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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정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신흠의 한시 읽기 - 고향을 그리는 마음

2025년 09월 29일(월) 17:02 [(주)온양신문사]

 

↑↑ 유은정(순천향대학교 강사)

ⓒ (주)온양신문사

추석 연휴를 앞두고 모 기관에서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추석 계획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국내 여행이 30.5%, 해외 여행이 16.9%로 47.4%가 여행을 선택하였다. ‘고향, 부모님 댁 방문’은 41.3%, ‘가정 내 휴식’ 역시 41.3%로 각각 나타났다. 연휴가 긴 이유로 여행 계획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명절이 되면,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추석 연휴가 길어지면서 열차 예매율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올해도 귀성 전쟁이라는 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추석에 고향을 방문하는 이유는 명절을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서이다. 고향은 떨어져 지내던 가족과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가족의 유대를 큰 가치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이런저런 이유로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북에 고향을 두고 있는 실향민들이 있고, 경제적 사정으로 고향 방문 대신 연휴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준생들도 있다. 외국인 근로자 역시 먼 고향 땅을 명절이라고 해서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름의 사정으로 고향 땅이 멀기만 하다.

옛사람들에게 고향은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자신의 출생지이며,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이어서 정서적 안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고향을 떠나온 사람을 나그네라 칭하였고, 향수를 노래한 문학 작품들이 많았다.

순조 19년(1819) 이호빈이 기록한 읍지인 『신정아주지』 ‘관사(館舍)’의 ‘객관(客館)’조에는 여러 편의 한시가 실려 있다. 그 중에 신흠의 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담고 있다.

신흠(1566~1628)은 조선 중기 예조참판, 자헌대부, 예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이며, 뛰어난 문장으로 선조의 신망을 받았다. 대명 외교문서 제작, 시문의 정리 등에 참여하여 문운의 진흥에 크게 기여하여 ‘한문학의 정종(正宗)’으로 칭송되었다. 아래 작품은 아산현에 머물면서 쓴 것으로 보인다.

牧丹飄泊艶紅摧 떠돌다가 모란 꽃이 곱게 붉게 져버리고
忽見薔薇晚朶開 홀연듯이 장미꽃이 늦게 핀 것 바라보네
却恨光陰銷道路 문득 길 다니다가 세월 보냄 한스러워
故園遙望幾時回 고향을 멀리 보며 몇 번이나 돌아보나
端陽佳節老監司 단오절 좋은 절기 나이들어 감사 되어
病臥陰峯意自悲 병들어 음봉 누워 뜻은 절로 서글픈데
老病不歸心有愧 노병으로 고향 못가 부끄러운 마음인데
江東何必待秋時 강동(고향)에는 하필이면 가을을 기다리니

- 신흠, 『신정아주지』 ‘관사(館舍)’의 ‘객관(客館)’조 중에

시인은 모란꽃이 지고, 늦게 피어난 장미꽃을 바라보며, 길 위에서 세월을 보낸 것에 대해 한스러움을 드러낸다. 멀리 있는 고향을 가지 못하여 몇 번이나 돌아본다. 단오절이라는 좋은 절기에도 늙고 병들어 아산현에 위치한 음봉 지역에 머물고 있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여 부끄러운 마음이며, 이를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신흠에게 고향은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곳이나 벼슬길에 묶이고, 늙고 병들어 찾지 못하는 곳이다. 속세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 고향임에도 시인은 쉽게 가지 못하는 신세이다.

시 한편을 통해 고향을 두고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들의 심정에 공감하게 된다. 고향은 우리의 뿌리이자 그리움의 대상이다. 이런 고향을 방문하는 일은 참 기쁘고 즐거운 일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그리운 고향을 찾아 고향의 정을 듬뿍 나누기 바란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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