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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상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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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온양신문사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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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06일(화) 12:14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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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쇠파니골에 이는 갈바람
쇠파니골
이름 모를
묘지에
쓰러진
빈병
아!
갈바람
불어
또 얼마나
울까.
(갈바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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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맹주상 / 아산학연구소 운영위원, 시인, ‘아산시대’ 편집위원 | ⓒ 온양신문 | 선장 쇠파니골 공동묘지! 이름 모를 묘지사이로 불어드는 갈바람만큼 가슴 시리게 파고드는 바람이 세상 또 어디에 있을까? 누군가가 묘지 앞에 놓고 간 쓰러진 빈 병의 울음소린 또 어떤가! 그저 해마다 이맘때면 그 언덕위로 불어드는 찬바람일 뿐인데 한겨울 매서운 북풍보다도 더 싸늘하고 애절하게 맴도니 말이다.
우리의 삶이 어쩌면 영원한 이별을 찾는 발걸음이라서, 갈바람은 아마도 그 큰 이별을 위한 전주곡쯤으로 들려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저 아래 가을걷이를 끝낸 다랑이 논가에 홀로 서 있는 버드나무 잎새가 갈바람에 애처롭다. 울고불고 그 가느다란 실가지에 매달리어 애원하다 끝내 손을 놓고 만다…….
어떤 잎새는 언덕 위에 비목조차 없는 작은 묘지로 날아오고 어떤 잎새는 근처 물이 고인 수렁논 가까운 잔뜩 이끼 핀 푹 꺼진 묘지에 떨어졌다. 어떻게 저리 가느다란 실가지에 매달리어 그 여름철 장대비랑 센 바람을 견뎠을까?
갈바람이 불면 다 그만인 것을, 훌훌 털고서 떠나야만 하는 것을, 저 잎새들은 알지 못했다. 보라! 이름 없는 묘지로 자꾸만 날아드는 몹시 충혈 되고 지친 저 고독한 잎새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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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온양신문 | | 사실 고독이란 묘지에 이는 황량한 바람소리나 황무지의 울음소리 같은 것들이 아니다. 그것은 조각 난 이성을 가진 가련한 영혼들의 울부짖음 같은 것일 진데 오늘따라 저 빈병의 슬픈 곡조가 세상의 마른 영혼들의 울음소리로 들리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 소리는 단조로웠다. 항구를 떠나 수평선 끝으로 처절하게 사라지는 연락선 뱃고동 소리처럼 나지막이 애절하게 들리기도 하고 때론 산 너머 멀리 지나가는 장항선 마지막 열차의 기적처럼 쓸쓸하게 들리기도 했다. 단조롭지만 비어 있어서 그런지 잡음이 섞이지 않아 소리는 맑았다.
묘지엔 바람소리 말고는 일체의 소리가 없다. 그 세상에서 처절하게 가련했던 영혼들도 더 이상은 울지 않는다. 가만히 따지고 보면 결국 고독이란 살아있는 자들 그 쓸쓸한 마른 영혼들의 몫이 분명하다.
그 빈병 하나가 바람 부는 쪽으로 쓰러지더니 이젠 제 곡조를 못 이기고 지치도록 운다. 그동안 묘지에서 얼마나 쓰러지고 또 굴렀는지 몸에 붙은 알록달록한 그 딱지들도 다 떨어져 나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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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온양신문 | | 멀리 선장초등학교에선 학교가 파하는 끝 종소리가 아련히 들린다. 종소리와 함께 아이들은 용수철처럼 교문을 빠져 나오고 쇠파니골 언덕에도 즐거운 하굣길이 열렸다. 신발주머니 크게 돌리며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아이들은 신나게 그 언덕을 넘어 집으로 달려갔다.
어린 시절엔 늘 높은 꿈이 있었다. 저 푸른 하늘마냥 아주 높은 그런 꿈들 말이다. 그 땐 온종일 벌판을 달려도 지치지 않았다. 비바람이 밀밭을 흔들어도 아픔을 몰랐고 비인 저 들녘 끝에 홀로 서 있어도 슬프지 않았다. 이 묘지에 묻힌 이름 모를 영혼들도 다 저런 유년 시절이 있었을 테지만 말이다.
오늘 쇠파니골 공동묘지 언덕에선 빈병의 울음소리와 하굣길 아이들 웃음소리가 내 귀에서 처음으로 부조리하게나마 갈바람과 섞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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