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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詩] 해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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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2일(수) 11:16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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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점점 짧아지는
입동 절기인 11월 초순,
근린공원 등나무 근처에는
일렬횡대로 벤치가 놓여 있다.
매일 오후 두세 시쯤이면
할머니들이 몇 분씩 나란히 앉아
따스한 햇볕을 머리에 이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아오면
그 사이 산그늘이 길게 늘어져
할머니들은 나무 사이에 걸린 실 같은 햇살 조각을 모아
오른쪽 벤치로 한 자리씩 옮겨 앉는다.
몇 바퀴 더 돌고 와 보니
공원 분수대 마당에는 볕뉘가 사라지고
초겨울의 스산한 공기가 감돌아
한기(寒氣)를 느낀 할머니들은
모두 집으로 들어가셨는지
텅 빈 벤치 주변에는 낙엽들만이 춤추고 있다.
체온이 넘나드는 계절,
산마루의 해거름은 점점 낮아지고
한해의 종착역은 가까워지는데
공원의 나무들은 또 하나의
나이테를 긋기 위한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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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온양신문사 | |
※시작노트 : 나태주 시인은 〈11월〉이라는 시에서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 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어쩌면 한해의 끝머리를 향하는 11월은 인생 만년(晩年)의 세월과도 흡사한 것 같다. 일조량이 점점 줄어드니 마음은 썰렁하고, 겨울을 서두르는 찬바람이 뼛속 깊이 스며든다. 앞으로 살아갈 날은 적지만 마음만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어느새 거리에는 새해 달력을 손에 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새삼 ‘나이듦’의 이유를 생각하게 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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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전홍섭(시인·칼럼니스트) | ⓒ (주)온양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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