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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상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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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온양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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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7월 16일(월) 13:55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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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맹주상 / 아산학연구소 운영위원. 시인, 아산시대 편집위원 | ⓒ 온양신문 | 오목에서 들리던 연가
송악에
보리가 익어 가더라
오월에
푸른 것이 어찌 아이들의 맘 만일까!
금너덜
미풍은
에메랄드로 물질을 하네
그 오솔길에
젊은 그림자를 두고 간이는 누구인가?
돌아보면
길은
저렇게 아득한데.......
‘송악을 지나’ 전문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삶의 설움 속에서 불현듯 옛 사람이 보고 싶고 과거 그 어딘가로 뒤돌아 가보고 싶은 그런 아련한 생각이 불끈불끈 생기는 때가 있다. 오목은 내 마음속에서 그런 잔잔한 기억의 물결이 종종 일어 가만히 가 닿는 곳이다. 누군가가 금너덜 오솔길에 그 그림자를 두고 갔듯이 어쩌면 내 젊은 날의 그림자를 두고 왔을지도 모를 그런 곳인지도 모른다.
오목이란 지명의 유래는 주변에 큰 산 다섯 개가 보인다고 해서 그 이름을 썼다는 말도 있다. 정말 오목에 가 그 산들을 바라보면 영인산과 학성산은 물론이고 도고산과 설화산 그리고 저 멀리 광덕산 뿐만 아니라 봉수산과 망경산, 그 건너 배방산 까지 다 볼 수가 있다. 그러니 오목이란 글자 때문에 꼭 다섯 개의 산만을 꼭 집어 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쨌든 오늘은 내 젊은 날의 그림자를 찾아 볼 생각으로 그 옛 길을 가 본다.
그 녀석은 아마 새터에서 오목저수지 사이 그 소나무 숲에서 서성일 수도 있고 첫사랑 그 봄바람에 연분홍 치마가 날리던 그 파릇한 저수지 뚝 에서 뽀얀 살을 봄볕에 태우며 아마 앉아 있을 수도 있다. 새터에서 마을길로 들어가 알맞은 언덕을 넘으니 하늘을 쏙 빼 닮은 쪽빛 푸른 저수지가 보인다.
저 소나무 숲 오솔길을 따라 가면 그 끝에서 뚝 방 길로 이어질 것이다. 소나무는 워낙 마디게 자라서 그런지 예나 지금이나 그 크기가 비슷해 보이지만 군데군데 섞여 있는 우람한 참나무를 보니 많은 세월이 흘렀음을 알 수 있다.
순천향대학교 쪽에서 일던 봄바람은 학성산 자락에서 에메랄드로 한참을 물질을 하더니 그 비취색 보석들을 저수지로 마구 쏟아 부었다. 그렇게 봄바람은 청년처럼 저수지를 타고 들어왔다. 바람이 물살을 헤적일 때마다 이상스럽게도 하얀 구름이 하늘에서 내려와 푸른 물 위로 끝없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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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온양신문 | | 그 오솔길 끝에는 예전처럼 뚝 방 길로 이어졌다. 그런데 뚝 방의 생김새가 예전의 것보다는 좀 달라 보였다. 알아본즉 수 년 전까지 오목에 춘배라는 아주 이름난 춤꾼이 살았다고 한다. 그날도 춘배는 온양 아리랑 회관에서 자정이 넘도록 귀부인들과 신나게 지루박을 추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그만 그 오솔길과 뚝 방이 만나는 그 모퉁이 경사진 길에서 자동차 바퀴가 실족이 되어 춘배의 차가 저수지로 추락을 했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춤꾼 춘배는 목숨이 길었다.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 이었지만 밤낚시꾼들이 벌떼처럼 몰려가 춘배를 구한 것이다.
그 사건이 있은 후로 뚝 방과 그 오솔길 사이에 가파른 경사도 없앨 겸 해서 뚝을 높였다고 한다. 어찌 되었든 춘배 때문에 뚝 방이 높아지고 안전한 가드레일이 설치가 되었지만 그 옛날 야트막히 알맞아 소설 속 같은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던 그 뚝은 그렇게 내 공간에서 지워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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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온양신문 | | 아무리 내 젊은 날의 그림자를 찾아보았지만 그 넓힌 오솔길에도 그 높은 뚝 위에도 어디에도 그는 없었다. 춘배를 따라 큰 도시로 갔을 리는 만무이고 오목 양조장 근처나 아니면 저 뚝 방 넘어 그 옛날 예비군 교육장으로 쓰던 그 푸른 초원 위에서 웅크리고 앉아 누구를 한없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은 춘배가 참 야속한 날이다.
연분홍 치마 곱게 차려입고 볼에 홍점을 엷게 피우며 그 첫사랑 소녀가 앉아 있던 자리엔 회색빛 가드레일만이 시커먼 그림자를 뚝에 세우고 나를 떡하니 막고 서 있어 뚝 아래로는 더 이상 내려 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 차라리 뚝 방 너머 그 푸르던 잔디밭으로 가 보자. 그렇게 봄살이 여기저기서 파릇이 오르는 그 뚝 길을 따라 걸었다. 어느새 키가 자란 제비꽃과 지면 패랭이가 바람에 나폴 대고 뚝 아래서는 물살이 연신 하얗게 부서졌다. 춘배의 얼굴도 더 이상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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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온양신문 | | 뚝방을 넘어가자 여전히 좋은 잔디가 있었다. 그렇게 쿵쿵거리며 뛰던 심장을 붙들고 첫사랑과 서툴게 젊음을 비비던 이 언덕에 오르니 그 옛날의 로망이 다시 목젖까지 뜨겁게 차올랐다. 정신을 가다듬고 그때 그 소년처럼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여기에도 없었다. 나는 한참을 그 옛 잔디 위에 홀로 앉아 연신 뚝에 와 닿는 그 하얗게 부서지는 봄 물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오목 양조장 쪽으로 발걸음을 무겁게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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