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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상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온양신문 공동기획

2012년 12월 24일(월) 15:52 [(주)온양신문사]

 

학성 그 눈밭을 지나......
맹주상/시인

눈밭은
하얀 일기장

동네 아이들
눈싸움도
끝이 나고

검둥강아지들
방울소리
들리지 않아도

눈밭은
하얀 일기장

<눈밭> 전문

↑↑ 맹주상 / 아산학연구소 운영위원. 시인, 아산시대 편집위원

ⓒ 온양신문

사람들이 그렇게 동짓달 그 눈밭을 좋아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 흔적 하나 없이 곧 모두가 다 깨끗이 지워지기에 그런 걸까.

언제부터 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만 그 후회스런 흔적이나 기억들로 인해 영혼이 흐려지더니 이젠 몸도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성탄절이 가까운 이 밤! 어느 거룩한 교회라도 찾아가 그 움막 같다는 몸 그 안에 쌓인 것들을 다 꺼내놓고 속죄를 한다면 다시 본 마음들로 수습이 될까.

ⓒ 온양신문

눈밭에 남긴 그 흔적들 마냥 그 서툰 것 들을 또 그 부스러기 같은 것 들을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말끔히 지울 수만 있다면 참 홀가분할 텐데, 시간이 지나 갈수록 그것들은 오히려 들풀처럼 더 생생하게 자라더니 이젠 풀 수 없는 목줄이 되어 마치 망아지 목에 걸린 것 마냥 채워지고 이리로 저리로 끌려 다니는 가련한 몸이 되고 말았다.

언제부터 그렇게 형체 없는 자의 비굴한 몸종이 되었는지 사람들은 조롱을 하며 자꾸 물어보지만 기억이 희미해서가 아니라 얼굴이 화끈거려 늘 우물쭈물 댈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이 발 모양새가 이렇게나 어긋난 것이 정확하지는 않다만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대충 알 것 같다. 아! 그게 언제였더라 그 말 못할 비극의 서막이……

신작로를 따라 토막사를 지나 선장까지 십리 눈길을 가야만 했던 초등학교 시절, 그 고무신 발자국은 지금 생각을 해도 소박하니 보기가 좋았었다. 어른들 얘기를 듣고 그래도 우린 그 구멍이 숭숭 뚫린 짚신을 신고 이 눈길을 걷지 않는 것이 참 다행이라 생각하며 비록 빛바랜 검정고무신 이었지만 눈밭에 그런대로 반듯한 발자국을 남겼었다.

몸이 너무 빨리 자라 그 몸이 가는대로 마음이 따를 수 밖에 없었던 중학교 시절, 다시 그 신작로를 따라 궁화리를 지나 오목까지 그 십리 눈길에 남긴 흔적들은 혼을 어디에다가 놓고 온 유령마냥 이리 가다가 끊어지고 저리 가다간 끊어지고 해서 얼핏 그냥 보기에도 불안하니 서툴기가 짝이 없었다. 비극은 이때부터 시작이 되었지만…… 그 흔적들도 이내 지워지고 말았다.

예비고사를 마친 그 겨울 신창에서 한 자 눈길을 뚫고 지금의 아내랑 학성을 넘어 가며 남긴 발자국은 절박함과 죄스러움으로 무게가 가득 실린 한 어설픈 젊은 죄인의 무거운 발자국이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애절하리만큼 절실한 한 여인의 또렷한 발자국이 그 옆에 운명처럼 놓여 있었다. 그 흔적들도 이내 다 지워지고 말았다……

수십 년이 지난 오늘 홀로 학성을 지나가는 길! 또 눈이 와 쌓이고 아직 누구도 가지 않은 눈밭인데 그 옛 흔적들이 고스란히 와 박혀 내 눈에 다시 아른대는 까닭은 그저 착시현상 이란 말인가.

ⓒ 온양신문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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