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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균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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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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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27일(수) 10:08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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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홍승균 홍가신기념관 관장 | ⓒ (주)온양신문사 | 아산의 봄은 눈이 즐겁다. 두루두루 볼거리가 많아서 고개 돌리기 바쁘기만 하다. 어느 도시에나 있는 봄의 전령사 벚꽃의 꽃잎이 하얗게 떨어질 즈음 아산의 가장 대표적인 행사인 4.28 이순신축제가 펼쳐진다. 올해의 경우는 무려 63만 명이라는 역대 최대의 참여자라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니 행사장엔 사람이 넘쳐났다.
축제 기간 동안 거리가 온통 볼거리 먹을거리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이 풍성했는데, 곧바로 이어달리기처럼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오색 연등이 아산 곳곳을 수놓아 도시가 더없는 화려함으로 덧칠되었다. 특히 지방선거를 치르는 올해는 정당별로 차별화된 색색의 현수막이 그득한데다, 큰 건물들은 여러 후보들의 걸개 홍보 사진을 통해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게 미소 지은 얼굴과 과한 눈웃음들이 따라다닌다. 이 모든 것을 보다 보면 고개가 아플 지경이고 분주한 도심 풍광에 하릴없이 마음이 번다하다.
하지만 주요 거리에서도 멀쩡해 보이는 상가 매장이 ‘임대’라고 써 붙인 공실이 허다해서 작금의 경제 상황이 결코 녹녹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고, 가게 내부에는 벌거벗겨져서 한쪽 벽에 벌받듯 서있는 마네킹의 모습에서 누군가의 한숨과 낙심이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 임대를 기다리는 매장 위에 선거에 도전하는 이들의 자신감 넘치는 얼굴들은 하나같이 쾌활하기만 하다. 그들 사진을 보다 보면 우리 아산의 미래는 행정, 교육, 그리고 민생 모두가 희망차 보여서, 우리 시민들이 잘못 선택한 패착이었거나 과욕을 부린 탓에 공실이 많은 것인 양 부조화스러운 어색함이 흐른다. 밝게 웃는 그들 중에 누군가는 선택을 받아 시정의 조타수가 될 터인 즉, 정녕 호언장담하는 현수막 구호처럼 우리 아산에 활력과 희망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렇듯 두리번거릴 일이 많은 즈음 아산의 거리에서 필자의 눈에는 특별하게 다가오는 커다란 변화는 따로 있다. 온양 1동의 온양관광호텔 사거리로부터 철도를 지나는 소위 『굴다리 길』이 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장이다. 이에 따라 ‘아산의 명인’으로 선정된 젓갈 명가이면서 삼대를 이은 백년 가게 굴다리 식품도 고층 건물로 신축을 하고 있고 오랜 상가 건물들이 속속 철거되면서, 답답하던 2차선 도로를 드디어 4차선으로 확장하고 있다. 오래도록 지역 주민의 숙원사업이기도 하였거니와 아산 도심의 획기적인 변화로 느껴져서, 이미 상전벽해의 놀라움으로 변모된 주변의 읍, 면 소재지의 획기적인 양상 못지않게 무척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으로 길이 확장되고 차량이나 사람의 소통이 자유스러워지면, 옛 좁은 길의 기억은 가물 가물해질 터이고, 더욱 시간이 지난 후에는 어린이들이나 외부인에게 ‘굴다리’라는 상호가 의아하게 느껴지는 날도 도래할 것이리라. 아산의 많은 지명 중 왜곡된 내용임에도 정설처럼 그럴듯하게 전해오고 있는 곳들이 여럿임을 비교해 보면, 젓갈을 판매하는 상점에서 오래도록 ‘어리굴젓’을 팔아온 데서 굴다리 식품이라는 명칭이 유래되었다고 우기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길은 모든 물류와 사람이 흐르는 곳을 일컬으며 그를 통해 문화와 경제 그리고 정서가 소통된다. 온양의 도심을 형성하였던 온양 1동의 오랜 토박이에게 지금의 온양 2동과 용화동은 ‘철도 너머 동네’였지만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오래도록 도시를 양분하였던 육중한 철교 하부를 지나가노라면, 때마침 기차가 지날 적마다 저절로 목을 움츠러뜨리고 자전거를 타고 건너갈 때는 부딪힐 듯 고개를 수그렸던 추억이 선하다. 철마는 매번 거친 쇳소리를 내며 도심의 확고한 단절을 강요하여 왔다. 그러나 괜스레 발길을 재촉하도록 위협적이었던 열차는 이제 저 높이 허공으로 올라가 심드렁 제 갈 길을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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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온양 1동의 온양관광호텔 사거리로부터 철도를 지나는 소위 『굴다리 길』이 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장 | ⓒ (주)온양신문사 | |
길이 넓어진 만큼 이동이 원활해질 터이고 복잡함이 해소되어 쾌적한 소통 행로가 완성될 것이다. 그 길을 통한 많은 추억이 모두가 뿌옇게 흐려지는 느낌은 지울 수 없어, 일면 허전하기도 또 아련하기도 한 마음이 든다. 좀 더 잘 보아둘 걸 후회할까 봐 중앙선에 서서 한참을 보았다. 그 길을 함께 걸었던 사람들이 동시에 없어지는 듯하고 그 시간이 증발하는 것만 같다.
철로가 통제되지 않고 주변의 일상으로 자리했던 어린 시절에는 궤도 레일에 못을 놓고 숨어서 못된 짓도 했다. 기차가 지나가면서 만들어지는 납작칼을 보며 좋아했었다. 햇볕에 달궈져서 뜨거운 레일에 귀를 대고 기차가 오고 있음을 감지하면, 냅다 뛰어 튀어나갈 못을 예의주시하던 기찻길이었다. 승객들은 이유도 모른 채 열차가 덜컹이면 꼬마들의 철없음 탓에 사이다병을 흘렸을 수도 있겠다.
새로 길이 나면 처음에는 무척 생경하다가 곧 익숙함을 넘어 옛 지형이 가물가물해진다. 오랜 굴다리 길이 완성되어 확장될 즈음 모든 ‘온양 사람’의 머릿속 굴다리는 더 멀리 흐려질 것이다. 옛일을 간직하려고 옛 지형을 그대로 견지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 속에 깃든 추억도 페이지를 넘기게 되고 또 그렇게 시간은 동결되어 먼지를 쌓게 된다.
전통적인 지형이 산줄기 물줄기에 근거했던데 비해 이 길은 철마가 그어놓은 무시무시 위압적인 길이었다. 도시의 확충과 발달 과정에서도 육중한 열차의 행보까지는 바꾸지 못하여 멀리 보내지 못하였지만, 대신 허공으로 올려놓았고 열차가 그었던 철도 너머 동네와의 차별된 담벼락은 이제 시원스레 뚫리게 되었다. 심정적인 경계도 사라졌고 답답함이 사라져서 도심이 한결 넓어진 느낌이다. 알게 모르게 커다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 길은 유서 깊은 온양행궁의 앞길이요, 그 너머에는 세종 임금의 안질을 치료하던 우물 어의정과 온행 당시 군사훈련 장소로 추측되는 옛 장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였던 1922년에 철도가 온양온천역까지 연장 개통되었고 그 후 충남선으로 이어져 오늘까지 기차가 다니고 있으니, 만만치 않은 사연과 역사를 지닌 길이다.
온천을 통해 본격적으로 개발이 되고 도시가 형성되면서 온양의 중심은 철도를 기준으로 지금의 온양 1동이 중심이었으며, 추후 주택가의 형성과 신흥 상권이 조성되었어도 역시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철도의 위용은 암묵적으로 커다란 경계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굴다리 길의 확장으로 이제 진정 철도의 존재는 도시 발전의 방해도 아니며 심정적인 경계의 의미까지 날려버리게 된 듯하다. 이로써 굴다리는 완벽히 옛이야기가 되었고 ‘철도 너머’ 동네라는 개념도 사라졌다,
바야흐로 걸개사진에 이어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전개되니, 거리는 음악과 율동이 넘쳐나고 숱한 이들이 내게 반가운 듯 손을 흔들어주고 있다. 굴다리길이 넓어지는 모습을 대하며, 예비 위정자들의 환한 웃음에 걸맞은 좀 더 탁 트이고 화창한 우리 아산시를 만들어나가는 주요한 요인이 되기를 빌어보는 2026년 선거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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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온양 1동의 온양관광호텔 사거리로부터 철도를 지나는 소위 『굴다리 길』이 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장 | ⓒ (주)온양신문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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