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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공부만 열심히 하던 선비에 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아산 둔포에 거주하시던 창암 이창운 선생께서 하신 말씀이다. 이창운 선생은 1938년 무인년에 멸왜운동을 하시다가 일시 투옥되여 고생하시다가 환원하신 분이다. 여기에 지적한 문제의 선비는 자기가 애지중지하며 가지고 있던 청자화분이 멀지않어 파괴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으나 어떻게 해서 무엇때문에 파괴되는지 원인과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궁금하여 매일같이 화분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이것저것 할 것 없이 집일을 도맡아서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때로는 귀천을 가리지 않고 양반집 아낙네가 품팔이도 서슴없이 했다. 어느날 밭매기 품팔이를 가야할 부인은 전날 보리방아를 찧어 놓은 보리쌀을 멍석에 널어놓고 일터로 나가면서 남편에게 당부하기를 “오늘 날씨가 아무래도 이상한 것 같소. 비가 오면 멍석에 널어놓은 보리쌀을 빨리 거두어 비맞지 않도록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알았다”고 대답한 남편. 그런데 얼마후에 소나기가 쏟아졌다. 평소 남편의 하는 거동으로 보아 의심이 난 아내는 허둥지둥 헐레벌떡 집에 달려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방에 놓인 화분만 쳐다보고 있는 꼴이다. 널어놓은 보릿쌀이 사정없이 쏟아지는 소낙비에 유실되건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화분만 쳐다보고 있는 남편에 대하여 화가 치밀어 참을 수가 없었던 아내는 문제의 청자화분을 번쩍들어 올려 방바닥에 팽개쳤다. 청자화분은 박살이 났다. 그러니까 남편은 빙그레 웃으면서 “화분이 어떻게 깨지나 했더니 그렇게 해서 깨지는 구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남편 하는 거동을 보면 바보중 상바보이며, 아내쪽으로 보면 속이 터져서 죽을 지경이다. 그러나 그 이면 현실에 대하여 남편은 알 것은 다 알고 있다. 자기가 나가서 활동해야 할 시대적 시기가 아니므로 할 수 없이 세월을 낚시하고 있는 꼴이라고 할까나? 지각있고 능력있는 사람은 아는 체하지 않고 바보행세를 해야하는 천박한 쪽이 오히려 생명을 보전할 수 있었다고 하겠다. 화분 파괴의 정황은 우리들 일상생활속에서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빚어지고 있는 실상에 대하여 시사적(時事的) 예언이라고 하겠다. 우리 주변에 나타나지 않은 은사(隱士)가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행세하는 것이 요즘 세상의 세태다. 참으로 허울좋은 소인배들이 벼슬을 하면 기고만장하고 욕심때문에 나라재산을 들어먹어도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어진 사람들은 아무리 직책이 높아도 분수에 없는 욕심을 행사하지 않으므로 나라 살림살이가 잘 운영된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청자화분은 잘만 간수하면 영원한 것인데 사람의 분한 기분 때문에 파괴의 원인이 됐다. 지각있는 사람들은 시국변천을 나름대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오욕(五慾)과 칠정(七情)에 빠져서 끝내는 패가망신을 당하는 예가 허다하다. 죽을 때에 1원 하나 가지고 가지 못하며 아무리 높은 공직이라 해도 그것은 물거품과 같은 것,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인생들이다. 종교신앙을 성심껏 잘해도 죽을 때가 되면 죽는다. 지도자들이 사실을 사실대로 진리(眞理)를 깨달도록 교화해야 할 것이다. 알면 아느니만큼 꼭 실천해야 한다. 오래 지속할 것 같은 정권이지만 그 정권도 언젠가는 무너진다. 무너지는 이유는 흥망성쇠의 운이 있기 때문이다. 청자화분이 파괴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말 끝 마다 국민을 위한 척 하지말라. 국민은 어리석은 것 같지만 가장 현명한 것이 국민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에게 이롭지 못한 강제는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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