터 너머의 이웃마을이나 논밭으로 가는 나지막한 고개까지 고개는 참 많기도 하다. 이름도 재미있고 다양하다. 우리말로는 ‘-티, -재, -고개, -너미, -너머’라 했고 한자말로는 ‘-치, -령’이라 했다.

어지간한 곳은 걸어서 다니던 시절에 고개는 늘 부담스럽고 걱정스러운 지점이었다. 짐이라도 나르는 경우라면 우선 겁부터 나서 큰맘 먹고 나서야 오르기 시작하곤 했다. 반면에 어렵사리 넘으면 지름길이 되는 매력이 있기도 하다.

또한 있던 고개가 없어지기도 하고 고개가 새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일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렇다보니 고개에는 역으로 의미와 상징성, 그리고 많은 사연과 추억들이 얽혀 있기도 했다. 웬만한 고개치고 이야깃거리 몇 가지씩 전해지지 않는 곳은 없다.

이를테면 배방 수철리에서 천안 광덕으로 넘어가는 넙티는 이순신이 백의종군을 위해 남으로 넘어갔다가 이듬해에 주검으로 돌아온 고개다. 어르목 고개는 온궁에 행행했던 현종이 지나면서 어래현(御來峴)이라는 한자식 이름이 새로 생겼다. 오형제 고개는 도둑 이야기가, 각흘고개는 소와 관련된 풍수설이, 신창고개는 6.25전쟁의 역사가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고갯길을 지나게 되면 으레 습관적으로 고갯마루나 연결된 산줄기, 그리고 주변 이곳저곳을 눈여겨 살펴보게 된다. 그런 고개 중에서 지날 때마다 매우 안타까운 곳이 송악 평촌리와 초사동 사이에 새로 난 고개다. 2006년에 부분 개통된 온양순환로(일명 자동차전용도로) 공사 때 산줄기를 깊이 깎아내서 만든 고개다.

↑↑ ▲온양순환로에 있는 서낭댕이 고개(세발고개)의 현재 모습

ⓒ 온양신문

사람 욕심에, 이어지면 좋을 것이 끊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길이 끊기고 대가 끊기고 물길이 끊기고 수입이 끊기고 전기가 끊기고 희망이 끊기는 것 등이 모두 그러하다. 그런데 이 고개는 온양 지역 산줄기의 맥을 끊은 고개여서 사실은 볼 때마다 몹시 속상하고 화가 나기도 하는 곳이다. 거의 매일 보는데 시간이 지나도 별로 무디어지지 않는다.

이 고개가 끊은 산줄기는 온양 시내권의 산들, 즉 남산과 용화동 매봉재, 그리고 옛 온양군의 진산인 연산 등이 갈라져나가는 의미 있는 산줄기다. 아주 거창하게 말하자면 백두대간에서 금북정맥과 봉수황산지맥(단맥)을 거쳐 온양까지 이어져 온 산줄기다.

필자는 풍수지리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별 관심도 없다. 그저 우리 고장을 사랑하는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서적으로 시각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길은 필요하고 산줄기나 능선을 넘는 고갯길은 불가피하다. 전에도 이 고개 자리는 커다란 팽나무가 서낭으로 있었고 서낭댕이 고개 또는 세발 고개라 부르던 고개가 있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전혀 끊어지지 않은 산줄기 자체가 없다.

그러나 정도가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깊이 깎아낼 것이라면 굴을 뚫었어야 했다. 굴 뚫는 일이 정말 어려웠다면 남산터널 위 서낭당 고개 방식으로 사후에라도 지붕처럼 만들어 산줄기를 연결했어야 했다. 오히려 그것이 잦은 눈길 교통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산줄기 곳곳을 끊고 쇠말뚝을 박기도 했던 일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 일과는 무엇이 얼마나 다른가.

↑↑ ▲구온양 쪽에서 바라본 청댕이고개의 현재 고갯마루

ⓒ 온양신문

그나마 요즘 위안이 되는 고개가 있다. 구온양과 풍기동 사이의 청댕이 고개다. 국도39호선(외암대로) 4차선 확장공사가 진행 중인데 고갯마루 서쪽에 최근 조성하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눈에 띈다. 지날 때마다 뭘까, 고개 높이를 낮추려고 하는 것 같은데 혹시 생태통로를 만들 계획이 있나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산시청의 관계자에게 문의했더니, 정말 다행스럽게도 바로 그런 생태 연결로라고 한다. 고갯마루 바로 아래의 느티나무도 그대로 유지하고 생태통로를 새로 조성하는 방식으로 고갯길을 좀 낮추고 확장하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기분까지 좋아진다. 평촌리-초사동 구간의 고갯길도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산줄기를 연결하는 작업이 꼭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대한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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