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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열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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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온양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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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9월 19일(수) 15:54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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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기 자연재해가 인재(人災)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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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조형열 / 순천향대 강사 | ⓒ 온양신문 | 태풍 볼라벤이 지나간 지 불과 보름 만에 태풍 산바가 우리나라를 강타했다. 자연의 무심한 변덕 때문에 또 다시 많은 인명·재산 피해가 뒤따라 안타깝기 짝이 없다.
혹자는 자연재해를 생태계 스스로의 자기 정화 활동이니 어쩔 수 없다 말하지만,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이 직접적 피해를 입는 걸 보는 건 언제나 곤혹스럽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더불어 산다고 말만 하고 자연을 괴롭혀 온 벌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인류 탄생 이후 인간은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역사를 만들어왔다. 농경사회에서는 비·바람을 다스리는 일을 지도자의 최고 덕목으로 여겼다. 단군신화에서 풍백, 우사, 운사가 환웅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걸 통해서도 그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근대에 들어서도 자연의 습격은 계속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30여 년의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그 피해는 커져갔다. 『엘니뇨와 제국주의로 본 빈곤의 역사』라는 책을 보면, 제국주의 국가의 지배를 받는 지역에 자연재해가 닥칠 때 제국주의 국가는 재해 구제에 힘을 쏟기보다 농산품의 독점적 가격을 유지하며 비싼 값에 팔거나, 자기 나라로 미곡을 이출해 가는 데만 신경을 쓴다고 한다.
일제시기 발행된 신문의 지방소식란에는 각 지역의 자연재해 상황이 실려 있다. 아산도 해마다 자연 재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는데, 1935년, 1937년, 1939년에는 가뭄이, 1926년, 1930년, 1931년, 1934년, 1936년, 1940년에는 홍수가 닥쳤다.
가뭄의 주된 피해는 당연히 농작물이었다. 가장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이는 1939년에는 총독부에서 한해(旱害) 조사반을 파견하는가 하면, 군청에 구제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군내 지주 간담회를 통해 추수 때 소작농민이 내야 할 각종 대금과 소작료를 경감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주 간담회의 존재가 대다수 소작농민이 자연재해 상황에서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준다.
홍수의 경우에는 경작지 침수에 따른 농작물 피해 뿐만 아니라 제방과 교량 붕괴, 도로 훼손, 가옥 파손 등도 잇달았다. 게다가 위생이 좋지 않은 시절이었으니 이질 등의 전염병 또한 근심거리였다.
홍수의 주된 원인은 물론 비가 많이 내리는 것 때문이다. 그러나 그로 인한 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하천 정비가 선행돼야 했다. 1932년, 각지 수리조합장을 위시한 조선인 유지들은 아산의 주요 하천인 곡교천 개수(改修)를 요구하는 진정을 냈다. 그리고 1936년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자 군내 각 면장급 관계자 유지 60여 명이 곡교천개수기성회(期成會)를 조직했다. 지주나 소작농이나 농지에서 수익을 내는 한, 재해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행정당국은 그렇지 못했다. 1939년, 충남도청 토목과는 조만간 곡교천을 포함한 하천 정비가 완료될 것이라 밝혔다. 그렇지만 곡교천은 1940년 여름에도 범람해 많은 상흔을 남겼다.
1931년, 조선일보 아산지국에서 일하고 있던 정진구(鄭鎭九)라는 눈 밝은 청년은 ‘홍수기 앞두고 아산군 토목당국에 일언함’이라는 글을 썼다. 그는 아산군 토목당국이 작년에도 무너진 바 있는 둑(堰)을 고치는 데 무관심한 채, 온양온천 시가지와 유원지 조성, 시정 홍보를 위한 품평회(品評會) 관계 공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치 개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대사 한 토막처럼 과연 누구를 위한 토목사업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식민지 ‘백성’의 호소를 행정당국은 귀담아 듣지 않았고, 보란 듯이 그해에도 홍수가 일어났다. 일제시기 행정당국은 식민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시민의 불안을 방치했던 것이다. 자연재해는 겉으로 보이는 결과일 뿐 실상은 계속된 인재(人災)라 할 것이다.
타민족이 지배하는 시기도 아니니 직접 비교는 어렵겠지만, 위의 역사적 경험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민의 삶보다 소수 지배층의 이권 또는 외형적 겉치레 등을 우선시 할 때 이런 사태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기왕지사 지나간 일이라 치부하지 말고, 올해 태풍 피해 가운데 진즉에 막을 수 있는 건 없었는지 하나하나 따져보는 것이 인재를 막기 위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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