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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석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온양신문 공동기획

2011년 06월 14일(화) 04:33 [(주)온양신문사]

 

이젠 못 볼 온천천 복개구간 주변을 둘러보며

↑↑ 천경석(온양고 교사 / 아산향토연구회)

ⓒ 온양신문

며칠 전 늦은 오후에 온양관광호텔 옆을 지날 때 신호등 때문에 차를 잠시 멈추었다. 눈길이 습관적으로 관광호텔 남쪽 담 주변을 서성였다. 그 사이에 두 가지 일을 깊이(?) 생각했다.

* 첫 번째 생각
온양의, 아산의 대표 음식이 뭘까? 누가 물으면 뭐라고 답하지? 외지 사람들에게 소개해야 한다면 어떤 음식점이 좋을까?

돌담 옆 골목 모서리에 있는 (온양)평양면옥 앞에서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재천님이 시장 안에서 강서면옥으로 10여 년간 경영하다가 온천천 복개 후 이 자리로 와서 20여년이 지났다.

그 사이 아버님은 돌아가시고 아들 이광호씨가 운영한다. 나도 작년 여름에 제자들이 찾아왔을 때 한참을 기다렸다가 겨우 들어가서 먹은 적이 있다. 밖에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음식점이 온양에 또 있나? 왜 사람들은 뙤약볕 아래에서 기다리면서까지 이 집 냉면을 먹으려 할까?

↑↑ ▲<왼쪽> 평양면옥 밖에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밀냉면으로 유명한 옛 싸전의 강원냉면

ⓒ 온양신문

더 여러 날 전에는 옛 싸전 주변에 갔었다. 강원냉면집 사진을 찍는데 주인이 나온다. 자료 사진을 찍는다고 했더니 너무 알리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누군가가 인터넷에 소개했는데 손님이 늘었다고 한다. 너무 많아지면 힘들다고 한다. 배부른 소리일까? 분명 아니다. 현재의 능력(공간과 일하는 사람 등)으로는 충실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여러 매체들이 ‘맛집’을 소개한다. 참신한 발상도 있고 대단한 노력을 쏟기도 한다. 일상의 음식 기준에서 벗어난 ‘작품’들도 만든다. 돈을 주고 연출하면서 찍는 경우도 많다.

음식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고 시대에 따라 바뀐다. 오래된 식당이 꼭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래도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야 수십 년 동안 이어진다. 뭔가가 있으니까 오랫동안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알고 보면 온양에도 여기저기에 나름대로 좋은 곳이 있을 것이다. 그런 집이 많으면 좋겠다. 뭔가 ‘전설’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음식점, 2대 3대 4대 이어지는 맛집, 누군가 물으면 선뜻 떠오르는 식당, 고민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발길이 찾아가는 그런 곳이 많아져야 한다. 더불어 온양의 대표적인 음식도 생기면 좋겠다.

* 두 번째는? 온천천 이야기다.
평양면옥 동쪽 옆, 돌담이 살짝 구부러지는 곳에서 나는 빨래터를 본다. 콘크리트로 덮기 전 그곳 아래에는 ‘온천(‘원천’) 빨래탕’이 있었다. 관광호텔 하수구 아래였지만 뜨뜻한 물로 빨래를 할 수 있었으니 특히 겨울에는 얼마나 좋았던가. 요즘 말로 하면 온천수의 재활용이다. 조금 정수처리를 했다면 중수도가 될 게다. 지금도 중수도 시설이 되면 참 쓸모가 많을 것이다.

평양면옥부터 강원냉면 골목 입구를 지나 번영로까지 온천천 복개구간이다. 복개한 지 벌써 20년이 되었다. 당시로는 그게 잘하는 거라 생각했을 수 있다.

이제 내년 3월부터 생태하천 복원공사를 시작해서 후년인 2013년 말에 완공할 예정이라 한다. 곡교천 근처 강변로까지 1.7km 구간에 모두 800억 원이 들어가는 대역사다. 공연장, 전통정원, 수상무대, 산책로, 음악분수, 자전거 체험장, 전망대 등 다양한 시설을 계획하는 모양이다.

↑↑ ▲<왼쪽>온양관광호텔 돌담 옆 복개구간 <오른쪽>농약상회골목 입구 북쪽의 온천천 복개구간

ⓒ 온양신문

좋든 싫든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던 주변 모습이 사라질 날이 1년도 채 안 남은 셈이다. 그러니 그 전에 지금의 모습들을 눈에 담아 둘 일이다. 덕수궁 것만은 못해도 시내에서 유일한 관광호텔 돌담도 일부 허물어질 것이다. 원예농협 앞 주차장도 농약상회 골목 입구 근처의 모습도 바뀐다.

이북5도민회 사무실이 있는 건물은 남겨지나? 장미마을 주변과 옛 장터 근처도 많이 변한다. 복개구간 주변의 낡은 건물들도 다 부수게 될 것이다. 시청과 등기소 사이를 지나는, 뚜껑 열린 관 같던 콘크리트 구조물은 모두 깨낼 거다. 옛 싸전 일대는 어떻게 될까.

아, 뻥튀기 아저씨들은 어떻게 되시나? 동일목재 주변 개천 옆을 따로 ‘뻥튀기 골목’이라 부르기도 했다. 장날에는 뻥튀기를 하는 곳이 다섯 군데나 된 적도 있었다. 예전엔 솔방울을 땠다. ‘뻥기계’와 풍구의 바퀴를 고무줄로 연결하고 손으로 돌리면서 일을 했다. 이동을 위해 손수레에 기계를 싣고 일을 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 놀랄까봐 외치는 예고 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뻥이요~”다.

동일목재 건물 끄트머리 집에서 홍성 출신 김영석(62)씨가 30년 넘게 뻥튀기를 했다. 장미마을 쪽 맞은편 허름한 집의 김종호(71)씨가 조금 더 오래 해왔다. 아버지를 따라 피난 온 ‘이북 사람’이다. 역시 월남한 ‘이씨’의 원조 뻥튀기 집에서 일을 도와주다가 독립했다.

여름에 그 귀한 얼음을 살 수 있던 곳으로도 기억되는 천일수산, 늘 싱싱한 채소를 구할 수 있었던 천도상회, 쌀 이외에도 찹쌀이나 콩 등을 믿고 샀던 장단상회도 모두 또는 일부 변화가 불가피하다.

변화는 어쩔 수 없지만 모든 것이 다 사라지고 잊어버린다면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하여 뭔가 그 흔적이나 전설을 남겨야 할 것이다. 전설이 뭐 별건가.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오랫동안 전해지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여기가 우리 어릴 때 멱 감고 물고기 잡으며 놀던 데여.
-저기에 뻥튀기 하는 집이 아직도 있네요.
-저쪽에서 동춘 서커스단 구경한 적도 있지.
-나무다리로 개울을 건널 때 다리가 후들후들했어.

↑↑ ▲<왼쪽>김영석씨의 뻥튀기 집 <오른쪽>낙원동 옆의 복개하지 않은 온천천 모습

ⓒ 온양신문

공사구간의 시작점은 온양관광호텔 신정비 옆이라 한다. 그 위쪽인 송악사거리 근처에서 역 앞을 지나오는 실개천도 복원한다고 한다. 어떻게 할지는 모르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가재골이나 홍거리 쪽에서 오는 더 근원적인 물길은 어떻게 되나 궁금하다. 청계천처럼 이름과 겉모습만 살아 있는 하천이 되지 않기를 모든 시민들은 바랄 것이다.

지난 겨울에 우체국 아래 쪽 개방 구간, 물고기는 물론 제대로 된 식물 하나 보이지 않는 곳에 온 갈매기 몇 마리를 봤다. 미안했다. 온천천이 하수로가 아니라 하천으로 살아나길 바랐다. 그러니 이제는 사람에게만 편한 부대시설보다는 하천 그 자체를 중심으로 하여 자연과 역사와 이야기가 함께 살아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이제 그럴 때가 되었다.

물고기와 새들, 양서파충류에 온갖 곤충까지 살 수 있는 말 그대로의 생태하천으로 되살렸으면 좋겠다. 온양여고 운동장에 아직 간신히 살아남아 있을 맹꽁이가 온천천까지 놀러왔다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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