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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상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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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온양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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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7월 06일(수) 09:11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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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영인산자락을 치던 풍경 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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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맹주상 아산학연구소 운영위원 / 시인 / ‘아산시대’ 편집위원 | ⓒ 온양신문 | 옥수수와 감자는 소나기가 내리는 날 삶아 먹어야 제 맛이 났다. 물고기도 비가 오는 날이면 많이 올라왔다. 소나기가 산비탈 옥수수 밭을 치고 천둥소리 요란해도 엄마는 우비를 입고 옥수수를 따 오셨다. 그 나프대 아래 시냇가 토담집 굴뚝에선 하얀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양은솥이 벌렁거리며 옥수수가 찰지게 익었다.
소나기는 살아있는 것들 혼을 쏙 빼 놓는 재주가 있다. 엄마는 빨랫줄에 널어 논 하얀 기저귀를 서둘러 걷고 할머니는 뒤란에 옹기마다 뚜껑을 덮으시었다. 아버지는 아홉 자 깊이 우물 뚜껑을 덮었다. 온 식구들이 마루에 앉아 그 시원한 빗소리를 들으며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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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온양신문 | | 쿵쿵대는 천둥소리에 놀란 어린 동생이 엄마 젖가슴 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김이 모락모락 피는 감자와 옥수수가 솥에서 나왔다. 수십 번은 들었지 싶은 엄마의 피난시절 얘기가 천둥소리 사이로 끊어질듯 이어지고 막내는 젖꼭지에서 그 쪼그만 입술을 쏙 빼고 배냇짓을 하며 단잠에 들었다.
그 이야기는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엄마의 어린 시절 1.4후퇴 이야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면 빗방울이 사라지고 어느새 산비탈 옥수수 밭 위엔 무지개가 떴다.
소나기가 감쪽같이 지나간 것이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네 개구쟁이들이 삼태기 그물을 하나씩 들고서 시냇가 여울목으로 모였다. 상성리 저수지에서 나프대 쪽으로 물고기들이 불어난 물을 따라 오를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물고기를 잡다가 문득 바라본 영인산 자락의 풍경은 바로 그 그림 속의 청산이다. 바위산에도 노송의 푸름이 짙게 칠해지고 드문드문 남겨진 하얀 구름들 사이로 학이 날고 쪽빛 하늘이 드러났다. 그 하늘을 보면 하얀 구름을 이고 산이 달리고 마을이 달렸다.
한 아이는 염소를 끌고 무지개가 걸린 산자락으로 풀을 먹이러 올라갔고 어떤 아이는 담배 밭 끝에서 소나기를 흠뻑 맞고 겁에 잔뜩 질린 암소를 끌고 내려왔다. 산 빛은 눈이 부시게 맑고 백석포가 눈앞에 와 있다.
영인산은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지만 가파른 암석들이 많고 정상에도 수정처럼 맑은 우물이 예로부터 있었다고 한다. 이런 특이한 모습으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을 자꾸만 끄는 신비롭고 영험한 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영인산 이란 이름을 붙인 걸까!
담배 밭을 둘러보시고 돌아온 할아버지는 큰 숨을 몰아쉬며 곰방대에 불을 붙이시었다. 비바람으로 담배 잎이 부러지기라도 한 걸까! 성냥 여러 개비를 쓰고 나서야 담뱃대에 불이 붙었다. 소나기를 맞으셨기에 담배가 젖어 있었던 것이었다. 뽀끔뽀끔 곰방대에서 나온 푸른 담배 연기가 사랑방에서 나와 처마 아래로 모이더니 이내 바람을 타고 사라진다. 할아버지는 온종일 놋재떨이를 탁탁 때리며 틈만 나면 긴 담뱃대에 말린 담배 잎을 엄지손가락으로 꼭꼭 눌러 채우셨다.
엄마는 다시 기저귀를 빨랫줄에 널고는 장대로 찔러 빨래를 높이 올렸다. 만국기마냥 기저귀가 마당가득 날리고 이네 바삭바삭 말랐다. 마른 기저귀에서는 참 좋은 냄새가 났다. 무엇보다도 엄마 젖 냄새랑 햇볕 향이 짙게 배어있었다.
물이 불어난 시냇가 삼태기 그물 안엔 고기가 몰리고 어느새 큰 주전자엔 고기가 가득 찼다. 물고기는 참붕어, 피라미, 미꾸라지, 방개까지 그물에 걸렸다. 늘 오줌을 싸는 네 살 베기 동생에겐 미꾸라지가 참 좋은 약이었다. 어느새 재치 있는 아낙들은 소낙비에 씻긴 매운 풋고추를 따고 막걸리를 받아 오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나기가 영인산자락을 치던 풍경 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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