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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정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온양신문 공동기획

2013년 01월 08일(화) 12:53 [(주)온양신문사]

 

계사년 뱀 이야기
금산1리 능구렁이 바위 전설

↑↑ 유은정(아산학연구소 선임연구원)

ⓒ 온양신문

계사년 흑사(黑巳)의 해가 밝았다. 뱀띠 해가 되었으니 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흔히 뱀을 부정적인 동물로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뱀은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치명적인 독을 지니고 있는데다가 징그러운 외모 때문에 늘 악역을 도맡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뱀에게도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뱀은 알을 많이 낳는 특성을 지닌다. 그래서 예로부터 풍요와 재물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또한 뱀이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기 때문에 불사와 재생의 존재로도 인식되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옛 이야기에 등장하는 뱀의 모습은 어떨까? ‘은혜 갚은 까치’의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구렁이는 까치를 해치는 존재로 등장한다. ‘흥부와 놀부’에서도 제비가 다리를 다친 원인이 구렁이 때문이다. 하지만 악역이 전부는 아니다. 은혜를 갚았다는 구렁이 이야기도 있고, 용이 되기 위해 천년을 인내하며 기다렸다는 구렁이 이야기도 있다.

아산에도 뱀과 관련된 전설과 민담이 있다. 그 중에서 도고면 금산1리에서 전해오는 ‘능구렁이 바위’ 전설은 긍정적인 뱀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 ▲능구렁이 바위 이야기가 전해오는 도고면 금산1리

ⓒ 온양신문

한 소녀가 나물을 캐다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길을 잃은 소녀는 울면서 산을 헤매다가 산적을 만나게 되었다. 소녀를 붙잡으려던 산적들은 이상한 힘 때문에 소녀에게로 다가가지 못하고 뒷걸음쳐 도망갔다.

사냥하러 왔다가 우연히 그것을 보게 된 도령은 이상하여 그 소녀에게로 다가갔다. 소녀는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울고 있었다. 도령은 그 까닭을 물었지만 소녀는 대답 없이 쓰러졌다. 도령은 하는 수 없이 소녀를 업고 산을 내려왔다. 소녀는 죽은 듯하였지만 가느다란 맥박이 뛰고 있었다. 도령은 소녀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온갖 정성을 드렸다. 총각은 오두막집에 혼자 살면서 사냥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다음날, 어떤 노인이 나타나 총각에게 “저 바위에다 5일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말고 빌어 보시오.” 하고 말했다. 이에 총각은 바위에다 노구메를 지어놓고 닷새 동안 열심히 빌었다. 총각도 기진맥진하여 포기하려고도 했으나 그 처녀의 얼굴을 보면 돕고 싶은 마음이 솟아올랐다.

5일 동안 빌다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무엇인가 철썩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벌떡 깨어보니 능구렁이가 바위에 죽어 있었다. 총각은 하도 신기해서 하늘이 도와주신 것이구나 하면서 능구렁이를 가지고 집으로 와서 약을 만들어 처녀에게 주었다. 그랬더니 힘을 못 쓰던 처녀가 일어나 앉았다. 처녀는 미안한 듯이 사과의 말을 하고 사연을 하나하나 말하기 시작했다.

그 소녀는 어느 양가집 규수였다. 그런데 집안이 소녀 때문에 망한다는 점쟁이와 계모의 말만 믿고 아버지가 자식을 집밖으로 내 보냈다고 한다. 소녀는 하는 수 없이 나물을 캐다 팔면서 생계를 이어 나갔다.

모든 고난을 참고 이기면서 살아가는 동안 그녀에게 이상한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나쁜 사람이 소녀에게 다가오기만 하면 악한 사람은 스스로 힘이 쏙 빠지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어떤 산적은 기절을 하고 일어나지 못했다는 말도 하였다.

사연을 들은 총각은 소녀에게 같이 살자고 청했고, 소녀는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공에 대한 보답으로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 주겠다고 했다. 그 후로 총각과 소녀는 혼인식을 올리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도고면 금산리 양지말과 음지말 사이에 있는 바위의 전설로 구렁이가 이 바위에 떨어져 처녀를 살렸다하여 능구렁이 바위라 불린다.

이 이야기에서 뱀은 소녀의 목숨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결합을 도와준 존재가 되었다. 뱀은 오래전부터 약이 된다 하여 민간에서는 식용으로 자주 이용되었다.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신비한 약효를 지닌 존재가 뱀이기도 한 것이다.

서양에서는 뱀이 치료와 의술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리스· 로마신화에서는 아폴론의 아들 이며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에 뱀이 둘둘 말려 있다. 여기서 뱀은 약초를 발견하는 비법을 알고 있는 지혜로는 존재라 하여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다.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하여 대한의사협회 로고에 뱀이 새겨진 이유이다.

이렇듯 뱀은 인간에게 이로운 역할을 하는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뱀에 대한 다양한 의미들이 존재하는 것은 그만큼 뱀이 인간과 가깝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계사년을 맞이하여 뱀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되살리고 올 한 해를 뱀의 지혜로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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