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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균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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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수 3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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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22일(수) 08:40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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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홍승균(홍가신기념관 관장) | ⓒ (주)온양신문사 | 지구촌이 온통 찜통으로 달궈지는 여름이다. 초복을 지나면서 여름의 복판으로 다가설수록 산과 들의 초록빛은 더욱 짙어짐은 더위와 비례하는 듯하다. 하지만 저 멀리 산에 제아무리 숲이 우거진들 우리가 도심 생활을 하면서 가장 가깝게 접하는 나무는 바로 가로수일 것이다.
가로수는 한낮의 뙤약볕에 그늘을 드리워주고,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대피처를 제공해 주는 동시에 굉음을 내는 차량의 돌진에도 듬직한 나무 옆이라면 버팀이 되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지금은 전국에서 도시를 정비하고 또 새길을 닦을 적마다 필수적으로 가로수를 조성한다. 이미 잘 조성되어 질서 정연한 가로수의 경우에도 20~30년 정도가 경과되면, 생육조건에 따라 월등하게 높이 자란 경우도 있고, 나무의 우람한 밑동으로 인도를 점유하고 또 보도블록을 밀쳐내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그러면 왕성한 생장을 자랑하기는커녕 노령이라는 이유로 정비의 대상이 된다. 때로 베어지기도 하고 싹둑싹둑 가지가 잘려져서, 열심히 성장한 나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호된 꾸지람을 받듯 혼쭐이 나면서 몸체를 옥죈다.
대표적인 가로수 수종인 느티나무나 아산에서 주된 가로수로 식재된 은행나무의 경우 천년을 사는 생명력을 가진 나무이거늘, 겨우 30년가량 지났다 하여 노목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아이러니컬하다. 이는 나무에 대한 엄정한 판단이 아니라 도시 설계상 진단했을 뿐으로 여겨진다. 심을 때는 언제고 제대로 자리를 잡고 살만하니까 애물단지 취급받는 나무들이 안쓰럽다.
나무의 키가 커서 조망을 흐리고 상가의 간판을 가리게 되며 드리운 가지가 차량과 접촉하는 성가심이 배가되기도 한다. 또 전깃줄을 에워싸서 각종 위험에 노출될 때도 있고 특히 교통표지판을 가리며 신호등을 혼란스럽게 한다. 더욱이 나무에 따라서는 가을 낙엽과 열매가 주는 고된 일거리 때문에 수고로움이 잇따른다.
이 나무들은 가꾸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리되는 도시의 필수불가결한 구성품이며 끊임없이 예산을 잡아먹는 대상으로 취급되는 측면도 상존한다. 스스로 입지를 선택할 수도 옮길 수도 없는 가로수는 다른 어떤 나무보다도 악전고투하면서 생활한다.
간격을 띄워 가로수를 심은 것은 방해받지 말고 마음껏 가지를 펼치라는 뜻이 아니라 딱 그 간격 그리고 그 위의 전기줄이나 교통안내를 방해하지 않을만치만 크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들은 섣불리 죽어서도 안되고 앙상해서도 안되며 도시와 사회가 원하는 크기만큼만 자라야 하고 수세를 펼쳐야 하는 숙명을 타고났다.
즉 가로수는 애초 실용적 가치를 기준으로 심었고 키웠다. 가로수가 가진 효용은 각종 안전에 더하여 도시의 경관을 초록으로 단장하며, 가을이면 노랑빛과 붉은 단풍으로 채색하는 부수 효과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도시 구성의 한 부속물이고 당연시되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립된 수목으로의 생명체라는 인식은 애초부터 흐릿하기만 하다. 처음 도시설계의 일환으로 구상되었듯 일률적인 모양으로 붕어빵 찍어내듯 동일한 크기와 모양으로 자랄 수 없는 생물이다 보니, 결국 여기저기 가차 없이 잘린 가지와 강철 덮게 틀을 덮어씌워 사육당하는 나무들의 신음이 들려온다.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강제 성대수술을 하는 반려견처럼 오염 속에서도 어렵사리 맺은 은행열매가 불편하다고 은행나무 중 암나무는 파헤쳐지고 분쇄되었다.
황금빛 가을의 찬란함에 눈이 즐거우려면 코의 곤욕쯤은 참아내줄 수도 있었을 터인데. . .
마치 우리는 가로수를 가꾸고 평소 친근하게 대하는 듯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철저하게 사용하기만 할 뿐이다. 초록색은 여러 색상 중에서도 눈의 초점을 맞추는 근육이 긴장하지 않고 편안함을 주는 색으로 알려져 있다. 새 아침마다 맞이하는 푸르름을 당연하게 여기기보다는 악전고투하는 나무에 대해 친숙한 이웃처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로써 인식하였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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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350년 팽나무(좌측), 130년 느티나무(우측) | ⓒ (주)온양신문사 | |
가로수를 바라보는 씁쓸한 마음을 달래줄 만한 오랜 나무의 사례가 있다. 아산의 온양 6동 (풍기동 소재) 동일하이빌 아파트 단지 내에는 외부에서 쉽사리 보이지도 않고 일부러 찾으려고 해도 까다로운 곳에 보물같은 노거수 세 그루가 있다. 120년 수령의 느티나무 그리고 130년 수령의 팽나무와 함께 또 다른 팽나무 한 그루는 무려 350년의 나이로 추정되는 노목(老木)이다.
우리 아산시에서는 이미 백여 그루를 넘는 보호수가 지정되어 있다. 보호수는 꾸준히 신규선정이 이루어지는 반면, 수목의 상태가 고사되었든가 손상이 깊은 나무의 경우 지정해지되는 행정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통상 보호수의 공식 지정 요건은 보존의 가치가 높으며 희귀성을 간직하고 있어야 심의의 대상이 되는 바, 일단 수백 년이 경과된 수령을 갖추었을 때 무엇보다도 주목하여 심의의 물망에 오른다.
이 아파트 단지의 세 그루 노거수 중 두 그루는 아산의 기존 보호수에 비해 그다지 오랜 나이가 아니며, 350년 팽나무의 경우는 연륜은 깊더라도 멋진 수고(樹高)와 수형(樹形)을 갖춘 훤칠한 나무는 아니지만 한날한시에 지정되었다는데 주목된다.
2008년에 완공되어 입주를 시작한 동일하이빌 아파트는 18개 동 1456세대의 대규모 단지이다. 필자는 살아보지 못하였지만, 당시 주변보다 압도적인 높이의 나무들이 즐비한 조경과 주차 공간을 지하로 유도하여 쾌적함을 자랑으로 꼽던 곳이어서 특히 주부들의 인기가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일하이빌의 나무 3그루는 결코 훌륭한 수형을 지닌 멋쟁이 나무는 아니다. 다만 끈질기게 살아남은 생명력이 느껴지는 나무라고 하겠다.
고층아파트가 설계되고 세련된 조경수들로 채워지는 틈바구니에서 뒤틀린 모양에 크지도 않으면서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과 상처를 간직한 늙은 나무가 용케도 살아남았다. 그럼에도 이 나무들의 가치와 소중함 그리고 살아온 역경에 대한 깊은 이해가 오늘의 그들을 소중히 예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아파트 단지 전체의 품격을 진작시키고 있다. 이 아파트의 오고 가는 주민들, 특히 배우는 학생들에게 교훈적인 모습으로 보여 흐뭇하다.
현대사회에서 아파트는 우리나라 주거문화의 65%를 차지할 만큼 주택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이고, 부동산의 시세가 늘 세간의 관심사가 되어있듯 실시간으로 제시되는 아파트의 매매시세가 회자되는 세태이다.
기성 아파트 단지라 할지라도, 이 시세를 가름하는 미래가치의 기준은 입주자의 편의성 그리고 건설회사의 대외적인 브랜드와 함께 주변의 학군, 편의시설의 입지와 교통망 그리고 경관과 자연친화적인 쾌적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를 감안하여 평가한다. 급기야는 00 아파트 입주자의 생활 수준으로까지 확대 재해석한다.
이 아파트단지 내에 있는 보호수들은 아산시의 공식 보호수로 지정되었어도 어쩌면 그 아파트 입주민들의 전유물일 수 있다. 그러나 최초 아파트의 건립 당시 불도저에 쓸려나가지 않으면서 살아남았고 그 후에도 안전하게 가꾸어져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신규 아파트의 건설 과정에서 조경은 경관과 주거환경을 좌우하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므로 예쁠 것도 없고 단정하지도 않은 품새의 오랜 나무는 설계상의 천덕꾸러기였을 수도 있었겠다.
최초 입주자들이 매의 눈으로 지적하고 살폈을 단지의 조경공사에서 온전하게 노거수가 살아남았다는 것이 신기할 만큼 동과 동사이의 절묘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서 다행스럽다.
단지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당연히 건축 과정에서 오랜 노거수 중 일부는 파헤쳐져서 어느 동의 지하에 그 뿌리 흔적이 남아있을 수도 있을 터이다.
지금의 수세는 조촐한 상태이지만 아파트 이전부터 이 땅에 거주하던 동네 사람들의 이웃이자 다리 쉼의 그늘 역할을 하였을 것이고 때로는 기원의 대상이 되어 제물을 흠향하였던 사랑방이었으리라. 개별 아파트 단지 내의 나무라는 특이점에 대해 보호수로 지정한 과단성이 칭송할 만하며 향후 집단 건축물을 조성하는데 귀감이 되는 사례이기를 바란다. 마을주민의 매정, 관리자들의 관심 그리고 아산시의 열린 행정의 소산이다.
요즘 아이들은 어린 아동에 이르기까지 밤늦게까지 게임에 몰두하면서 열심히 총질을 하고 화면상에서는 혈흔이 난자하게 악당과 몹쓸 적군들을 소탕하고 있다. 그러니 알게 모르게 실제 생활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망각하는 정서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을 듯하여 안타까운 생각이다. 동
일하이빌아파트는 자애로운 할아버지, 할머니가 지켜봐 주고 보살펴주는 듯 지긋한 연륜을 갖춘 의미 있고 소중한 노거수 보물을 품고 있음을 늘 자랑삼았으면 좋겠다.
오랜 조상 같은 이들과 함께 숨을 쉬고 살아가고 있는 아파트! 앞으로도 건강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서 주민들에게 그리고 특히 어린이들에게 늘 맞이하는 하루하루의 소중함과 가치로움을 깨우쳐주는 존재이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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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20년 느티나무 | ⓒ (주)온양신문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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