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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당공천제가 지역 망친다

2010년 05월 26일(수) 14:54 [(주)온양신문사]

 

 

속언에 ‘정치인은 부모 자식도 못알아 본다’는 말이 있다. 정치인 가족에서는 부모와 자식이 추구하는 이념이나 사상이 달라 맞서다가 심하면 연(緣)을 끊고 제 갈길로 간다던가… 좀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요즘 주변 돌아가는 꼴을 보면 충분이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이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흩어졌다 모였다 하는 것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선택의 자유는 보장되는 것, 어떤 당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강이나 정책에 반영해 추구하거나 배척할 때 다가갈수도 있고 문을 박차고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오로지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정강이나 정책은 둘째 치고 선거에 임박해 출마는 해야겠는데 자신에게 공천장을 내주지 않았다고 해서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금방 다른 당으로 날아가버리거나 좀전까지 자신이 몸담았던 당을 향해 온갖 악담과 욕지거리를 해대며 비난하는 것은 보기 흉하다 못해 혐오감까지 든다.

 

그 일련의 과정이 불과 며칠만에 이뤄진 것이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지난날 그 당에 속해서 함박웃음 짓고 박수치며 찬동했던 것은 다 ‘쇼’였다는 것과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바람에 편승, 무임승차가 문제

한편으로는 언제부터 이 지역 정치판이 이렇게 험악해졌나 싶은 생각도 든다. 예전엔 선거 때면 낯을 붉히며 싸우면서도 서로에게 심하게 상처될 말은 가려서 했다. 특히 선거를 치른 후 자고 깨면 매일 얼굴 맞닥뜨릴 고향의 선·후배에게 어찌 입에 담기 힘든 막말을 해댔겠는가.

 

그러나 작금 정치판을 보면 선거 후면 다시는 얼굴 안 볼 사람처럼, 다시는 이 거리에 안 나설 사람처럼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면전에서 험한 욕을 마구 해대고 상처를 내고 그 상처가 더 벌어지라고 소금 뿌리고 부젓가락으로 후벼대는 모양을 하고 있다. 참 잔인하고 몰인정한 동네라고 손가락질을 해도 할말이 없다.

 

아산지역 정치판이 이렇게 살벌하고 몰인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는 일정부분 시민들의 책임도 있다. 역대 선거에서 진정으로 아산과 아산시민들을 위해 일할 공복을 선택했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선거에서 선출된 선량들이 일을 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내면서 풍부한 지식과 경험·경륜을 가지고 전국 어느 의회사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만치 훌륭한 의정을 펼친 분도 있지만 개중에는 지역바람에 편승해 무임승차한 인사도 있다는 것을 시민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바람이 문제다

바로 이 바람이 문제인 것이다. 거기에 편승하면 없던 자신감도 솟아나고 실제 결과도 좋은 방향으로 나타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선거철만 되면 그쪽에 붙기 위해 과열 양상이 빚어지고 이런 현상은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져서 말석이라도 차지해보겠다고 이전투구를 일삼다가 결국은 정치판이 살벌해지고 몰인정하게 변한 것이다.

 

시민들이 바람에 휩쓸리지 않고 좀더 냉철하게 후보들의 됨됨이를 파악하고 진정으로 이 지역을 위해 일할 선량을 가려냈더라면 이렇게 정치판이 변했을까.


근본 원인은 정당공천제

한편 이렇게 편가르기로 지역이 사분오열(四分五裂)된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정당공천제라는 선거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실 지방자치를 한다면서 중앙당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정당공천 방식으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를 낸다는 것은 어폐(語弊)가 있다. 각 자치단체의 예산을 특정당에서 지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 예산을 집행하는 데 있어 소속당의 이념과 정책에 따라 배분과 용처가 다른 것도 아닌데 왜 기초단체장과 의원 선출에 정당이 관여한다는 것인가 말이다.

 

기초 단체장과 의원들이 자신들만의 소신을 펼쳐보이기에는 자신들의 명줄을 쥐고 있는 정당의 눈초리가 너무 무섭기만 하다. 어느 시절이라고 짚지는 않겠지만 기초의회 내에서 상당히 중요한 직책을 맡은 의원이 총선에 나선 지구당 보스를 돕기 위해 길거리에서 흙먼지를 마시면서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것을 보며 서글픈 감정을 금치 못했었다. 그게 다 차기 선거에서 공천장을 받기 위한 울며 겨자먹기 아니었을까.


공천장 받기 위한 이전투구

거듭 강조하지만 작금의 살벌한 정치판은 100% 정당공천제가 낳은 폐해라고 생각한다.

 

특정당의 공천장만 받으면 당선에 가까와지니까 그 공천장을 받기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게 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지역의 선·후배간 낯을 붉히며 싸우게 된 것일테고, 일단 당선되었다 해도 서슬 퍼런 당의 눈초리에 지레 겁을 먹고 움츠러든 시정, 의정을 펴게 되는 것이 아닐까?


광풍에서 벗어나 진정 일할 일꾼 선택해야

이제 일주일 후면 선거다.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뛰었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갈리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그것이 슬프기만 하다. 부디 승자는 아량으로 패자를 진심으로 아우르고 패자는 결과에 승복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싶다.

 

물론 그 전에 학연이나 지연, 혈연, 광풍(狂風)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을 선택하는 시민들의 소중한 한표 행사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온양신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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