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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완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마법의 세상

2026년 07월 31일(금) 09:02 [(주)온양신문사]

 

↑↑ 맹주완 소장(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

ⓒ (주)온양신문사

수천 배나 더 큰 거대한 매머드의 사체 앞에 웅크린 조그만 북극 땅다람쥐의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상상하기조차 힘든 이 기묘한 빙하기의 풍경이 최근 과학자들에 의해 현실로 드러났다.

70만 년 동안 꽁꽁 얼어붙어 있던 캐나다 유콘의 영구 동토층에서, 뜻밖에도 초식 동물로 알려진 땅다람쥐의 배설물 안에서 매머드 유전자가 검출된 것이다.

혹독한 빙하기의 겨울을 버텨내기 위해 초식 동물조차 매머드의 사체를 뜯어먹어야 했던, 그야말로 처절한 생존의 흔적이다. 이처럼 가혹했던 빙하기의 인류는 지금보다 훨씬 건장하고 몸집이 컸다. 물론 공룡의 역사에서 보듯 몸집이 크다고 해서 무조건 생존에 유리했던 것은 아니다.

인류가 지금처럼 호리호리한 골격과 날렵한 몸매를 갖게 된 것은, 기후가 온난해지고 음식을 끓이고 삶아 먹는 등 소화하기 쉬운 방향으로 식단이 변화하면서부터였다. 환경의 변화에 맞춰 인류의 신체 구조 역시 끊임없이 진화되어 온 셈이다.

고유전학자들은 이렇듯 인간 진화의 궤적을 추적할 때 주로 골격의 변화와 뇌 용량에 주목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인류학자들이 집단의 크기를 뇌의 크기와 비례 관계로 보았다는 점이다. 뇌 용량이 클수록 복잡 미묘한 사회적 관계를 기억하고 유지하는 데 유리하며, 그에 따라 공동체의 규모도 자연스레 확장된다는 견해다.

그렇다면 인간의 인지 능력이 감당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진화심리학자들은 우리와 같은 뇌 크기를 가진 영장류 공동체의 적정 구성원 수를 대략 150명으로 예측한다.

이는 뇌의 크기와 집단 규모의 상관관계를 세계 최초로 규명해낸 인류학자 로빈 던바(R. Dunbar)의 이름을 따 오늘날 ‘던바의 수’ 혹은 ‘마법의 수’로 불린다. 인류가 이 150명이라는 한계를 넘어 수천, 수만 명의 거대 사회를 통제하기 위해 비로소 신화와 종교, 제도를 발명해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던바의 예측이 오늘날에도 유효함을 증명해준 흥미로운 데이터가 있다. 전 세계에서 여전히 거대한 사용자 기반을 가진 소셜 미디어 플랫폼, 페이스북의 이용자 분석 결과다.

수억 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계산해 본 결과, 이용자 한 사람이 맺고 있는 평균 친구 수는 놀랍게도 약 130명 안팎이었다. 수천 명의 SNS 친구와 실시간으로 연결된 현대 디지털 사회 속에서도, 우리가 진심으로 신뢰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한계치는 여전히 석기시대 수준인 150명 안팎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24시간 우리들은 스마트폰과 동거하며 수시로 화면을 향해 시선을 던진다. 매 순간 현실과 가상의 세계에 동시 접속해 있지만, 과연 진정한 사회적 확장은 그 얇은 화면 안에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는 나의 관심사와 가치를 공유하는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찾아내고, 그 안에서 부단히 관계를 맺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다만 첨단 기술을 매개로 삼되, 결국 서로 손을 맞잡고 따뜻한 시선을 교환할 때 비로소 진정한 사회적 삶의 온기는 완성된다. 오늘날의 네트워크 방식은 각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 그리고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모이는 느슨한 연대가 대세다.

환경, 독서, 러닝, 사이드 프로젝트 등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열린 연대의 장에 기꺼이 발을 들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혹여 세상 밖으로 나오는 데 남모를 사회적 어려움이나 장애를 겪고 있다면, 그 극복의 과정이 결코 극적일 필요는 없다.

세상의 거대한 기준에 나를 맞추기보다,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먼저 살피며 한 걸음씩 나만의 안전지대를 넓혀가는 약간의 용기면 충분하다. 타인의 날카로운 시선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내 안의 무너진 마음을 먼저 보듬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역사회가 마주한 공통의 과제 속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청년을 품어 안는 포용적 청년정책이다. 특히 보호시설을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서는 자립준비청년에게는 단편적 지원을 넘어선 실질적 자립 기반이 시급하다. 여기에 제도적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주 청소년과 은둔형 외톨이 청년까지, 단순한 경제적 보조를 넘어 정서적 안착을 돕는 조기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아산시는 청년 전용 거점인 ‘청년아지트 나와유’의 기능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위기청년 지원조례’를 신속히 제정·정비해야 한다. 촘촘한 제도적 울타리를 통해 단 한 명의 청년도 사회적 고립 속에 남겨두지 않는 선제적 포용도시로 나아가야 할 때다.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지구촌이 긴밀하게 연결된 오늘날, 우리가 꿈꾸는 궁극의 소통은 단순히 데이터의 초고속 전송이나 물리적인 네트워크의 확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종과 국가, 세대와 언어라는 거대한 벽을 허물고, 온 인류가 서로의 삶과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진정한 의미의 마법의 세상이 펼쳐질 때 가능하다. 기술의 편리함 위에 인간적인 만남과 존중이 더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고립을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는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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