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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정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온양신문 공동기획

2011년 05월 12일(목) 14:10 [(주)온양신문사]

 

음봉면 동암리 ‘구리바위’ 이야기
마을의 운명을 바꾼 아산 남자의 순애보

↑↑ 유은정 / 순천향대 아산학연구소 선임연구원

ⓒ 온양신문

사랑이야기는 달콤할 수 있으나,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험난하고 고달프다. 고전 중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더 안타깝고 오래 여운을 남기는 작품들이 많다. 흔한 예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현실에서 불가능하였기에 죽음으로 결실을 맺어 독자들을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이러한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옛 사랑이야기를 보면 대부분 여자들의 순애보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의 사랑이야기는 대부분 남존여비사상을 바탕에 깔고 있다. 여필종부라 하여 여자는 반드시 남자를 따르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면 아산의 옛 이야기는 어떨까? 아산에는 남자의 순애보를 볼 수 있는 사랑이야기가 있다. 음봉면 동암리의 ‘구리바위’에 얽힌 이야기는 전통적인 남존여비 사상을 뒤집는다.
옛날 동암리 마을에 가실이와 낙랑이라는 청춘 남녀가 살고 있었고,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여 장래를 약속하였다.

↑↑ 구리바위 모습

ⓒ 온양신문

그런데 해마다 마을에서는 용왕제에 쓸 처녀를 정하는데, 이 해에 가실이가 제물로 선택되었다. 가실이는 물론 부모님과 낙랑은 이 사실에 슬퍼하며 하루하루를 지내게 된다. 낙랑은 가실이를 죽게 내버려 둘 수가 없어서 가실이와 함께 멀리 도망가려 했지만 가실이는 자기 때문에 마을에 해를 입히는 일은 할 수 없다며 거절하였다. 그러면서 가실이는 낙랑을 위로했다.

결국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용왕제를 지낼 때 가실이는 바닷물에 던져졌다. 그런데, 그 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누군가 또 한 사람이 바닷물에 뛰어들었다. 바로 가실이를 그토록 사랑했던 낙랑이었다. 낙랑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가실이와 함께 하는 죽음을 선택했던 것이다.

두 청춘 남녀의 애틋한 사랑 탓인지, 그 후 마을에 풍랑을 만나 침몰하는 배가 생기지 않았고 고기도 잘 잡혔다. 더 이상한 일은 바닷물이 점점 줄어들더니 그 곳이 육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물이 다 마르자 바닥에는 마치 남녀가 껴안고 있는 듯한 큰 바위가 나타났다. 그 바위의 빛깔이 구리 빛이고 두드리면 쇠 소리가 난다고 해서 마을사람들은 이를 ‘구리바위’라 하였다는 전설이다.

동암리 주변이 바다였다는 사실임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직도 구리바위에는 바닷가 주변에서나 볼 수 있는 굴껍데기가 붙어있다고 한다. 동암리 마을 이름 역시 ‘구리 동(銅)’자에 ‘바위 암(岩)’자를 사용하고 있어 이 이야기가 마을이 형성되기 이전부터 전해지고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구리바위’ 이야기는 지명 유래를 알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특성까지도 나타내고 있다. 동암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산동사거리가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은 예전에 소금쟁이로 불리던 곳이다. 아마 소금 거래가 이루어지던 장터가 있어서 붙여진 명칭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서도 바다가 가까이에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정황들이 이 이야기의 신빙성을 더해 주고 있다.

↑↑ 대장군 모습

ⓒ 온양신문

옛날 이야기에서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모티프는 종종 등장한다. ‘심청전’에서도 심청이가 뱃사람들의 안전한 뱃길을 위해 제물로 바쳐진다. ‘구리바위’ 이야기에서도 심청전과 같은 희생제물 모티프가 나타난다.

하지만 심청이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연꽃으로 다시 탄생하지만, ‘구리바위’의 가실이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환생을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가실이는 사랑하는 낙랑과 함께 죽어서 구리바위로 하나가 된다. 낙랑이야말로 가실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순애보를 가진 남자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함께 하는 이 이야기는 아산 남자들의 마음을 대표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 안타까운 이야기가 하늘을 감동시켜 죽어서라도 두 사람을 맺어주고자 하나의 바위가 되게 하고, 그 바위가 지금까지 남아 마을을 지키게 한 것은 아닐까. 아산 남자의 애틋한 순애보는 바다를 육지로 만들고, 용왕제 때마다 희생될 운명에 처한 젊은 여인들의 생명을 살려냈다.

동암리 마을에서는 매년 구리바위 앞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다. 이 제사는 마을 사람의 희생을 멈추고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어준 두 젊은 영혼에 대한 감사의 뜻을 영원히 기억하자는 뜻이리라.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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