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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덕의 人生엣세이 농심철학(農心哲學)
근무하는 회사의 마당 가장자리에 비포장된 공지가 약 10여평 있는데 아무것도 심지 않아 잡초가 수북하게 우거져 보기가 흉했다.
어느날 시간을 내어 풀을 모두 뽑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꽃이나 채소를 심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너무늦어 모두가 마땅치 않았다.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한다면 다시 잡초 밭이 되어 주기적으로 풀을 뽑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무엇보다도 환경 미관에도 적절치 않아 어떻게 할까 몇일을 망설였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시기가 상당히 늦었지만 7월10일경 고향 마을에 가서 버려진 치레기 호박모를 10여포기 구해다가 한 구덩이에 두세 포기씩 다섯구덩이에 나누어 심었다.
호박을 선택한 이유는 땅을 파 보았더니 찰 질흙인데다가 건축 자재 찌그러기등이 묻혀 있어 대단히 딱딱하고 메말라 다른 작물 재배는 부적합하지만 호박은 우선 병충해에 강할뿐만 아니라 물과 거름을 잘 주면 재배가 가능하고 특히 울타리가 철조망으로 높게 쳐져 있어서 그곳으로 호박 넝쿨을 올리면 좋을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호박모를 옮겨심고 매일 저녁때 한차례씩 물을 길어다가 주었으나 7월의 불볕 더위는 다음날 낮이면 습기를 모두 증발시켜 호박은 수분부족으로 고사할 지경이 되어 자라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회사 터를 닦을때에 찰 질흙이져 놓은 땅이어서 수분 증발이 쉽고 더욱이 영양분이 별로 없는 메마른 토질이었기 때문인것이다.
따라서 우선 찰 질흙 토질을 사토질로하고 인근공사장에서 고운 모래를 몇양동이 날라다가 호박 심은 주변의 땅을 파서 혼합 토질을 부드럽게 하여 수분증발을 최소화 조치한 다음 복합 비료를 구해 조금씩 준후 물을 매일 아침 저녁으로 두차례씩 주면서 석양 무렵 한차례 호미로 흙을 긁어 매 주었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호박을 뒤늦게 토박한 땅에 심어놓고 과연 수확이나 할수 있을까 하고 나자신도 의심해 보기도 했다. 이 노력으로 성공한다면 모르지만 실패한다면 나 자신의 그동안의 헛수고와 실망은 그만두고라도 사원들의 보이지 않는 냉담한 조소를 어떻게 감당할까 두렵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모습을 매일 지켜보는 사원들은 뒤늦게 호박을 심어서 과연 헛꽃이라도 피우게 할수 있겠느냐는 의아심을 가지고 주시하는가 하면 어느 직원은 노골적으로 삼복더위에 헛수고만 하는것 아니냐고 간접적으로 포기할것을 종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다.
이처럼 약 1개워간 노력을 했더니 8월 중순에는 호박 넝쿨이 시퍼렇게 자라 뻗어 나가면서 철조망 울타리에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9월초에는 드디어 호박이 맺고 며칠후에는 환하게 꽃을 피웠다.
순간 호박꽃이 이렇게 아름다워 보일수가 없었다.
그리고 싱싱한 호박 10여개가 함께 철조망에 매달렸다. 뿐만 아니라 이제 호박 넝쿨이 10여평의 공터와 철조 담장을 모두 푸르게 포장해놓은 것이다. 얼마후 애호박을 함께 수확하여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호박나물파티를 가졌다.
그리고 서리가 내릴때까지 호박나물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나는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은 호박나물을 먹었지만 이번 구내 식당에서 먹은 호박나물과같이 보람을 느끼고 먹어보기는 처음이다.
땀을 흘리고 정성을 드린 결과란 이런것인가 보다.
옛날 우리 선인들은 쌀알 한알이 우리 밥상에 오르려면 농부의 일곱근의 땀을 흘려야 한다고 했다. 우리 인간은 곡식을 먹지 못하면 살수가 없다.
땀흘려서 곡식을 생산하는 농부들이 수고와 정성에 고개 숙여 감사의 뜻을 표해야 한다.
나는 올 여름 호박을 가꾸면서 한문에 나오는 명언인 “농심을 가지고 행하면 세상에 안되는일이 없다”는 소위 농심철학을 체험했다.
첫째로 농심은 정직(正直)이다. 농사는 정직한 직업이다.
호박을 심으면 호박이 나고 오이를 심으면 오이가 난다.
그러므로 호박심은데 오이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심은 만큼 거둔다. 많이 심으면 많이 거두고 적게 심으면 적게 거두며 심지 않으면 아무것도 거둘수 없다.
그리고 노력하면 노력한만큼 좋은 결과가 나타나고 게으름을 피우면 그만큼 나쁜결과가 나타난다. 그리고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농사에는 투기나 일확천금이 없으며 요행과 우연이 없고 불로소득이 없다. 우리는 이 흙의 정직함을 배워야 한다.
속거나 속이지 않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둘째로 근면(勤勉)이다.
농사는 부지런해야 짓는다. 요즘은 양수기, 경운기, 이양기, 콤바인, 트랙터 등 농기계를 이용하기 때문에 농사를 짓는것이 훨씬 편해졌지만 옛날에는 아침에 해가 뜨면 해와 같이 일어나서 논밭으로 나가 일을 하고 해가 져야 돌아왔다.
모래를 섞어 토질을 변경시켜서 물을 아침저녁으로 주고 매일 호미로 땅을 매주고 비료를 주고 하지 않았던들 딱딱한 찰 질흙속에서 호박이 열리겠는가.
우리주변에는 게으름을 피우거나 무위도식하면서 자활자영(自活自營), 자작자립(自作自立). 자기힘을 믿고 자기능력으로 자기 살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건전한 삶이요 떳떳한 생이다.
셋째로 농심은 자기 분수를 지키는 것이다. 우리는 분수을 알고 분수를 지키고 분수에 만족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것을 어기면 패가 망신하는 것이다.
몇해전 어느 일간지에서 “우리국민중에서 어느 계층이 자기의 분수를 잘 지키고 가장 건전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앙게이트에서 농부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농부들은 피와 땀을 흘려 농사지어 사치하고 낭비하는 과분한 생활을 하지 않는다.
농부는 한국민의 모범생들이다. 농부의 정직, 근면, 분수를 배우자 .
이것이 농심철학(農心哲學)이다. 이러한 철학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이 세상에 안되는 일이 없다.
그리고 모든 국민이 이 농심으로 돌아간다면 우리 국민은 일등 국민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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