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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덕의 인생 에시이 숨은 선행
오래된 이야기이다. 나는8㎞ 거리를 걸어서 중.고교를 통학했다.
그런데 그 통학로에는 꽤 넓은 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지금은 다리가 놓아지고 시내버스가 수시로 왕래를 하니까 통학 하기에 큰 불편이 없지만 그 당시는 징검다리를 뛰어 건너야 했고 비가 많이 오면 추운겨울에도 신을 벗고 냇물을 건너야 했다. 추운 어느 해 겨울이다.
비가 많이 와서 징검다리가 물에 잠기다시피 됐다. 냇물중간에서 징검다리 돌을 밟고 건너다가 나는 하마터면 찬물 속으로 빠질 뻔 했다.
꽤 큰 돌인데 돌 밑이 불안정하여 발로 밟는 순간 돌이 기우뚱하는 바람에 잠시 몸의 균형을 잃었던 것이다.
큰 돌을 고여 놓았던 작은 돌이 물이 불어 빠져나갔던 모양이다.
나는 뒤 따라오는 M군에게 주의하라고 일러주고 잰 걸음으로 냇물을 건넜다. 그런데 M군의 기척이 없어 뒤를 돌아보니 그는 예의 돌 부근의 찬물 속에서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는 그 돌 위에 올라서서 몇 번 발을 굴러보고는 오리발이 되어 건너오는 것이었다. 돌을 들어서 고쳐 놓았거나 다른 돌을 괴어 흔들리지 않게 손을 본 것이 분명했다.
당시 나는 그 돌을 밟고 몸소 겪은 위험을 일행인 M군에게 그저 조심하라고 일러주는데 그쳤다. 그러나M군은 그 돌을 손수 바로잡아 놓으므로써 일행이 아닌 그 곳을 지날 많은 사람들이 물에 빠질 위험을 면하게 하였던 것이다. 나는 왜 생각이 거기에 미치지 못했을까?
조그만 일 같으면서도 거기에서 나와 M군 마음속에 잠재하는 의식의 차이를 느끼면서 나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곳을 지나려면 공연히 얼굴이 붉어진다. 우리는 이런 경우 다음과 같은 심리적 유형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로 부실한 돌을 딛고 찬물에 빠지는 위험을 모면한 사람이 그 요행을 자위하면서 뒤에 오는 사람이 그것을 짚고 보기 좋게 물어 빠지는 불행을 고소하게 기대하는 짖궂은 심리다.
이런 심보는 흔히 공통된 상황에서 나만의 요행을 추구하는 이기주의자에게 있고 그 이기심의 충족은 남의 불행에서 자신의 요행을 확인하는 쾌감에다 두는 취미인 것이다.
두 번째는 그들이 위험하니 주의하라고 뒤따라오는 사람에게 일러주는 마음이다. 소시민의 친절인 것이다.
생활의 정보를 서로 나누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뒷골목의 이웃들에게서 보는 마음씨이다.
따라서 그 마음이 미치는 넓이는 한정되게 마련이다. 나의 관심이 미칠 수 있는 둘레의 사람들에게 대한 정리이다. 세 번째는 M군의 경우다.
불안정한 돌을 내가 고쳐 놓으면서 뒤 사람들을 위해 후환을 없이 하자고 하는 마음이다. 그 마음의 은덕을 입을 대상은 불특정한 미지의 타인들이다. 말하자면 고독한 선행인 것이다.
그 돌을 밟고 지나는 사람 중 위라서 숨은 마음씨의 임자를 알아 줄 것인가?
화려한 자선이나 자랑하는 선행보다는 남 모르게 냇가에서 돌 하나를 고쳐놓은 고도간 선행이 얼마나 우리 인간 사회를 참되게 하는 마음일까 싶다.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마음과 그 버려진 쓰레기를 무심코 치우는 마음씨 사이는 많은 거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는 이웃끼리 오순도순 나누는 마음씨 조차도 점점 아쉬워져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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