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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상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온양신문 공동기획

2011년 09월 22일(목) 09:30 [(주)온양신문사]

 

선장 그 간이역에서

↑↑ 맹주상 / 아산학연구소 운영위원. 시인, 아산시대 편집위원

ⓒ 온양신문

간이역이 종종 사람들의 마음을 꼭 붙들어 놓는 이유는 무얼까? 우리의 삶도 기찻길의 그 여정과 같아 늘 머물러야 할 곳을 찾기에 여기면 어떨까 하고 고민을 하기에 그럴까? 그래서 사람들은 간이역을 만나면 기차에서 자꾸만 내리고 싶어 하나? 저 철교를 지나 모퉁이를 돌아가면 어떤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을까를 몹시 궁금해 하면서도 그 간이역에서 잠시라도 머무르고 싶어 하니 말이다.

아니면 그냥 여정의 독 때문일까. 그리고 다시 돌아 올 수 없을 것만 같은 아쉬운 마음을 삼키며 그 역을 지나간다. 오늘 나는 그 선장 간이역에서 옛 기억들을 더듬으며 빛 한 점 반사하지 않는 녹슨 철길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 선장간이역의 모습

ⓒ 온양신문

선장역은 도고온천이 많이 알려지면서 급작스럽게 도고역과 학성역 사이에 생긴 간이역이었다. 역이라 해봐야 달랑 좁고 긴 플랫폼 하나가 다였다. 기차가 정차하는 시간도 30초를 넘지 않았지만 새마을호까지 서게 한 성깔 있는 역이었다.

유럽에도 그런 간이역이 종종 있었다. 동유럽을 여행하다보면 아주 오래된 낡고 작은 간이역인데도 열차들이 정차하는 역들 말이다. 그런 풍경들은 참 재미있다. 낡은 벤치 두서너 개가 다인 역이지만 열차가 들어오면 그 오묘한 조화는 어떻게 설명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선장역은 그 낡은 벤치 하나 없는 그런 간이역이었다. 열차표는 기차 안에서 끊을 수 밖에 없었다. 삼봉산 아래에 있는 이 역은 도고온천의 넓은 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동쪽과 남서 방향이 탁 트인 전원속의 그냥 기찻길역이란 말이 맞겠다. 어쩌면 임시역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보통 열차들이 다 그렇지만 장항선 열차는 잘하는 것이 참 많았다. 그 맛깔 나는 광천 새우젓을 다라에 가득 실어 나르는 것 뿐만 아니라 간이역 플랫폼에서 서성이던 사람들의 그 쓸쓸한 그림자 까지도 모조리 다 싣고 갔으니 말이다.

간이역은 그렇게 늘 비어있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런 간이역을 지나갈 때면 목이 아프도록 고개를 돌려 고향마을을 지나가듯이 진지하게 바라본다. 인생은 나그네라고 하더니 어떤 여정을 지나 왔기에 그런 걸까. 나그네의 삶은 참 고되다고들 말을 한다. 그래서 다행인지는 몰라도 그 고됨으로 인해 그냥 앞만 보고 살게 되니 말이다. 그러다가 가슴이 휭 하고 빛바랜 계절이 오면 다시 잠깐 머물다 가는 나그네임을 알게 된다.

때론 인생도 미끼를 무는 그 붕어 같은 근성이 있어 그 미끼 때문에 번듯한 역에서 머무른 적도 있었을 것이다. 선장역은 그런 역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비인 역이었다.

어린 시절 누구나 기찻길에 대한 추억들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불현듯이 어느 가을에 소정리 철로를 지나다 쓴 시 한 편이 생각이 난다.

소정리 지나 그 어디쯤인가 여기가
목이 잘린 플라타너스 서 있는 이 길이
기차는 전갈처럼 지나가고
코스모스 또 허공을 휘젓는데
노을빛 뭍은 철로에
가만히 귀를 대보는 늙은 고라니
하나 서 있는 이 길이

하루에 고작 열차 서너 대가 지나가던 그 시절엔 멀리서 기차가 오는지를 알기 위해 철로에 귀를 대곤 했다. 그 늙은 고라니처럼 말이다. 그리고 어떤 때는 귀를 좀 더 바싹 대곤했다 더 먼 곳의 더 많은 소리들이 듣고 싶어서 말이다. 늘 나그네는 궁금한 것이 많기 때문일까.

그 때와 마찬가지로 한 쪽 귀를 녹슨 철로에 대본다. 하지만 내 귀도 이젠 무디어져서 그런지 도대체 알 수 가없다 그게 열차소린지 철교를 치는 바람소린지! 어느새 날은 저물고 붉은 노을이 철로에 깔린다.

누구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플랫폼에서 한참을 서 있는데 논엔 몸살을 끝내고 거름기를 빨아드린 벼가 제법 푸르다. 기차는 끝내 들어오지 않았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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