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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균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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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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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4일(금) 10:59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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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홍승균 홍가신기념관 관장 | ⓒ (주)온양신문사 |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던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 오시었다!
어느 여름이 안 더웠던 가마는 지구온난화를 거론하는 이들의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서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예측은 공포스럽기만 하다. 너무 우악스러웠던 여름 더위가 뇌리는 물론 몸으로도 쉽사리 잊히지 않은 탓에 최근 갑작스레 몰아친 찬 공기가 낯설기만 하고, 이어서 다가올 겨울 추위에 대한 상상을 망실시켰다.
선풍기를 닦아 비닐 포장을 하고 여름내 걸쳤던 반팔 티셔츠를 옷장에 자리 잡아 정리하는 일이 가정에서 치르는 진정한 여름의 종식일진대, 기승부렸던 더위가 두려운 탓에 게으르고 가정적이지 않은 남정네가 되어버렸다.
아산 거리의 많은 가로수를 차지하는 은행나무는 황금빛으로 변색하기도 전에 냉기를 맞아 서둘러 잎을 떨구고 있는 데다, 아랫도리에는 하루가 다르게 은행알이 수북하다. 어렵사리 혹서기를 견뎌내며 잉태한 은행알갱이들이 오가는 이들에게 무심한 취급을 받는 것을 대하노라면, 마치 바다거북이가 모래사장에 엄청난 알을 낳고 또 부화한 후에 극소수만 살아남는 거북이의 생태가 떠올라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다.
여름과 겨울은 차치하고 봄의 화려함은 색채 만발한 현란함으로 가슴을 충동질하고 들뜬 생기를 북돋는데 비해, 가을이 주는 파스텔 칼라의 푸근한 색채는 정리정돈을 부추기며 차분하게 마음을 침잠시킨다. TV 사극에서 대하듯 옛사람들의 노리개나 복식을 보노라면 의외로 원색이 많아 색동옷처럼 매우 강렬하고 과감함이 보인다. 오히려 현대인들의 모습은 정반대이다. 도시 거리의 간판이나 차량, 인쇄물 등의 사물들에서 원색이 너무 흔한 세상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의복은 자연스레 파스텔 칼라를 선호하고 또 무채색으로 남의 주목을 기피한다고들 한다. 그래서일까 가을을 맞이하는 마음이 친근하고 눈은 한결 편안하다. 특히 먼동이 틀 무렵의 시내 거리는 찬란한 추색이 온전하게 빛을 발하는 모습이어서 무척 아름답기만 하다.
나이가 들었는가? 문득문득 아침잠을 설치는 날이면 인적이 드문 도심 신새벽을 나와본다. 한낮의 번다하고 복잡 시끄러움을 삼킨 기나긴 밤의 침묵 끝에, 여명의 기지개는 보상이라도 받는 듯 차분하고 환희로운 새 아침으로 변신한다. 그러나 벅찬 아침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냉장고에 식재료가 그득하여도 가족을 위해 졸린 눈을 비빈 어머니의 도마질에서 따뜻하고 먹음직한 아침상의 내음이 태동하듯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손길이 이미 다녀간 거리를 우리는 매일 맞이하고 있다.
누구는 가을맛이 나도록 거리의 낙엽이 버무려져야 제맛이라는 이들도 있건만, 늘 말쑥한 가로수거리는 형광조끼를 입은 청소원들이 잠을 설치며 열심히 낙엽을 치운 덕이다.걸음에 치이거나 은행 냄새의 불편함을 용납하지 않은 매서운(?) 시민의식이 넘쳐나니, 어지러운 낙엽을 방치했다가는 관련 민원부서가 고충을 겪을 터이다. 그래서 매달린 잎은 색을 입어 미려하되 보도블록의 매끄러운 모습은 자연스럽지 않다. 누군가 공활한 가을하늘을 즐기려면 또 누군가 새벽 차도에서 먼지와 씨름하며 허구헌 날 일감을 쏟아내는 가로수와 싸워야만 하는 어마한 노동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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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온양신문사 | |
우리나라 인구의 주거형태는 이미 과반수를 넘게 아파트 단지에 거주한다. 모든 아파트에 경비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많든 적든 청소원들이 환경미화를 하고 있다. 사람 사는 동네에 어찌 쓰레기와 오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아이들이나 몰상식한 이의 어지럽힘은 당연할 수도 있는 만큼 그들은 매우 쉼 없는 노동근로자임에 틀림없다.
다른 아파트보다 깨끗하고 반듯하게 정돈되어 있어서 행여 아파트 시세에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은 철부지가 던진 과자부스러기, 몰상식한 이가 무심코 뱉은 담배꽁초에도 불구하고 게눈 감추듯 치우는 또 누군가의 손길이 미쳤기에 가능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파트의 경비원이나 청소원들은 감정노동자가 되어가고 있다.
현대 사회에 직업적으로 상하관계가 어디 있으며, 외견상으로도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초로에 닿은 나이임에도 만나는 주민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또 미소를 띤다.
“좋은 하루 되세요?”란다. 순간 “그들 월급을 내가 주기 때문인가?” 건방져진다.
백화점이나 식당 등으로부터 과잉친절에 익숙한 세태라서 인지 생활하고 주거하는 아파트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들로부터까지 지나친 계층의식이 강요되고 있지는 않을까? 비굴함을 강요하는 억지스러운 인사와 친절이 매우 불편하다. 그 가운데 어느덧 입주민들은 특권의식에 물들어가고 거듭되는 호의와 친절은 권리로 둔갑하여 자기 집 앞마당에 대고 지적질과 끝없는 개선을 요구한다. 특권의식과 당당한 권리 욕심은 속살이 되어 하루하루 비대함이 쌓여가는 듯하여, 당연시 여기는 모습들이 개탄스러울 때가 많다.
입주자 주민들이 이웃 간의 화목한 인사와 덕담을 나누는 모습은 사라지고 그분들로부터 억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거의 모두가 화가 나있다. 또 서로를 불편해할 만큼 경계하는 눈초리로 대한다. 온통 양분된 정치적 성향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희귀한 뉴스 속에, 생활상의 압박 강도가 몹시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영향인 듯하다. 그러니 누구에겐들 낯선 남에게 미소를 지을 것이며 인사를 건넬 것인가? 아예 오해살 짓을 하지 말아야 뱃속이 편한 나날이다.
아산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공단이 조성되어 있어 젊은 근로자들이 언제나 활달하고, 들판에는 가을걷이하는 농사일손이 분주하다. 힘들고 청결하지 못하여 꺼리는 일은 거리의 청소원이나 주거단지의 환경미화원에 더하여, 외국으로부터 먼 길을 마다 않은 노동자들의 몫이 되어있다. 고된 공장일도 그리고 어려운 농사일도...
모든 자리에서 맡은 소임에 역할을 다하며 작동할 때 아산이라는 거대한 도시의 혈맥은 가동되고 있으니 모두가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퍼즐이다.
2025년 추워지는 겨울이 다가옴에 젊은이들이 쌓인 스트레스가 좀 많으랴마는, 한잔 술에 담배를 물고 고성을 지르는 환희의 마무리는, 다음날 신새벽에 그들의 부모 또 할아버지 할머니 나이의 청소부들이 허리를 숙여야 해결되는 자유로움이다. 겉과 속이 아름다운 가을 아산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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