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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균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우리 고장의 언어

2025년 07월 03일(목) 13:59 [(주)온양신문사]

 

↑↑ 홍승균(홍가신기념관 관장)

ⓒ (주)온양신문사

? ∼ !

이렇게 보낸 편지와 답장은 우편역사상 가장 짧은 내용의 서신왕래로 알려진 1862년 빅토르 위고가 자신의 신작소설 『레미제라블』이 잘 팔리는지를 묻는 질문 편지에, 출판업자 허스트가 답하였다는 내용이다. 구구절절 사연을 설명하여 격식을 갖출 필요도 없고 또한 예의와 상황을 나열하는 것이 구차할만치 그들의 인간적 관계와 친분 그리고 연륜 깊은 경험에서 우러난 소통의 사례라고 하겠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멋진 언어구사나 지성이 묻어나는 격조 높은 글월의 표현이 어려워서 저렇게 간략한 편지를 전하지 않았을 것처럼, 서로가 정서를 공유하고 깊이 있는 신뢰가 쌓인 사이일 때 우리는 장황한 언어의 나열을 구차하게 여기기도 한다. 편할 수도 있고 어색함을 벗어날 방편이겠다.

2025년 초여름은 일찍부터 더위가 무섭다. 지난해 대단했던 폭염이 떠올려져 걱정스러워지는 여름을 맞이하려니, 수년 내 간판을 내리게 될 보신탕집은 한 그릇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자리가 빈번해진다. 평소 보신탕으로 인연이 되지 않은 이들까지 필자에게 넌지시 물어오기도 한다.

“혹시 보신탕을 드시나요?”
그런데 이렇게 점잖은 표현에 앞서 우리 고장 충청도 그리고 아산에서는 계면쩍은 이 질문이 무척 간단명료하다. “개혀?”

충청인의 대화법을 보자!
언제나 주요 경제뉴스의 한토막을 장식하는 것이 늘 격변하는 증권시장일진대 지금처럼 첨단 거래체제가 갖추어지지 못했을 시기의 한 일화가 있다.

“고객님! 00 기업은 최근래 실적이 매우 우량하면서도 향후의 성장성이 출중합니다. 반면에 현재의 주식시세는 이 기업의 가치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어서 지금의 주가 수준이라면 적극적으로 추격매수하여도 크게 기대할만합니다. 이 정도의 시점에서 매수해 보시지요?” 고객으로부터 매수를 유도하고 또 기회를 보아 매도를 추천하여 거래를 왕성히 성사시키는 것이 숙명인 증권중개인와 고객의 현장이다.

이에 고객은 “그려!”라고 응수하였고, 직원은 본인의 안내가 설득되었음을 흡족해하며 득달같이 00 기업을 매수완료하였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곤란해졌다. 그의 바람은 공허한 결과를 초래하여 주식시세는 속절없이 하락하고야 만다. 그런데 수일 후 이 고객은 증권사 직원이 마음대로 자기의 계좌 자산에서 주식을 매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로인해 손해가 막심하다고 크게 화를 내며 직원에게 항의하였고 직원은 어리둥절 난감한 처지가 되었다.

직원은 “당초 예상이 빗나가서 시세가 하락하였지만, 전후 가능성에 대해 나름 충분히 상의드렸고 또 『그려!』라고 결정을 내려주시지 않았습니까?” 라며 항변하였다. 그런데 고객의 응대는 참으로 기가 막히다. 직원에 대한 호칭은 “00님”으로부터 갑자기 “자네” 가 된다.
“내가 언제 자네한테 『그려!』 그랬어? 나는 『그~~려~~어?』 그랬지!”

이는 경기도 주요 도시의 영업지점에서 온양으로 발령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중견 베테랑직원의 실화이며, 그는 그날 저녁 폭음을 하였는데 시종 “온양 놈들 · 충청도 놈들”을 뇌이며 투덜거렸던 사례이다. 같은 단어라도 억양에 따라 뉘앙스가 이리도 큰 차이를 띄듯 상호 간 의사전달은 참 힘든 영역이다.

밤늦도록 끙끙거리며 청춘의 부푼 가슴을 담아 반듯하게 꾹꾹 눌러쓰고 조마조마했던 사춘기의 연애편지가 아득한 전설처럼 느껴지는 세태에 살고 있다. 요즘은 손 편지 자체가 희소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휴대폰과 SNS 상의 표현방식도 간단 명료화 되었을 뿐만 아니라 덩달아 평소의 언어도 축약과 생략이 일상화되어 가는 듯하다.

가까운 지인은 물론이요, 부부간이나 부모자식 사이에서도 사소한 오해와 마찰은 원활치 못한 소통의 부재에서 초래되고 있고 그 상당 부분은 ‘내 뜻을 알아주겠거니’ 하는 게으름에서 오는 표현의 불친절에서 비롯된다.

어쩌면 귀찮음의 소산일 수도 있고 멋쩍어하는 우리네 정서에서 표출되는 이 생략과 단축의 문화는 전혀 엉뚱하게 인간관계의 손상이나 위 사례처럼 경제활동상의 거래까지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세계적인 최첨단 기술력을 자랑하고 또 경쟁하는 산업으로 부흥하는 고장이 우리 아산이다.아산의 대표적인 자동차산업과 디스플레이 그리고 반도체산업 같은 부문에 상대방의 이해도를 예단하는 설익은 대충주의가 만연하였다면 지금의 선진적인 시스템은 용납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과정에서 거듭거듭 철두철미하고 적확한 꿰어 맞춤이 필수요소임이 분명하다. 말끝마다 ‘거시기’로 얼렁뚱땅 퉁치는 것은 불알친구들끼리의 막걸리자리 언어로 끝나야 할 것이다.

의사표시를 얼버무리거나 표현을 대충 생략하는 언어습관에 대해, 스스로 너무 계산적이거나 사무적인 태도를 지양하는 후덕한 미덕으로 여기는 오류는 결국 불필요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끝내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불친절함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아산시처럼 개발이 잦은 고장은 많은 공사 때문에 인도를 지나가는데 지장이 많기도 하다. 그런데 공사 현장안내판에 “공사 중인 관계로 불편함을 끼쳐서 죄송합니다”라는 문구가 너무도 상투적이고 의례적이라 하여 “댕기는데 옹색해서 어쩐댜?”라고 해놓았다.

한 번은 어이없어서 웃을 수 있지만, 몇 개월을 두고 먼지와 삐걱거리는 발판을 딛다 보면 약 올리듯 비아냥으로 받아들여져서 어느덧 “내가 공사하겠다는데 뭐 어쩔거냐?”로 느껴진다. “공사 중이어서 불편함을 끼쳐 죄송합니다.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안내문에서 함께 사는 세상살이에 너그러움이 생긴다. 예의 앞에 울화보다는 이해와 긍정의 싹이 잉태된다.

ⓒ (주)온양신문사


발전하는 최첨단 도시 우리 아산은 그래도 아직까지 매 4일과 9일이면 전통장이 펼쳐지고, 평소보다 여러 만물상이 즐비한 장터는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많아 즐겁다. 어느날 장터에서 만난, 칼(식도, 과도)을 팔고 또 무뎌진 칼을 가는 칼장사의 승합차량 전자문구가 번쩍 눈길을 잡는다.

‘칼판매’ 음~ 이 정도는 알겠다. 이어서 ‘칼갈유’ 란다.
당신이라면 딱 세 글자만 허용되는 전자기판인데 ‘무뎌진 칼을 갈아드립니다’를 재주껏 표현해보라 한다면 어쩌겠는가? 충청도 아닌 다른 고장이라면 이 경우에 뭐라 안내할지 모르겠다. 이쯤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충청도식 불친절일까?
그래도 칼장사의 기지에 미소 지을 수밖에....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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