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6-10-23 오후 03:42:39  

전체기사

사설

온천동메아리

기고문

기획기사

종합

칼럼

행복한아산

아산의 야생화

아산의 길

커뮤니티

뉴스 > 기고/칼럼 > 행복한아산

+크기 | -작게 | 이메일 | 프린트

맹주상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온양신문사 공동기획

2011년 12월 06일(화) 12:14 [(주)온양신문사]

 


선장 쇠파니골에 이는 갈바람


쇠파니골
이름 모를
묘지에
쓰러진
빈병
아!
갈바람
불어
또 얼마나
울까.

(갈바람) 전문

↑↑ 맹주상 / 아산학연구소 운영위원, 시인, ‘아산시대’ 편집위원

ⓒ 온양신문

선장 쇠파니골 공동묘지! 이름 모를 묘지사이로 불어드는 갈바람만큼 가슴 시리게 파고드는 바람이 세상 또 어디에 있을까? 누군가가 묘지 앞에 놓고 간 쓰러진 빈 병의 울음소린 또 어떤가! 그저 해마다 이맘때면 그 언덕위로 불어드는 찬바람일 뿐인데 한겨울 매서운 북풍보다도 더 싸늘하고 애절하게 맴도니 말이다.

우리의 삶이 어쩌면 영원한 이별을 찾는 발걸음이라서, 갈바람은 아마도 그 큰 이별을 위한 전주곡쯤으로 들려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저 아래 가을걷이를 끝낸 다랑이 논가에 홀로 서 있는 버드나무 잎새가 갈바람에 애처롭다. 울고불고 그 가느다란 실가지에 매달리어 애원하다 끝내 손을 놓고 만다…….

어떤 잎새는 언덕 위에 비목조차 없는 작은 묘지로 날아오고 어떤 잎새는 근처 물이 고인 수렁논 가까운 잔뜩 이끼 핀 푹 꺼진 묘지에 떨어졌다. 어떻게 저리 가느다란 실가지에 매달리어 그 여름철 장대비랑 센 바람을 견뎠을까?

갈바람이 불면 다 그만인 것을, 훌훌 털고서 떠나야만 하는 것을, 저 잎새들은 알지 못했다. 보라! 이름 없는 묘지로 자꾸만 날아드는 몹시 충혈 되고 지친 저 고독한 잎새들을!

ⓒ 온양신문

사실 고독이란 묘지에 이는 황량한 바람소리나 황무지의 울음소리 같은 것들이 아니다. 그것은 조각 난 이성을 가진 가련한 영혼들의 울부짖음 같은 것일 진데 오늘따라 저 빈병의 슬픈 곡조가 세상의 마른 영혼들의 울음소리로 들리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 소리는 단조로웠다. 항구를 떠나 수평선 끝으로 처절하게 사라지는 연락선 뱃고동 소리처럼 나지막이 애절하게 들리기도 하고 때론 산 너머 멀리 지나가는 장항선 마지막 열차의 기적처럼 쓸쓸하게 들리기도 했다. 단조롭지만 비어 있어서 그런지 잡음이 섞이지 않아 소리는 맑았다.

묘지엔 바람소리 말고는 일체의 소리가 없다. 그 세상에서 처절하게 가련했던 영혼들도 더 이상은 울지 않는다. 가만히 따지고 보면 결국 고독이란 살아있는 자들 그 쓸쓸한 마른 영혼들의 몫이 분명하다.

그 빈병 하나가 바람 부는 쪽으로 쓰러지더니 이젠 제 곡조를 못 이기고 지치도록 운다. 그동안 묘지에서 얼마나 쓰러지고 또 굴렀는지 몸에 붙은 알록달록한 그 딱지들도 다 떨어져 나가고 없다.

 

ⓒ 온양신문

 

멀리 선장초등학교에선 학교가 파하는 끝 종소리가 아련히 들린다. 종소리와 함께 아이들은 용수철처럼 교문을 빠져 나오고 쇠파니골 언덕에도 즐거운 하굣길이 열렸다. 신발주머니 크게 돌리며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아이들은 신나게 그 언덕을 넘어 집으로 달려갔다.

어린 시절엔 늘 높은 꿈이 있었다. 저 푸른 하늘마냥 아주 높은 그런 꿈들 말이다. 그 땐 온종일 벌판을 달려도 지치지 않았다. 비바람이 밀밭을 흔들어도 아픔을 몰랐고 비인 저 들녘 끝에 홀로 서 있어도 슬프지 않았다. 이 묘지에 묻힌 이름 모를 영혼들도 다 저런 유년 시절이 있었을 테지만 말이다.

오늘 쇠파니골 공동묘지 언덕에선 빈병의 울음소리와 하굣길 아이들 웃음소리가 내 귀에서 처음으로 부조리하게나마 갈바람과 섞이고 있었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지역정신 온양신문”
- Copyrights ⓒ(주)온양신문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온양신문사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주)온양신문사

 

 

[건강칼럼] 턱관절 장애, 어떤 증상이 나타나고 어떻게 치료할까.. [온양신문사] 기자

[칼럼] 전통에 깃든 관념과 금기도 고려했어야 [온양신문사] 기자

천경석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온양신문사] 기자

김일환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온양신문사] 기자

신세균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온양신문사] 기자

맹주완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온양신문사] 기자

홍승균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온양신문사] 기자

이전 페이지로

 

 최근기사

 

삼성전자 온양캠퍼스, 친환경 차..  

하이트진로 천안지점, 성금 600만..  

아산시립합창단, 헝가리와 문화예..  

모종중학교, 체험으로 배우는 건..  

충남동부·서부보훈지청, 월남전..  

국방기관 유치 힘쓰고 산업·교통..  

충남도, 재선충병 피해목 제거 ‘..  

“인형극으로 배우는 효, 함께 만..  

충남도, 잇따른 산재 사망사고에 ..  

‘안면도 소나무림’ 산림유전자..  

충남도의회, ‘전기차·산업현장..  

㈜광진기계 방문 화재안전 현장지..  

한올고, 일상 속 사물에서 지식의..  

충남다우리학교, 전통문화 체험으..  

온양고, 2026학년도 신입생 입학..  

쌍룡초 남현우 학생 전국과학전람..  

신창중, 책장을 넘어 작가와 마음..  

숲체험교육원, 가을 곤충과 함께 ..  

호서대, 대학 경영의 중심에 ESG  

기후살인 막는다…도·시군 머리 ..  

회사소개 - 광고문의 - 제휴문의 - 구독신청 - 기사제보 - PDF 지면보기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배너모음

 상호: (주)온양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312-81-25669 / 인터넷신문사업 등록번호: 충남, 아00095 / 제호: i온양신문 / 주소: 충남 아산시 남산로8번길 6 (온천동 266-51) / 발행인,편집인: 신민철
등록일 : 2010년 9월 24일 / mail: ionyang@daum.net / Tel: (041) 532-2580 / Fax : (041) 532-458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민철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