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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완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축제적 제례

2025년 10월 29일(수) 13:11 [(주)온양신문사]

 

↑↑ 맹주완 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 소장

ⓒ (주)온양신문사

“누구와 지내온 일을 함께 돌이킬 사람을 잃은 것은 그 사람뿐만 아니라, 그 일이나 세월에 대한 증인을 잃는 것이요(...) 세상을 떠나간 사자(死者)의 모습은 뒤에 남은 자손들과 그 자손들의 삶의 모습으로 남게 되지요.”(이청준 <축제>).

누구나 한번쯤 운명적으로 가게 될 길이지만 발걸음을 떼기가 무거운 길이 사자의 길일 것이다. 졸지에 부모의 운명 소식을 들었을 때 당황스러움은 차치하고 자식 된 도리로서 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은 당연히 민망하고 뼈에 사무칠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사자가 이승의 삶을 마감한 날에야 비로소 생전에 그의 의연하고 담대했던 삶의 한 시절에 대한 무겁고 황량한 심회에 젖어들게 된다.

사자가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온 사람들과 마지막 작별을 나누는 행사는 장례식이다. 부음(訃音)을 주변에 알리고 국화꽃으로 단장한 근조화환들이 장례식장 입구에 줄지어 놓이고 문상객들이 모여들고 때로는 초상집인지 잔칫집인지 분간하기 힘든 화기애애한 상황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 분위기는 소크라테스의 견해처럼 죽음은 육신의 힘든 자기 속박으로부터의 진정한 해방으로써 삶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느껴서일지도 모르지만 남겨진 사람들이 극도의 상실감과 슬픔을 감내하고 위로받는 방식 중의 하나라고 본다. 모든 죽음은 슬프지만 이산(離散)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의 집합(集合)이라는 점에서 장례식은 축제적 제례의 성격을 띠게 된다.

“사자도 이승에서 잊히면 저승에서도 흔적 없이 사라진다.” 우리가 사자들을 불러내고 기억하는 일은 우리 삶의 이치와 근본을 이해하는 일이다. 불가에서 백중(百中)은 부처님의 법음을 듣고 지옥문이 열리는 일종의 사면을 받는 날로 음력 7월 보름이며 그날 천도제를 올리는데 모든 영혼들의 극락왕생을 비는 의미 있는 날이다. 이날은 마침 3개월간 수행 정진하던 스님들의 하안거가 끝나는 날이기도 하여 스님들은 불도로서 닦은 덕을 중생과 나누며 영혼들에게 회향하며 기도한다.

여염집에서도 조상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술과 음식, 과일과 떡을 푸짐하게 차려놓고 제사를 지낸 후 남녀노소가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눠 먹으며 노래와 춤으로 축제처럼 즐긴다. 남겨진 사람들이 사자들을 기리는 마음은 다소 방식에 차이는 있지만 여러 민족에게서 다양한 의례로 전승되었다.

우리가 명절에 차례의 형태로 조상의 은덕을 기리듯이 다른 여러 민족들도 ‘사자의 날’을 정하여 죽음의 가치를 인정하고 죽음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축제를 벌이기도 한다(맥시코 <사자의 날>). 그들은 사자들이 일 년에 한 번 가족과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이승으로 찾아온다고 믿으며 특정한 기일을 정해 제단을 마련하고 고인의 사진과 음식, 아끼던 물건들을 진열하고 꽃으로 장식하여 제사를 지낸다. 제사의 전통은 사자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날로써 그들은 죽음이란 두려움이 아니라 가족을 잇고 기억을 지켜내는 사랑의 축제로 바라본다.

다소 형식적으로 비쳐지는 의례적 전통문화를 어떻게 축제로 승화시킬 수는 없을까. 조선왕조 500년을 떠받친 게 유교 성리학이라는 사실은 만고불변의 진리이고 그 중심에 유학자들이 있었고 관료양성과 유교이념 유지의 역할은 중앙에는 성균관과 사학이 지방에는 향교와 서원이 담당하였음은 주지된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향교에서는 교육기능이 약화되면서 공자와 선현들을 기리는 석전제(釋奠祭) 등 제향 중심으로 극소수의 유림들에 의해 유교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서원은 학덕이 뛰어나고 충절과 의리로 모범이 되었던 인물들을 배향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일부 서원들 중에는 가문의 권위나 가학(家學)을 잇는 형태로 잔존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역의 전통문화 계승 차원, 교육과 유교 이념의 지역적 확산, 만만치 않은 시설보수 유지비용에 따른 문화재 활용 차원에서 향교나 서원 등 전통문화재의 이용 활성화 방안에 관하여 고민해봐야 한다.

정치토론의 장이나 인의예지(仁義禮智)의 테마도 좋고 향교나 서원의 배향 인물들의 유학자로서의 삶을 올곧게 이해 가능한 학술콘서트나 선비문화 축제도 가능하다고 본다.

↑↑ 맹씨행단 고택. 고불 맹사성 숭모제 식전행사 모습

ⓒ (주)온양신문사


아산에서는 유교적 덕목을 바탕으로 나라를 위해 많은 업적을 남긴 고불 맹사성, 만전당 홍가신 등 선생들의 넋을 기리는 숭모제를 매년 봉행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사당에서 진행되는 유림과 초대받은 내빈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전통 유교식 제향중심의 행사로 그치는 일이다.

마을주민들과 인근 학교의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보다 널리 알려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참여를 유도하여 제향 인물의 업적을 이해하고 다양한 유교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풍성한 프로그램이 마련된 축제의 장이 될 수는 없을까. 예산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다.

↑↑ 맹씨행단 세덕사. 고불 선생 숭모제 봉행

ⓒ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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