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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통에 깃든 관념과 금기도 고려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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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풀문화제 상여 재현 행사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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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9일(월) 15:17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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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임재룡(아산문학 편집위원, 충남문협 회원) | ⓒ (주)온양신문사 | 아산시에서 실시되는 가을 최대 축제의 하나인 제25회 짚풀문화제가 지난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외암마을에서 열려 성황리에 끝났다. 마지막 날 예상치 못한 악천후로 인해 당초 계획했던 행사 일부가 진행되지 못해 아쉬움은 남겼지만 추석 연휴의 사전행사 포함 10만 5천여명의 방문객이 찾아와 '600년 마을로 떠나는 시간여행'을 만끽했다는 점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축제기간 중 여러 행사가 진행됐는데 많은 방문객들이 짚풀공예 전시·체험과 전통공연, 선조들의 생활문화 재현 등을 흥미롭게 즐긴 가운데 그중에서도 전통혼례와 상례 등 민속 재연행사는 축제의 백미로 꼽는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지난 20여년의 짚풀문화제 행사 중에서 이 부분에 관심을 갖고 빠뜨리지 않고 챙겨봤다.
그중 전통 상례 재현 행사는 사라져 가는 우리 고유의 장례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프로그램인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중대한 변화가 하나 있었다. 지난 회까지의 재현행사는 상설무대 앞에서의 출상례를 시작으로 상여 행렬이 마을앞 광장에서의 노제를 거쳐 광덕산이 있는 방향으로 진행됐었다. 이는 외암마을의 근간인 예안이씨 문중의 종산이 광덕산이라는 점에서도 일리가 있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마을 건너 들녘에 설치한 주무대에서 출발해 마을 안쪽으로 들어오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예전엔 상여가 마을 밖으로 나간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들어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개 마을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상여는 망자가 살던 집과 마을 공동체를 떠나 장지로 향하는 과정이다. 특히 마을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삶의 터전을 뒤로하는 것인 셈이다. 그런데 올해엔 그 방향이 바뀌었다.
올해 상여 재현 행사는 출상례 장소와 진행 방향을 바꿔 실시한 첫 회라서인지 문제점이 몇 가지 보였다.
첫째, 발인 전 제사를 관객을 등지고 했다. 대개 상여-제사상-상주-관객 순으로 배치가 되어야 관객들이 관람하기 좋은 데 이번엔 상주-제사상(병풍)-상여-관객이어서 관객들 입장에서는 상여 너머로 전개되는 제사를 전혀 볼 수 없었다.
둘째, 상여 행렬 지나가는 길이 어수선했다. 상여가 마을 건너 들의 주무대에서 출발하다 보니 개울 위 돌다리를 건너 나와야 했는데 그 다리 앞에 45인승 버스(그것도 눈에 튀는 빨간색)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상여행렬과 관광객들의 진행과 시야를 방해했다. 게다가 상여가 내려가면서 오가는 관람객들에 묻혀 진행이 어수선했다. 특히 상여에 앞서 길을 내는 만장을 든 사람들이 관광객들과 뒤섞이며 진행이 막혀 한때 상여가 만장 든 사람을 추월할 뻔하기도 했다. 행사장 앞까지 들어와 진행을 방해한 버스도 문제였고, 상여 행렬이 지나갈 코스에 출입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상여와 관광객이 뒤섞여 어수선했던 것도 문제였다. 차후부터는 상여가 나가는 시간대에 한해 길 양쪽 출입을 통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동선이 단조로와지면서 상여 행렬의 포인트가 사라졌다. 예전엔 상설무대에서 나올 때, 그리고 마을 앞 묘소 주위를 돌아갈 때, 그리고 마을 앞 광장에서의 노제를 지낸 후 미을 바깥으로 난 길을 거슬러 올라갈 때 멀리 광덕산 능선과 마을 앞 들녘, 그리고 기나긴 상여행렬이 한 눈에 들어와 장관을 이루었었는데 그게 다 사라졌다.
넷째, 가장 중요한 부문인데 상여는 대개 마을 안에서 밖으로 나간다. 전통적인 장례에서 상여의 이동은 단순한 운반이 아니었다. 집에서 출상례를 지내는 것은 망자가 살던 집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이고, 마을 입구에서 노제를 지내는 것은 마을 공동체와 작별하는 의미를 담는 것이며, 마을 밖으로 나가는 것은 망자를 장지로 모시는 마지막 여정이다. 그런데 노제까지 마친 상여가 다시 마을 안으로 들어온다면, 의례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다. 특히 외암마을처럼 오랜 생활 전통과 집성촌의 역사가 남아 있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문제는 상여 재현 행사를 어디에 포인트를 주고 진행했느냐의 문제와 연결된다. 전통 의례를 재현한다는 것은 그 의례가 본래 어떤 의미와 질서를 지녔는지 되살리는 일인데, 단지 동작과 복장에만 의미를 두고 진행했다면 그것은 재현이 아니라 그저 흉내만 낸 것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동작과 복장뿐 아니라 동선 자체가 지닌 의미도 가볍게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특히 외암마을은 단순히 옛집 몇 채를 보존한 곳이 아니라, 예안이씨 집성촌의 역사와 생활문화가 현재까지도 이어져 온 공간이고 광덕산 방향의 종산까지 고려하면, 상여가 어느 방향에서 출발해 어디로 향하느냐는 그저 편의에 따라 바꿀 수 있는 동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필자 생각에는 주최 측이 축제 운영상의 편의를 고려했더라도, 기존의 출상례와 노제, 종산을 향하는 행렬의 의미를 생각했다면 그 의미를 살리는 편이 더 자연스러웠지 않았나 싶다. 공연 등을 위한 가설무대가 필요했다면 마을 밖에서 출상례를 시작했더라도 상여 행렬은 다시 마을을 가로질러 광덕산 방향으로 나가도록 구성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전통을 재현한다면서 그 전통에 깃든 사람들의 관념과 금기는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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