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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상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온양신문 공동기획

2013년 02월 18일(월) 10:46 [(주)온양신문사]

 

두루봉의 풀냄새

내 볼록한 배를
문질러 주시는
할머니의 손은 늘
풀냄새가 나요

두루봉 들깨밭을 매신날은
비듬나물 냄새
조내골 고추밭을 매신날은
바랭이풀 냄새
새터골 삼밭을 매신날은
참 쑥 냄새

할머니는 산골 멋쟁이!
날마다 향수를 바꾸신데요

비듬나물 새콤하게 무치는
냄새가 나면
나는 알지요

오늘은 두루봉 들깨 밭에서
멋을 한껏 부리신 것을요.

<풀냄새> 전문


↑↑ 맹주상 / 아산학연구소 운영위원. 시인, 아산시대 편집위원

ⓒ 온양신문

그 뙤약볕 속에서 온종일 고추밭을 매는 것은 분명 고단한 것이었다.

그것은 위의 달착지근한 얘기마냥 멋을 부리기 위한 것도 일부러 어떤 좋은 향내를 갖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생계의 한 방법이지만 아주 고달픈 일상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영양 부족으로 눈이 휭 한 가족들을 위한 애처로운 몸짓 이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그렇게 간절하게 몸부림을 쳐야지만 그나마 문이 열리고 길이 열리는 것 같았다.

이상스럽게도 마을 안 골짝 밭떼기들은 같은 환경 속인데도 유독 그 밭에서만 잘 자라는 풀들이 있었다. 두루봉은 신창면 가내리 1구에 있는 서편 골짝을 말한다. 아마도 고만고만한 산봉우리들이 신기 쪽으로 잔잔히 솟아 흘러가 예전에 그 이름을 그렇게 붙인 것 같다.

그 촉촉한 두루봉 밭엔 비듬나물이 참 많았다. 할머니가 이 두루봉 들깨밭을 매신 날이면 비듬 나물을 댕댕이바구니에 가득 캐 와 새큼한 식초를 듬뿍 넣고 나물을 무치시었다. 저녁이면 그렇게 감식초 냄새가 마당가득 퍼지고 검둥이도 코를 킁킁거리며 부엌을 떠나질 않았다.

ⓒ 온양신문

여름 밤하늘엔 금새 쏟아질듯 한 여문 석류알 같은 그 초롱초롱한 별들로 가득했다. 마당에 서늘한 짚 멍석이 깔리고 내 볼록한 배를 문지르며 자장가를 불러주시던 할머니의 그 거칠게 갈라진 손에서는 바랭이풀 냄새가 짙게 났다. 틀림없이 오늘은 조내골에서 고추밭을 매 신게 분명했다.

마른 조내골 밭에선 사자 발처럼 생긴 바랭이풀이 그 딱딱한 땅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것을 뜯어내시느라 그 시절 할머니들이 다 그렇지만 내 할머니의 손가락도 지문이 다 지워지고 없었다. 그저 그 진한 풀냄새만 몸에서 풀풀 날 뿐이었다.

지금도 어느 지방을 가든지 우리의 마을 안엔 새터골이란 지명이 많이 있다. 그것은 도시 속에 신도시와 비슷한 의미로 이해를 하면 쉬울 것 같다. 그렇게 새로 개간을 해 사람들이 이주한 곳으로 보면 되겠다만 그 새터골엔 참쑥이 그렇게 많이 자랐었다.

특히 이른 봄 쑥개떡은 이 새터골에서 캐 온 쑥으로 빚곤 했다. 사실 이 쑥은 고마운 약이며 나물이었지만 밭작물을 위해서는 꼭 없애야 될 하지만 그 근절이 쉽지 않은 아주 지독스런 존재였다 할머니 몸에 베인 참쑥 향은 그래도 참 그윽했다.

시절이 많이 변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옛날 내 할머니처럼 말이다. 지금 나에게서 나는 향은 그 어떤 향일까? 무엇이 내 모세혈관을 타고 들어가 그 향을 만들까만 풀 한 포기 없는 아스팔트를 걷고 고층아파트에서 스마트 폰과 컴퓨터를 온종일 만지작거리며 사는 나에게서 나는 향이란...
..
그리고 그 흔한 들풀을 한 아름 안고 살고 싶은 것도 이젠 그저 허황된 꿈이란 말인가!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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