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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산만들기] 유은정

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온양신문 공동기획

2014년 03월 03일(월) 15:21 [(주)온양신문사]

 

여자의 힘을 보여주는 연암산 이야기

↑↑ 유은정(아산학연구소 선임연구원)

ⓒ 온양신문

얼마 전 소치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열심히 응원을 펼쳐 13위라는 성적을 올렸다.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라는 성적은 쉽게 이루어진 결실이 아니다.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의 피땀으로 일궈낸 소중한 메달들이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 특이할만한 결과가 눈에 띈다. 그것은 팀추월 스피트 스케이팅에서 딴 은메달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자 선수들이 획득한 메달이라는 것이다.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이상화 선수 금메달,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박승희·심석희·조해리·김아랑·공상정 선수 금메달, 쇼트트랙 여자 1,000m 박승희 선수 금메달을 비롯하여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 은메달, 쇼트트랙 여자 1,500m 심석희 선수 은메달, 쇼트트랙 여자 500m 박승희 선수 동메달, 쇼트트랙 여자 1,000m 심석희 선수 동메달 등 대한민국 여자들의 막강한 힘을 보여준 올림픽이 아니었나 싶다.

점차 여자들의 사회활동이 늘면서 여자들도 남자들 못지않은 뛰어난 능력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과거 오랜 세월동안 여자들은 사회활동에 대한 보장이 되어 있지 않았고 남자들의 보호 아래 살아야 했다. 그래서 여자들의 다양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여자들의 힘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간혹 등장한다. 음봉면 소동리에서 전해 내려오는 연암산 전설은 연약한 여자이지만 약하지만은 않았다는 한 처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음봉땅에 한 처녀가 홀로 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처녀를 고이미라 불렀다. 고이미는 ‘홀로 살아 외롭지만 아름답기 그지없다’는 뜻이다. 고이미가 홀로 살게 된 것은 어릴 적 부모와 형제를 모두 잃은 까닭이었다. 자기 가족을 죽인 오랑캐에 대한 복수심으로 고이미는 처녀이면서도 무술을 익혔다. 그러던 중 다시 오랑캐가 침입했다. 한양에서는 용맹스러운 장수와 군사들을 뽑아 부랴부랴 전쟁터로 보냈지만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랑캐가 떠난 후였다.

고이미는 장수를 찾아가 군사로 받아주기를 청했다. 따뜻한 환영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그 장수는 자신보다 두서너 살 많아 보이는 패기 왕성한 젊은이였다. 어느 사이에 고이미의 마음은 그 장수에게 향하고 있었다. 장수 또한 그런 고이미를 좋아하고 있었다.

전장에서의 아름다운 사랑이 합일되려 할 때 오랑캐가 또 다시 기세를 몰아 쳐들어오고 있었다. 혼인을 며칠 앞두고 어쩔 수 없이 장수는 전쟁터로 떠나야만 했다. 며칠 후 패전의 소식과 함께 한 마리 말이 고이미 앞에서 울어댔다. 고이미는 주검이 되어 돌아온 장수를 묻어주었다.

그날로 그녀는 비수를 지닌 채 적의 막사로 숨어들었다. 그녀는 코를 골며 자는 적장의 가슴에 힘을 다해 비수를 꽂았다. 그런데 얼마가 지나고 그녀가 포승에 묶인 채 끌려와 있는데 그 앞에 적장이 서 있었다. 엉뚱한 사람을 죽인 것이다. 고이미는 분하고 서러웠다.

“신이여! 제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소서”

고이미는 기도했다. 고이미는 비록 흐트러진 차림이기는 했지만 망나니의 칼 앞에서도 태연하였다. 망나니가 칼을 휘두르고 있을 때 갑자기 멈추라는 적장의 호령이 들렸다. 그녀의 아름다움과 당당함이 적장의 마음을 변화시킨 것이다.

적장은 그녀에게 아내가 되어주길 청하였다. 하지만 고이미는 거절하였다. 거절하는 그녀에게 다음 날도 적장이 찾아 왔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고이미는 적장의 청을 받아들였다. 적장이 방에 들어와 잠자리에 들자 그녀는 갑자기 적장의 칼을 들어 그의 가슴에 꽂았다. 하지만 그 순간 적장의 또 다른 칼이 그녀의 목에 와 닿았다. 지도자를 잃은 오랑캐는 오합지졸이 되어 모두 물러갔다. 처녀로 하여금 승리를 얻은 군은 고이미와 장수를 합장해 주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 무덤에서 제비 한 쌍이 솟아 날아갔다. 제비가 멈춘 곳은 어느 높은 산의 넓은 바위였다. 제비들은 그 곳에 둥지를 지었다. 이승에 못 이루었던 사랑과 충정, 그들의 이상을 바위에 심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제비가 둥지를 지었던 이 바위를 ‘연암’이라 하였고 그 산을 ‘연암산’이라 불렀다.

고이미가 아니었다면 우리군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 처녀의 용기가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했다. 고이미는 여자도 힘이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겉으로는 연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내면에 강한 힘을 지닌 존재가 여자다. 그리고 여자들도 여자 나름대로 다양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그것을 보여줄 기회를 찾지 못했을 뿐이다. 점차 여자들의 사회활동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여자들의 힘을 보여줄 기회가 많아졌다. 앞으로도 여자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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