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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석의 [행복한 아산 민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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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과 동제(同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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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6일(금) 14:54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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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천경석(아산향토연구회) | ⓒ (주)온양신문사 | 세계적인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은 개봉(2025.6.) 직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2025년의 가장 강력한 문화 현상이 되었다. 더불어 우리나라 대한 관심, 음식, 관광 등 여러 분야에 긍정적 영향이 컸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내외국인이 엄청나게 늘었다고도 한다.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참 고맙고 좋았다. 그런 한편에는 우리가 너무 열광하는 데 대해서 꽤 불편하고 민망한 마음도 있다. 주제와 소재, 배경 등이 ‘우리 것’이기는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은 아닌,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쨌든 현실이다. 유치원 다니는 어린 손녀도 ‘골든’을 대충 웅얼거리며 신이 나서 춤을 출 정도다.
약 두 달 전에는 할로윈 축제라는 또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요즘은 할로윈이라고 하면 촌스럽고 주로 핼러윈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나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불편한 일인데 이제는 자연스러운 행사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가 보다. 대도시의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시골의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등에서도 간단히나마 관련 행사를 해줘야 인정받는(?) 모양이다. 할로윈이 우리 거니 아니니 따지는 것 자체가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로 여겨질 것 같기도 하다. 나로서는 참 우스운 현상이다. 언급하기 싫지만, 3년 전 이태원 참사 때 참사 자체에 대해 안타깝고 화가 나고 속상한 한편으로 할로윈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구나 하는 현실 인식으로 놀라기도 했었다. 요 며칠 간은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이제는 당연한 일처럼 되었다.
그저께 동짓날 만난 분이 어느 음식점에서 준 팥고물 묻힌 시루떡을 맛보면서 요즘은 ‘갈떡’(가을떡)들을 안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일종의 추수 감사제 성격으로 집집마다 떡을 해서 장독대 등 곳곳에 갖다 놓고 치성을 올리고, 이웃집에 조금씩이라도 떡을 돌리던 것도 이젠 옛일이 되어버렸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고 사라진 것들도 많다.
대략 일주일 전인 12월 19일(음력 10월 30일)에는 둔포 산전리에 사시는 방광식 님이 전화를 주셨다. 그날 밤 마을에서 동제를 지낸다고 알려주셨다. 동제에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아시기 때문인데, 다른 선약이 있어서 가지는 못해 아쉬웠다. 아산시 지역에서 산신제 등 동제는 대개 음력 정월 초에 지내는데 음력 10월에 지내는 마을도 극히 일부가 있다.
요즘은 동제를 엄숙한 제사보다 즐거운 마을 축제로 지내면 좋은 듯한데, 동제가 대부분 중단되고 없어진 현실이 개인적으로는 몹시 아쉽고 안타깝다. 고대의 제천행사가 마을 단위의 행사로 바뀌면 동제가 되는 셈이다. 춤과 노래, 축제의 원천이 제천행사였으니 마을의 동제도 전통문화의 원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제천행사 때문에 생각나서 다른 이야기를 잠깐 하는데, 요즘 많이 보이는 외국 여행 소개 내용 중에서 부러웠던 부분이 춤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어우러져 함께 추는 춤 말이다. 여러 대륙, 여러 나라에 그런 춤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집단 춤이 없어서 아쉽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공부했던 것처럼, 고대에는 있었고 그것도 아주 유명해서 중국 자료에 잘 기록돼 있다.
『삼국지』-「위서」-<동이전>의 ‘날마다 마시고 먹고 노래하고 춤추는데’(부여), ‘그 백성들은 노래와 춤을 좋아하여, 나라 안의 촌락마다 밤이 되면 남녀가 떼지어 모여서 서로 노래하며 유희를 즐긴다.’(고구려), ‘해마다 10월이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데, 주야로 술 마시며 노래 부르고 춤추니’(예[동예]) 등의 기록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아산이 한동안 마한 목지국의 중심이었다는 최근의 학설과 관련하여 주목되는 내용은 같은 책에 ‘한(韓)[마한]에서 해마다 5월이면 씨뿌리기를 마치고 귀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떼를 지어 모여서 노래와 춤을 즐기며 술 마시고 노는데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의 춤은 수십 명이 모두 일어나 뒤를 따라가면서 땅을 밟으며[발을 구르며] (몸을) 구부렸다 치켜들었다 하면서 손과 발로 서로 장단을 맞추는데[답지저앙(踏地抵昻) 수족상응(手足相應)], ~~ 10월에 농사일을 마치고 나서도 이렇게 한다.’라는 기록이다. 장단이나 춤사위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집단 춤, 대동무(大同舞)였음은 분명히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이 제대로 연구해서 되살렸으면 좋겠다.
BTS나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뉴진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K-POP 아이돌의 주류인 한국인들에게 그런 춤과 노래의 유전자가 있을 거라고 근거 없이 믿고 싶다. 범지구적 세상이라고 하니 우리 것만 고집해서는 안 되지만, 그래도 케데헌에서 우리 문화를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전통문화를 연구하고 보존, 복원해서 다양하게 계속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우리 아산시에서도 그나마 동제가 남아 있는 마을 중 우선 한두 곳이라도 선정해서 최대한 원형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런 뒤 엄숙함 대신 적절한 진지함과 흥겨움, 쉽고 편안함 등 오늘의 현실에 맞게 복원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마을과 지역 문화의 원천으로 유지하면서, 더불어 즐거운 놀이와 축제, 관광, 교육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 외암 마을은 제외하고, 송악면 종곡리나 둔포면 운교2리, 신창면 읍내리 등 적절한 대상 마을을 함께 찾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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